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 6월 16일
장터목대피소에서 1박하기로 하고 새벽3시, 거림에서 세석으로 출발했다.
얼마만의 지리산행이던가. 3년전 꼭지와 함께 한 후로 3년만의 지리산행이니 들뜬기분은 당연했다.
지리에 든다는 것은 늘 새롭고 설레이는 기분, 모든 풍경이 눈에 선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들뜬 기분은 방심으로 이어져 사고를 불렀다.
촛대봉에서 전혀 예상치못하게 넘어져 팔뚝부상으로 119에 신고까지 하게되었다.
헬기를 보내준다고 했으나 이러다간 여러사람 고생시킬 거 같아 걱정되었는데
산장직원의 응급조치로 다행히 출혈이 멈추었다. 걸을 수는 있었기에 헬기를 취소시키고 하산하기로 했다.
배낭은 산장에 남겨두고 퇴근하는 공단 직원의 도움을 받아 거림으로 하산했다.
귀가해 바로 응급실로 갔더니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상처주위가 괴사하고 어쩌고...
수술 후, 일주일동안 병원에 입원하긴 했지만 큰 부상은 아니었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지금까지 산행하면서 산에서 부상당한 적이 없었는데 살다보니 이런때도 있구나 싶어 실소를 했지만
어쩌랴, 산장에서 나를 눈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배낭을 생각하니 또 마음이 아팠다.
찾아와야지~. 백두대간, 낙동정맥... 그 긴 여정을 함께한 나의 분신같은 배낭이 아니던가...
오늘 지리산행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2018. 07. 14~15.
지리산 첫째 날 (거림ㅡ촛대봉ㅡ장터목)
산사랑방
오늘은 무거운 배낭이 없어서 가볍게 오를 수 있었다.
달빛마져 숨어버린 칠흑처럼 아두운 밤길, 계곡의 물소리와 함께 산수국이 하얀 모습으로 마중을 나왔다.
산수국~!! 무척 반가웠다. 이번엔 뭔가 잘 풀릴 것 같은 예감...
<2009. 3. 15. 꼭지와 함께했던 덕유환종주 월봉산 자락, 빙판의 눈밭에서 만났던 산수국>
산수국과의 인연은 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9. 3. 15. 꼭지와 함께한 덕유산환종주 월봉산자락에서 눈밭에 지지않고 피어있던 하얀 산수국을 만났다.
차디찬 겨울, 거치고 억센 바람에도 떨어지지 않고 고고한 자태를 뽐내고 있던
그 하얀 헛꽃이 너무나 인상적으로 가슴에 남았던 기억이 난다.
이런저런 생각에 지루한 줄 모르고 걸음을 옮기다보니 어느덧 빛과 구름의 유희가 펼쳐지는 촛대봉이다.
마법같은 황홀한 풍경이란 이를 두고 하는 말인가 보다.
촛대봉의 새벽은 늘 그림같은 풍경으로 다가온다. 둘이서 보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연하봉 가는 길, 4년 만에 다시 만난 키다리 범꼬리...
백두대간 야생화 '기린초'
<해발 1653m에 위치한 장터목 대피소>
옛날에 장이 섰다는 장터목, 지금도 여전히 시끌벅적하다.
교통이 발달하기 전의 장터목은 산청의 덕산 주민들, 그리고 함양의 마천, 남원의 산내 주민들이 왕래하던 고갯길이었다.
필요한 물품을 서로 교환하던 장터의 역할도 했고, 또한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쉬어가던 고갯마루였다.
장터목에서 바라본 일몰~~~''',
반야봉에서 굽이굽이 흘러내리는 산릉을 감싸안은 노을빛이 참 곱다.
오늘, 촛대봉의 여명과 일출
연하봉가는 길의 범꼬리와 따뜻한 미소로 나의 눈을 사로잡은 야생화들...
또한 장터목에서의 고운 노을빛은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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