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행/영남알프스

실크로드92 제1구간(비학산-구만산)

산사랑방 2008. 12. 27. 08:21

                                         

실크로드 92 환종주(1) / 영남알프스 (비학산-구만산)

            

                                                         

2007. 3. 18 (일) 맑음


                                                              

산사랑방 홀로

 

 



                                                                

▲비학산을 지나 302봉에서 바라본 청도방향의 운해

 

 

--- 산행경로---


06:10 남기리 정문 -산행시작-

06:40 비학산

07:00 굴던바위

07:40 비암고개(155m)

08:30 보두산1

08:52 보두산2

09:10 낙화산

09:30-09:40 전망대

10:10 중산

10:30 습지(475m)

10:45 디실재

11:15 백암봉(정상석 없음)

11:50-12:20 용암봉

12:52 오치고개(460m)

13:20 오치령(440m)

14:10 육화산 갈림길

14:55 구만계곡(구만산) 갈림길

15:25 흰덤봉

15:30 장연리 갈림길

16:10 구만산 갈림길

16:25 구만산

16:40 구만산 갈림길

16:50 →억산↓봉의(인곡)저수지 갈림길

17:45 봉의저수지(인골산장) -산행종료-


총 산행시간 11시간 35분(약 27.2km)


서대구-밀양 남기리 정문 : 차량운행거리 75km / 소요시간 50분

차량회수 : 송백개인택시 011-488-6104  / 인골산장-남기리 정문(메타요금 17,000원)


 


 





                            

▲비학산 정문(정절문사당) 들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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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크로드 92 환종주(영남알프스 92 환종주)의 개념


영남알프스란 밀양, 양산, 울산, 청도, 경주에 형성된 산군(山群)들 중 해발 1천m 이상의 산들,

즉  가지산(1240m), 간월산(1083.1m), 신불산(1208.9m), 영축산(1092m), 천황산(1189m),  재약

산(1108m), 운문산(1188m) 등 통칭 7개의 산들을 말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일대의 산들을

더 넓게 포함시켜 고헌산(1032m), 문복산(1013.5m), 상운산(1117m)을 포함시키기도 한다.


위에서 언급한 10개의 산군에 눈이 내리면 마치 알프스산을 연상할 만큼 아름다운 산이라 하여

산꾼들 사이에 영남알프스란 말이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영남알프스로 자리 잡았다.

또한 능선을 걸어갈 때 은빛억새가 마치 실크처럼 반짝인다고 하여

<실크로드>란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영남알프스 7개봉 종주는 명백한 강줄기의 흐름 때문에 단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산자분수령에 위배되지 않는 즉, 물을 건너지 않는 진정한 종주코스는 없을까하는

의구심이 산꾼들로부터 일기 시작하여 산거북이님을 비롯, 마이너님, 그리고 운해님과 함께

결국 물길을 건너지 않는 이른바 <영남알프스 92환주>라는 동그란 환모양의 종주길이

탄생하게 이르렀다. 그 도상거리만도 아래와 같이 92Km에 이르는 환상의 능선길이 된다.


 

영남알프스는 신상표의 저자이신 박성태님의 지도에서 보면 운문지맥과 영축지맥

그리고 낙동정맥이 지나는데, 두 개의 지맥과 낙동정맥 일부구간을 연결하면

92km에 달하는 환주(원점회귀 산행코스를 환주라 부른다) 코스가 탄생한다.

이미 많은 분들이 이 코스를 따라 무박산행과 구간산행으로 산줄기를 이어가고 있다.


환주코스의 정맥과 지맥에 해당하는 구간을 살펴보면


비학산에서 가지산에 이르는 운문지맥 35km구간

가지산에서 영축산에 이르는 낙동정맥 17km구간

영취산에서 용두목에 이르는 영축지맥 40km구간


이 거리를 합산 해 보면 GPS실측거리 92km가 완성된다.


접근거리까지 합하면 110~120여km로 무박연속종주시 보통 50시간내외가 걸린다고 한다.

