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행/영남알프스

실크로드92 제3구간(간월산-신불산-영출산-오룡산=안전산)

산사랑방 2008. 12. 27. 08:26

                

실크로드92 환종주(3) / 영남알프스(간월산-신불산-영축산-오룡산-염수봉-안전산)

            

                                                         

2007. 04. 15 (일) 맑은 후 흐림


                                                                   

산사랑방 홀로


                                     

일기예보가 틀려서 행운이었고 알바로 긴장감이 높았던 3구간


  

                                                                                    


                                                                                

▲실크로드

 

 

산행경로


05:10 배내고개 -산행시작-

05:40 배내봉

07:00 간월산

07:30 간월재

08:00 신불산

08:20 신불재대피소(샘터에서 식수보충)

09:10 영축산

10:00 함박재(백운암 갈림길)

10:30 죽바우등(투구바위)

10:50 한피기재(배내골 청수우골 갈림길)

10:50 시살등

11:30 오룡1봉(동굴에서 식수보충)

12:00-12:25 오룡산 주봉(점심)

12:50 첫 임도 (5-10분간격으로 계속 임도 5-6개 만남)

13:00 선리(우)갈림길

13:50 염수봉(816m)

14:15 내석고개(570m) 2차선 포장도로

15:00-15:00 뒷삐알산(827m) 알바 30분

15:40 에덴밸리골프장

16:10 습지초소

16:35-16:45 양산뉴월드스키장 공사현장 위 도로 (마루금 찾아 10분 헤맴)

17:10 안전산초입부에 세워져있는 대형통신안테나(전파기지국)

17:25 안전산

18:05 폐 산불초소

18:10 배태고개 -산행종료-


총 산행시간 : 13시간 (알바 40분포함) / 약 28.5km                 

배내고개-영축산(4시간 8.9km) / 영축산-배태고개(9시간 19.6km)

차량회수 : 언양콜택시 (011-855-1351 원동배태고개⇒언양배내고개 30,000원)



 




                          

▲영축산-시살등-오룡산-염수봉구간 산행안내도(부산일보 산&산에서 발췌)


 




           

▲염수봉-뒷삐알산-에덴밸리골프장-안전산구간 산행안내도(부산일보 산&산에서 발췌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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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실크로드.. 배내봉~영축산


오늘 3구간은 배내고개에서 배태고개까지 약28km에 달하는 장거리 구간으로

4구간중 가장 거리도 멀고 죽바우등부터는 미답지라 개인적으로 긴장감을 떨칠 수 없는 구간이다.

그런데 오후부터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있어 산행을 할까 말까

잠시 주춤거리다가 일단 계획대로 강행하기로 하고 우의와 우산까지 챙겨서 산행준비를 한다.

제발 일기예보가 틀려서 비오는 시간이 늦춰지길 바라면서..


보통 때보다 1시간 일찍 출발해 배내고개에 도착하니 새벽5시

운동장처럼 넓은 주차장에 일등으로 골인하다보니 아직 별이 총총한 어둠이 물러서질 않는다.

이마에 불을 달고 배내봉으로 향하니 초입부터 몸이 영 무겁기만 하다.

“이러다간 오늘 끝까지 가겠나.”


하긴, 지난주부터 몸을 너무 혹사시킨 때문도 있을 것이다.

지난 토요일은 마라톤인가 뭔가 한다고 다리를 혹사시켰지 또 그 이튿날 일요일엔 꼭지(아내)와

가지산엘 다녀왔고 어제 그저께는 이틀 동안 저녁에 술만 먹었지.

그래서 내 몸이 내 몸더러 “너 오늘 죽어봐라.” 며 한마디 하는 것 같다.


일단 꼭지(아내)에게 “잘 도착해서 이제 배내봉으로 올라간다.”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헉헉대며 배내봉에 오르니 하늘은 밝아져 오고 정상석 또한 변함없이 반갑게 객을 맞이해준다.

