MBC 섬진강 꽃길 마라톤 (2)
2009. 3. 8. (일) 대회 날
9시30분 풀코스 출발, 5분뒤에 하프코스..
그렇다면 8시30분까지는 대회장에 도착해야 한다.
사실, 오늘은 마라톤보다도 섬진강의 매화에 마음이 더 끌린다.
또한 싱글벙글쇼가 공개방송으로 진행된다고 하니 기다리는 꼭지도 지루하지 않아서 좋고..
매화마을의 매화는 얼마만큼 피었을까.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설레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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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I.C를 빠져나오니 곳곳에 행사 현수막이 나부낀다.
강변 주차장에 도착하니 8시40분
대구에서 2시간(175km)이 걸렸다. 차에서 내리니 바람이 제법 쌀쌀하다.
날씨가 포근하다는 일기예보가 있었지만 강바람이 이렇게 차가운 줄 몰랐다.
행사장인 송림공원까지는 30여분 걸어가야 한다.
몸을 풀기에 안성맞춤인 거리지만 추워서 자꾸만 몸이 움추러 든다.
하얀 철교를 지나면 우측에 행사장인 하동 송림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08:50)
섬진강 하구에서 강을 거슬러 올라가 화개까지의 물길을 '하동 포구 팔십리'라 한다.
대나무 밭과 흰 모래와 소나무가 어울린 풍경이 절정을 이루며
60년 전만 하더라도 섬진강을 이용한 수운으로 수백 척의 어선이 정박하였다고 전한다.
지금은 토사로 강바닥이 낮아지고 육로가 발달되어 뱃길이 끊긴지 오래
오늘은 서 너척의 작은 배가 옛 이야기를 들려주며 객을 반긴다.
하동 송림공원
하동 송림공원은
옛날 삼국시대 때 신라와 백제의 사신들이 군사동맹을 맺은 유서깊은 곳이다.
이 숲은 조선영조(1745) 때 당시 부사였던 전천상이 섬진강변의 바람과 모래의 피해를 막아
백성들을 잘 살게하기 위해 광평리 일원에 소나무를 심었다고 전해온다.
지금 이 숲에는 300년생 소나무 750여그루가 섬진강 맑은 물과 어우러져 있어 선경을 연출한다.
옛 시인들이 '백사청송(白沙靑松)의 고장'이라 노래했다고 하니
결코 허언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대회장에 도착하니
출발 13분정도 남은 시간 (09:17)
MBC 엄기영 사장님의 대회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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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축포소리와 함께 풀코스가 출발했다.
부러운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올해 나의 목표도 풀코스..
가을의 전설 춘천마라톤에서 꼭 풀코스를 완주하고 싶다.
4시간이내의 기록이라면 더욱 좋고..
아직 한 번도 풀코스를 뛰어보진 못했지만 자신은 있다.
올해 여름부터 부지런히 연습을 한다면 나도 춘천의 대열에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춘천에는 오직 풀코스밖에 없다. 그것이 매력이다.
5분뒤 하프의 축포가 요란하게 울렸다. 오색구름이 하늘을 덮었다.
드디어 하프도 출발이다.
섬진교를 지나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변을 달리는 런너들..
오늘은 기록보다는 완주가 목표다. 한 손에는 디카를 들고 뛰었다.
꼭지가 무거운걸 들고 뛴다고 만류했지만.. 아령들고 뛰는 사람도 있다며 농담으로 일축했다.
이제는 달리기도 여류롭게 즐겨야 한다.
강변에는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었다.
가로수는 홍매가 많았지만 너무 어려서 앞으로 10년은 더 키워야 될 것 같았다.
드디어 매화마을이 시야에 들어온다.
'광양 매화마을'
매화꽃은 60~70%정도가 개화한 것 같다.
가뭄탓인지 꽃망울이 어째 시쿤둥하지만 14일부터 매화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다압면의 작은 마을을 지나 모퉁이를 돌아서니
활짝 핀 매화꽃너머로 지리산에서 흘러내린 산줄기가 시야에 들어온다.
악양 성제봉(형제봉)능선이지 싶다.
저 능선을 계속 타면 성제봉, 삼신봉을 지나 주 능선인 영신봉까지 이어질 것이다.
아직은 미답지인 악양 성제봉 능선..
지리산에서 흘러내린 산줄기만 보아도 이렇게 가슴이 뛴다.
대간을 시작할 때 지나온 이후로 1년이 넘게 발걸음을 못한 지리산이기에
전신으로 잔잔한 흥분이 일어난다.
힘차게 하프반환점을 돌았다.
연습량이 부족해 완주를 목표로 뛰었지만, 반환점을 돌아서니 생각이 약간 바뀐다.
단 몇 초의 기록이라도 당겨보자 싶어서 조금씩 속도를 낸다.
처음에는 2시간이내로 완주하는 것이 목표였었다.
생각보다 몸의 컨디션은 좋으나 다리와 무릎은 더 이상 못 뛰겠다면서 신호를 보낸다.
연습을 못한 게으름의 댓가를 톡톡히 받는 셈이다.
다시 다압면 마을을 통과한다.
노점상의 한 아주머니께서 매실차를 나누어주며 힘을 내라고 하신다.
한 컵 받아 마신다. 매실차 덕분인지 모르지만 다시 힘이 솟는다.
작년 가을
사천노을마라톤 때 하프를 뛰고는 연습량이래야 고작 10km정도가 몇 번..
지금 몸이 억지로 따라주긴 하지만 다리에 전해지는 고통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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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 두 사람 추월하기 시작했다.
15km지점을 통과하니 학생들이 화이팅을 외치며 음료수를 나누어 준다.
경찰과 자원봉사자들의 고마움은 잊을 수가 없다.
학생들에게 고맙다며 손을 흔들어주고
17km지점을 통과하여 매화마을을 지난다. 이제 4km정도만 남았다.
매화마을 앞 도로에는 차량통제로 차량들이 여기저기 정체를 빗는다.
매화마을 앞 각설이의 응원이 돋보인다.
내 뒤에도 많은 달림이들이 쫓아온다.
얼른 뛰어야지..
앞서 가는 사람들..
휴~~ 추월해야 할 사람들이 너무 많네
섬진교를 지나며 뒤를 돌아보니 더 많이 쫓아오네..
하지만 골인지점은 이제 코 앞이다.
드디어 골인지점
전광판시계는 1시간 57분을 가르키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던 꼭지와의 포옹.. 정확한 기록은 1:57:53
지금까지 참가한 대회중에 하프 최저기록이었지만
내 몸에 가장 고마워한 하루였다.
완주메달 앞, 뒤면
많이도 말고 매년 두 개 씩만 모을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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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MBC싱글벙글쇼 공개방송
강석, 김혜영이 등장하고..
송대관의 축하 무대까지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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