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상봉의 기암들
우두산(의상봉)에서 바라본 장군봉방향의 능선들..
남덕유산과 삿갓봉을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설악의 공룡능선을 닮은 것도 같고, 산꾼이면 누구나 한번은 걸어보고 싶은 능선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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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장재에서 하산했으면
꼭지는 이 아름다운 풍광을 놓치고 말았을 것이다.
무거운 다리의 통증이 온몸에 퍼지고.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솟아날 즈음 작은 안부에 올라선다.
그리고
솔향기 은은하게 실려오는 실바람에 고개를 들고
바라보면 넘쳐나도록 안겨드는 풍경들.. 그 모두가 그리움이다.
고요하고 맑은 하늘과 포근한 날씨덕분에
산님들이 아슬아슬한 단애 위에서도 여유를 부리며 산행의 묘미를 즐긴다.
층층을 이루는 암릉너머로
멀리 환종주의 날머리인 보해산 능선이 가조들녁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다.
육산과 바위산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산세덕분에 산행은 더욱 즐겁다.
아마 가야산국립공원이 이곳까지 연장되었더라면 틀립없이 금지구역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다.^^
눈길이 가는 곳 마다 탄성이 멈출 줄 모르고
그럴 때 마다 앤돌핀이 팍팍솟는다. 등산이 주는 최고의 선물,
이때 생성되는 앤돌핀의 효능에 대해서는 궂이 설명이 필요 없으리라..
아름다운 길..
오늘의 백미구간을 꼽으라면 아마 마장재에서 의상봉까지의 능선이 아닌가 싶다.
포근하고 감미로운 낙엽길이 있는가 하면
마음을 졸이게하는 암릉길도 있고, 그때마다 서로 다른 얼굴로 다가서는 그림같은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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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길 위로 채 마음을 놓기도 전에 벌써 의상봉이 손짓한다.
우두산 의상봉
깎아지른 단애사이로 철계단이 시야에 들어온다.
'저기를 어떻게 올라가' 하며 꼭지가 겁먹은 소리를 한다.
양각산, 수도산 방향
내려서고 보니 국립공원 금지구역이었다.
별유산 능선안부에서 이곳까지 가야산국립공원에 속하는 모양이다.
비지정탐방로를 지나온 셈이다.
철계단이 지그재그로 이어지는데 급경사로 족히 50m는 되어보인다.
예전같았으면 꼭지가 가파른 철계단을 올라갈 엄두도 내지 못했지만
대간을 하고난 후 부터는 간이 커졌는지 성큼성큼 잘도 오른다.
대간은 몸과 마음을 튼튼하게 감싸줄 뿐만 아니라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또한
여유로운 마음을 갖게도 하고
버리고 비울 줄 아는 지혜까지 준다면 믿을 것인가.
그래도 중요한 것이 있다면 자신을 이기는 것일 것이다.
예전에는 이렇게 튼튼한 철계단이 아니었다.
작년에 낡은 것을 걷어내고 다시 설치했다고 한다.
그런데 팬스 나무가 너무 굵어서 잡기가 불편한 것이 단점이었다.
뒤를 돌아보면
지나온 별유산너머로 가야산이 고개를 빼곡 내민다.
안부에 올라선다.
이곳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면
비계산방향으로 고만고만한 산등성이가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걸음내내 고도차가 심해 땀깨나 흘려야 하지만 다시 또 걷고 싶은 능선이기도 하다.
2008.1.1.에 거창군에서 새로 세운 정상석
날렵하게 보이는 비계산 정상석과는 대조적으로 소의 머리가 연상되도록
부드러운 자연석으로 다듬은 것 같다.
정상석이 두 개인 곳이 많은데 궂이 따로따로 있어야 하는지..
장군봉 방향의 능선이 설악산을 연상케 할 정도로 수려하다.
장군봉으로 쭉쭉빵빵 계속 가고싶지만 꼭지의 날벼락이 겁나
고견사로 바로 하산하기로 마음을 정한다.
가끔은 내 것도 포기할 줄 알아야 하는데 여전히 수양이 부족하여 자꾸만 그리로 눈길이 간다.
다음에는 꼭 가야지 하며 다짐만 할 뿐이다.
이 정상석은 5년전에도 있던 정상석이다.
작지만 적당한 위치에 있어서 좋은 전망처를 내어준다.
예전에 이곳에서 <한국의 산하> 합동산행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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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에는 이슬비가 약간 내리고 있었는데
조망은 없었지만 운무속에 또 다른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어서 좋았다.
산하 가족들을 처음 만난 기쁨에
백세주 한 병을 비우고 얼굴이 벌개진 채로 찍었지만 잊을 수 없는 추억의 사진이다.
2004.5.2.
우두산 의상봉에서 <한국의 산하>가족들과의 첫 만남이 있었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끈끈한 정을 맺게해준 곳이기에 생각하면 감회가 새롭다.
'한국의 산하 가족'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가족'이라 불렀다.
옛 추억, 생각만 해도 가슴이 찡해진다. 지금도 무척 보고싶은 얼굴들이다.
수령 1000년의 은행나무와 고견사
주차장에서 1.2km의 거리에 있지만 아직 때묻지 않은 산길로만 되어있어 자동차는 오를 수 없다.
그 덕분에 조용하여 절집다운 분위기를 풍겨준다.
한 마디로 절간이다.
주차장 옆 산문에 세워진 이정표
의상봉 고견사 주차장
고도가 높은 곳에 위치해 있고, 대형차량이 주차할 수 있을 정도로 넓어서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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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구간은 언제 이어갈지 모르지만 기다림도 산행이상의 즐거움을 준다.
희망이 있기에 꿈도 이루어지는 것이리라.
- 끝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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