멀리 가지산에서 능동산까지 지나온 능선들이 희미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이제 영남알프스의 전 산군들이 서서히 잠에서 깨어나고 있는 것이다.


 




                                                                               

▲서서히 어둠이 물러서는 배내봉


 

 



                                                                          

▲간월산가는 길에 바라본 언양방향


 

 


 


                                                                                

▲간월산 가는 길

 


배내봉에서 영축산가는 길은 간월산과 신불산을 오를 때

두어 번의 오름길이 있지만 별로 힘들지 않는 구간으로 기억된다.

또한 능선마다 어느 한곳 막힘이 없어 조망이 좋고 때마침 진달래가 활짝 피어

실크로드의 상징 억새와 더불어 선경을 연출하고 있다.


좌측으로 등억리방향으로 펼쳐지는 실안개 피어나는 아침풍경과

2부능선까지 물들이고 있는 연록의 싱그러운 물결에 혼자서 탄성을 지른다.

이른 아침 산정에서 맞이하는 풍경, 눈길 가는 모든 곳이 그림 같은 전경들이 아니던가.

지금 이 순간 세상에 부러울 게 뭐 있으랴. 산꾼이 된 것이 그냥 자랑스럽기만 하다.


 




                                                                 

▲간월산 가는길에 내려다본 등억리 방향 


 




                                                                      

▲간월산을 오르며 뒤돌아본 배내봉


 

 


 


                                                                                      

▲간월산


 

 


 


                                                                                       

▲간월재

 


간월재를 내려서는데 홀로 방긋방긋 웃으며 올라오는 산님을 만난다.

그 꾸밈없는 해맑은 웃음에 나도 저절로 웃음이 흘러나와 반갑다는 인사를 건넨다.

그 여인도 생긋이 웃으며 반갑다고 했다.

힘든 오름길이라 보통은 얼굴이 찡그려질 텐데도 무엇이 여인을 그렇게 즐겁게 했을까.

산!

산에는 세상의 찌든 모든 것을 감싸 안을 모성의 넉넉한 품이 있기에

우리의 마음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가 보다.

그래서 산정에 서면 우주가 그 속에 있고 우리 또한 우주가 되는가.

우리 마음이 갖는 넓은 우주..



 


                                                               

▲간월재 전망대에 앉아.. 돌탑과 진달래



간월재 전망대에서 앉아 잠시 휴식하며 빵 몇 조각으로 아침을 대신한다.

비대신 화사한 햇살이 돌탑너머를 기웃거리며 나에게 다가온다.

진달래가 방긋 웃음을 터트린다.

해님도 빙긋이 웃는다.



2. 금강산도 식후경? 신불재대피소


간월재를 지나 쉬엄쉬엄 신불산을 오르면서도 아쉬움에 또 뒤를 뒤돌아본다.

멀리 오똑 솟은 운문산과 우측으로 홀로 외로운 고헌산이 손짓하고

가지산에서 능동산, 그리고 간월산까지 지나온 능선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눈이 시린다.

아름다운 풍경들.. 그 풍경들이 그저 고맙기만 하다.


 




                                                                   

▲지나온 간월재와 간월산

 



                                                                    

▲신불산에서 간월산방향으로 뒤돌아본 풍경 


 


 


                                                            

▲실크로드.. 영축산과 죽바우등으로 이어지는 마루금

 


신불산에서의 조망은 굳이 글로 표현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환상적이며 막힘이 없다.

실크로드의 상징인 비단결처럼 끝없이 펼쳐지는 억새평원과

멀리 가야할 영축산에서 죽바우등(투구봉), 오룡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은 차라리 유혹이다.

얼른 달려가고 싶다.


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라면이나 하나 사먹고 가야지.” 하며 천막산장을 기웃거리니

가지런한 빈 탁자만 보일뿐 사람이 아무도 없다. 아직 출근하지 않았나 보다.

할 수 없이 신불산을 내려오면서 보니 신불재대피소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지라

“옳지, 저기는 사람이 있구나.”

산장에 도착하니 몇몇의 산꾼들이 식사준비를 하고 있다. 인사를 나누고

산장안으로 들어가서 “식사 됩니까?” 하고 물으니

어느 한분이 “예”하고 대답한다.

 

 


 


                                                                               

▲신불재대피소 샘터


 


 


                                                                               

▲가천리방향의 조망


 


                                                                       

▲실크로드위로 가야할 영축산과 죽바우등 

 


난롯불을 지피고 있는 분이 주인장 같아서 대뜸 주문을 한다.

“라면 하나 끓여주세요.” 했더니

“여기 주인은 없는데요.” 한다.

헉~~! 이런 실수가.

대피소는 영업하는 산장매점이 아니라 무인대피소였던 것이다.


황당하고 너무 미안하여 어쩔 줄 모르는데

옆에 계신 부부 산님께서

“식사 안하셨다면 여기 밥이 많으니 드시고 가세요.” 한다.

하지만 미안하고 멋 적어서 고맙다는 인사로 대신하고 샘터로 내려가 식수를 보충해 길은 떠난다.

그 한마디가 산에서 흔히 듣는 인사치례의 말과 달라서 무척 고마웠다.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 듯 했다.


신불평원은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홀로 산꾼들이 하나 둘 지나갈 뿐 그저 조용하기만 하고

억새의 스산한 움직임이 무척 외로워 보였는데 군데군데 진달래가 피어서 마음을 달래준다.

아리랑릿지너머로 가천리방향의 탁 트인 조망이 멋지고 그곳을 내려다보노라면

가슴이 휑하니 뚫린 것처럼 후련해짐을 느낀다.


 




                                                                                    

▲가야할 영축산


 


 


                                                                             

▲영축산에서 뒤돌아본 신불산


 

영축산에는 세분의 산님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반가움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인사를 건넨다.

오늘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 때문인지 모르지만 산꾼들이 적어 사람과 마주치기만 해도

그냥 반갑기만 한 것이다. 지난 주 산님들로 북적대던 가지산의 풍경과는 영 대조적이다.


그분들은 비로암으로 하산하고 혼자 영축산에 남아

실크로드 그 억새너머로 가야할 오룡산까지의 마루금을 바라보니 또 가슴이 설렌다.

꼭지와 꼭 같이 가고 싶었던 시살등구간을 혼자 가게 되어 꼭지에게 무척 미안하다.

하지만 억새가 절정인 올 가을 날에는 꼭 함께 가리라..

 



3. 환상적인 마루금.. 영축산~오룡산




                                                               

▲가야할 죽바우등과 오룡산의 환상적인 마루금





                                                                               

▲통도사방향의 조망


 


 


                                   

▲죽바우등 오름길.. 부산일보 산&산, 태극대종주의 세월, 실크로드의 J3 등 낯익은 리본들

 


죽바우등을 헉헉대며 오르다 고개를 드니 낯익은 리본들이 보인다.

실크로드92의 J3와, 태극대종주의 세월팀, 언제나 신선한 산행을 안내하는 부산일보 산&산 팀..

반가운 리본들.. 오늘 끝까지 함께하게 된다.

그들이 있어 새로운 미답지에 대한 용기와 꿈을 갖게 되고 안전한 산행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죽바우등을 내려서니 시살등까지 편안한 억새능선이 이어진다.


시살등에서 오룡산가는 길 또한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적당한 암릉이 자리하고 있어서 조망이 좋고 앙증맞은 바위 사이사이를 수놓고 있는 진달래

그리고 등로 옆에는 노랑제비꽃이 군락을 지어 꽃길을 열어주고 있다.

이름이 ‘오룡산’이면 다섯 마리의 용이 기어가는 형태이리라 혼자 작명(?)풀이도 해가며

아름다운 풍경이 있는 오룡산구간을 오른다.

가끔은 싸리나무가 질투를 하는지 옷가지를 낚아채며 성가시기도 하지만 그 또한 귀찮지가 않다.


 




                                                           

▲죽바우등에서 바라본 시살등과 뒤쪽으로 오룡산 


 


 


                                                                     

▲시살등에서 바라본 천황산 방향 



 


                                                            

▲다섯마리 용이 꿈틀대는 형상의 가야할 오룡산


 


 


                                                         

▲오룡1봉 아래에 있는 동굴 석수통(식수가능)

 


키큰 산죽 길을 지나 진달래 꽃길을 오르니 암봉으로된 오룡1봉이 앞을 가로막는다.

길은 우회로로 되어있어서 아래로 에돌아가는데 좌측에 동굴이 보인다.

위 부산일보 산행안내도에 동굴이라 표기된 부분이 바로 이곳인데

어느 고마운 분이 천장에서 한 방울씩 떨어지는 석수를 담기위해 커다란 20ℓ물통을 받혀놓았다.

종주 중 신불재대피소와 이곳에서 식수를 보충하면 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고

석수는 금방 냉장실에서 꺼낸 생수처럼 시원하고 맛이 좋았다.

 



4. 걷는 맛이 좋은 오룡산~염수봉


오룡산 주봉에 올라서면

가야할 염수봉으로의 부드러운 산마루가 시야에 들어오고 석계공원묘지 방향으로

아기자기한 능선들이 눈길을 끈다. 뒤를 돌아보면 지나온 오룡 1봉에서 4봉..

멀리 뾰족한 죽바우등 너머로 영축산까지 아스라이 조망된다.






                                         

▲진달래너머로 뒤돌아본 오룡1봉과 죽바우등 그리고 희미하게 조망되는 영축산


 


 

                                                         

▲오룡산   * 산에다 마음을 두고 아니온 듯 다녀갑시다 *




            




                                          

▲오룡산에서 가야할 염수봉까지의 부드러운 능선 


 



 

                                                            

▲오룡산에서 석계공원묘지방향으로 하산하는 산님들


 


 


                                               

▲오룡산에서 염수봉가는 군데군데 멧돼지 흔적이 있는 호젓한 솔숲 길

 


오룡산에서 염수봉가는 길은 이정표 따라 우측으로 틀어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직진하면 석계공원묘지로 빠지게 되어 까닥하면 알바하게 된다.

이정표 따라 우측으로 내려서니 소나무숲길이 이어지는데 조망은 없지만 진달래꽃길이 좋고

천혜의 호젓한 산길이라 금방 지나간 듯한 멧돼지 흔적도 많이 눈에 띈다.

어쩌다 홀로 산행하시는 분과 마주칠 때의 그 반가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오룡산에서 30여분 내려서니 드디어 임도가 나타난다.

이때부터 임도를 가로질러 산으로, 또 임도로, 산으로..

그렇게 5-6번 임도를 가로질러 오르면 소금단지가 묻혀있다는 염수봉이다.






                                                          

▲염수봉에서 뒤돌아 본 다섯봉우리가 선명한 오룡산


 


 







                                    

▲염수봉  * 지위나 명예가 없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내가 늘 건강하게 살 수 있는지를 염려하라 *



 


 


                                                                     

▲자동차가 다니는 내석고개

 


가야할 끝이 보이지 않는 내석고개와

그 위로 오똑 솟아있는 뒷삐알산이 위압감을 주고, 지나온 오룡산이 다시오라며 손짓한다.

염수봉을 내려서면 푹신한 낙엽.. 밟을 때 마다 내 스스로 놀랄 정도로 서걱대는 그 소리가 듣기 좋다.

멧돼지 흔적 따라 걷는 맛이 참으로 좋은 곳


그래서 고수(?)가 되면 고속도로 같은 대로(?)를 버리고 기맥, 지맥의 호젓한 산길만 찾아다니는가 보다.

나에게도 그런 날이 올까....

내석고개를 향해 고도가 급하게 떨어진다.

도대체 끝이 보이지 않는다.

얼마나 내려가야 할까

계속 내려간다.

.............



5. 뒷삐알산에서의 알바


뒷삐알산정상부에는 앙증맞은 정상석이 있고 우거진 잡목을 베어내어 조망이 트이게 해 놓았다.

뒷삐알산을 지키고 있는 멋진 소나무 한 그루, 그 사이로 지나온 염수봉과 오룡산

멀리 영축산까지 희미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그런데 이곳에서 오늘 생각지도 않는 알바를 하게 될 줄이야..

길은 정상부에 올라서자말자 직진하지 말고 바로 우측으로 내려서야 했는데

그만 아무 생각 없이 직진하고 말았다.

리본이 양쪽에 다 많이 있었으나 바로 우측 것은 보지 못하고 직진에 걸려있는 리본만 본 것이다.


조금 내려서니 멋진 전망대가 있었는데 위의 산행안내도에 있는 메뚜기바위도 보이고

멀리 지나온 오룡산과 영축산라인이 환하게 보여 “와~ 멋진 곳이구나.” 하고 탄성을 지른다.

내려가다 보면 우측으로 붙겠지 했는데 골프장이 V자로 자꾸만 멀어지는 게 아닌가.

10분이면 골프장에 떨어진다고 했는데 이럴 수가..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15분여 내려온 뒤였다.

외석리쪽으로 빠지고 만 것이다.

눈물을 머금고 다시 백~~


 




                                                                            

▲뒷삐알산 (등로 주의구간)


 


 

 

                                                                       

▲뒷삐알산에서 뒤돌아본 염수봉


 


 

 

                                                 

▲알바중에 바라본 메뚜기바위와 멀리 오룡산과 영축산 라인


 




                                                                      

▲내려서야 할 에덴벨리 골프장

 


정상에 다시 올라가서 보니 바로 우측으로 많은 리본과 (금오산-만어산) 작은 안내판이 붙어있다.

조금만 신경 썼으면 알바하지 않아도 될 구간을 알바 한 것은 피로에 긴장이 풀린 탓이리라 여겨진다.

그래도 산행에서의 알바는 되돌릴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허나 우리 인생에서의 알바는 뒤돌릴 수 없다. 잘못되어도 다시 되돌려 살 수 없는 것이다.


시간도 없으니 더 이상의 알바를 해서는 안되겠기에 정신을 바짝 차리고 골프장으로 내려선다.

이곳이 제일 애매한 구간이 될 것 같은 예감에 긴장을 늦추지 않고 리본에 온 신경을 세운다.

그 흔한 리본이 습지구간에서는 있다 없다를 반복하여 속을 태운다.


 




                                

▲습지근처에서 뒤돌아본 뒷삐알산 (녹색선은 정상등로, 붉은선은 외석리방향으로 알바한 등로)


 


 


                                    

▲습지의 너럭바위 (이 너럭바위를 넘으면 T자 길이 나오는데 습지초소는 우측 길로)


 

 


                                                         

▲습지보호구역 안내판과 임도뒤쪽의 감시초소

 


조금 헤매다가 너럭바위를 넘으니 능걸산 갈림길인 임도다. 마루금은 임도에서 우측으로 이어진다.

습지구역팻말이 여럿 보이더니 습지감시초소가 앞을 가로막는다. 감시원이 나를 붙잡는다.

출입금지구역에 들어왔으니 방문록에 서명하고 가라고 하여 찝찝하지만 서명하고


“안전산을 가려고 하는데 어디로 갑니까?” 하고 물으니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모른다고 한다.

이런~~ 예감이 영 좋지 않다.

 



6. 미로속의 마루금.. 뒷삐알산~안전산


도로를 건너 조심조심 스키공사장 따라 마루금을 그어간다.

공사장위에 오르니 희뿌연 가스로 인해 산마루가 제대로 가늠되지 않아 어디가 어디인지 분간할 수가 없다.

꼭 산에만 가면 허둥대고 제 정신이 아니니 이는 무슨 징조인지 모르겠다.

작년에 천태산간다는 것이 반대쪽으로 빠져서 헤매었고 만어산구간에서도 길을 잘못 들어

2시간 가까이 온 산을 헤집고 다녔었다.

그래도 산행급수는 늘어나지 않아 여전히 알바를 밥 먹듯이 하니 원~~


“혹시 ‘안전산’을 아세요?”

휴게소에 물어봐도 손님들에게 물어봐도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오히려 나의 행색을 훑어보며 도로에서 헤매고 다니는 내가 한심하다는 눈치다.

매봉방향으로 10분여 능선을 걸어가 보아도

어디를 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스키장공사 때문에 없어진 마루금

 


안전산!

안전산!

불러도 대답 없는 ‘산’이여

“도대체 안전산은 어디 있는 거야.”

혼자 투덜거리며 도로가에 퍼질고 앉아 잠시 생각을 정리한다.

여기서 마루금을 찾지 못하면 실크로드미아가 될 판이다.

구름이 몰려오고 찬 바람 몰아치는 것을 보니 잠시 후면 비도 내릴 것이고 날이 어두워 질 텐데..


“아! 내가 왜 그 생각을..”

퍼뜩 정신을 차리니 이미 실크로드를 끝낸 거꾼(?)들이 생각난다.

먼저 운해아우에게 전화를 때린다.

삐리릭!!

그 음은 경쾌했으나 신호만 계속 울린다.


이번엔

단숨에 무박으로 끝낸 불암아우에게 전화를 때린다.

삐리릭!!

소리는 경쾌했지만 역시 신호만 계속 울어댈 뿐이다.

“하긴 산꾼이 휴일에는 산에 갔을 테니 전화를 받을 수가 있겠나.” 혼자 위로하며

평소에 전화를 잘 받던 진아우가 생각난다.

“그렇지 얼마 전 구간종주를 끝낸 진아우가 있었지.”


사정없이 전화를 때렸다.

삐리릭!!

역시 음은 경쾌하다.

“어! 성님.” 약간 놀라는 듯한 목소리가 전화기를 울린다. 역시 몸짱답게 목소리도 크다.

이 얼마나 반가운 진아우의 음성인가. 절박한 순간에 구세주가 따로 없다.

마음을 가라앉히며 그래도 서두 인사말은 해야지 싶어 젊잖게

“아우, 지금 어디인가?”

“지난번에 하던 2구간 끝내고 지금 집으로 가는 길입니다.”


“난 지금 스키공사장 도로위쪽인데 밀양댐방향 이정표가 보이고..” 어쩌고저쩌고 한참을 떠들어댔더니

“성님요, 그냥 지방도로 따라 쭉 내려가면 우측으로 급하게 꺾이는 곳이 나오는데

거기 좌측으로 리본 많이 붙어 있심더. 글로 올라가면 안전산입니더.”

“아~~! 고마워.” 휴~


 




                                                        

▲통신철탑을 지나 진달래가 활짝 핀 '안전산' 가는 길


 


 


                                                     

▲불러도 대답없는 '산'이여~~ 그렇게 애타게 찾던 안전산 정상석 


 

 


 


                                                                      

▲실크로드 3구간의 종착지 배태고개

 


안전산에는 별 조망도 없고 초라한 정상석이 자리하고 있다.

“이제 다 왔구나.” 안도의 한숨을 쉬며 반가워 포옹이라도 해주고 싶지만

바쁜 몸이라 참고 리본 따라 내려선다.

배태고개로 하산 길은 오르내림이 없는 폭신한 낙엽길이다.

조망은 없지만 진달래와 우거진 솔숲, 연록의 봄빛이 가득한 숲길이 정겨워 휘파람불며 내려간다.

드디어 실크로드 3구간을 마감하는 순간이다.


배태고개에 도착해 택시를 기다리니 이제야 빗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일기예보가 틀려서 행운이었고, 적당한(?) 알바로 인해 긴장감속에서도 즐거웠던 3구간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끝으로 구세주 같은 진아우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 끝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