난이도는 처음 비학산부터 빨래판능선이라는 이름으로 산꾼들의 진을 빼기 시작함으로

지리태극보다 더 힘들다고 하지만 산꾼이라면 자신의 걸음에 맞추어 한번쯤은

도전해보고 싶은 코스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꼭 무박종주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이제 <실크로드 92환주> 그 첫걸음을 시작하면서 산거북이님, 운해님, 불암산님, 이원호님

그리고 지도제작에 힘쓰신 마이너님, 코스개발을 위해 피와 땀을 흘리며

족적을 남기신 ‘J3클럽’ 회원님들 그 외 많은 선답자들께 감사를 드리며 위의 글들은

그분들의 산행후기를 발췌 참조하였음을 밝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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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실크로드92 들머리인 남기리 정문(정절문 사당) 찾아가기


남기리 정문사당은 고속도로 인터체인지 건너편에 있으므로 밀양I.C를 빠져나와

4차선국도 언양방면으로 진행하면 바로 금천리로 내리는 길이 나오는데

금천리로 내려 굴다리 밑을 통과하여 다시 거꾸로 밀양방향으로(옛날구길) 가면

금천교가 나오고 금천교를 건너면 바로 우측에 정문사당이 보입니다.


 



                                                        

▲비학산 초입인 남기리 정문(차량회수 때 찍은 사진)



2. 꿈의 길.. 실크로드 92의 첫걸음


청도휴게소에서 우동 한 그릇으로 아침을 대신하고 길을 나서니 서서히 안개가 시야를 방해한다.

작년에 육화산을 오를 때도 안개가 자욱했는데 멋진 운해를 보지 않았던가.

예감이 아주 좋다. 날씨도 좋을 것 같고..

하지만 어둑한 새벽녘이라 남기리 정문을 찾지 못해 국도를 10분정도

한바퀴 돌고나서야 사진에서 본 들머리를 찾는다.


산행준비를 하고 리본 따라 초입에 이르니 드디어 염원하던 <실크로드92>의 문이 열린 것이다.

하지만 맨 먼저 잘 다듬어진 묘지가 반겨준다.

홀로 산꾼에게 있어서 묘지는 친근하게 느껴지지만 곤히 자는 송장님? 깨웠다간

산행하다 무슨 날벼락이 떨어질지 몰라 조용히 지나간다.


비학산 고도가 318m라 낮지만 뾰족한 세모꼴모양이라 몸도 풀리기 전에

급경사길 치고 오르니 이건 완전히 죽을 맛이다.

사서하는 고생길 누가 대신 걸어줄 것도 아닌지라 헉헉대며 오른다.

하지만 솔가지 폭신하게 깔린 소나무숲길이 운치가 있어서 지루한 줄 모르고 오르니

솔향의 내음이 새벽공기를 더욱 신선하게 한다.


 



                                                            

▲ 묘지와 비석이 대신차지하고 있는 비학산 정상

 

 




                                          

▲시원한 솔바람과 오늘 끝까지 경쾌한 발걸음을 선사하는 솔 숲길

 

 


 


                                                                                

▲봄의 전령 생강나무

 


비학산 정상에는 정상석대신 묘지와 그의 비석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단장천 너머로는 떠오르는 햇살이 부드럽고 청도천에서 피어오르는 운무는

노고단운해를 연상케하니 어디가서 이런 풍경을 접할 수 있을까.


그뿐이 아니다.

봄을 실어 나르는 노란 생강나무꽃이 엷은 햇살에 비학산을 더욱 노랗게 물들이니

이미 봄도 비학산자락을 거슬러 실크로드 그 길 위에 있음을 느낀다.

이제 막 피어오르는 진달래꽃봉오리는 부끄러워 얼굴 빨개지는 시골처녀의 모습이라

이만하면 꼭지(아내)대신 오늘 함께할 수 있는 연인(?)들이 다 모인 셈이다.



                                                                   

▲뒤돌아본 능선

 

 



                                       

▲굴던바위에서 뒤돌아본 실안개 피어나는 남기리와 최종 날머리인 산성산 방향

 

 


3. 선경이 어드메요.. 비학산에서 보두산


비학산을 내려서니 아~~~ 급경사 내리막이다.

힘들다고 소문난 빨래판능선이 시작된 것이다. 또 오를 길이 두렵지만 어쩌라.

그래도 갈 길이 먼지라 성큼성큼 서둘러 내려간다.

솔숲길이 조금 지루하게 느껴질 즈음 전망 좋은 굴던바위암반이 바쁜 걸음을 잡는다.


가야할 보두산과 낙화산, 중산이 원을 그으며 시선을 끈다. 그뿐인가.

그 안으로 아담한 산촌마을을 감싸고 있는 꾀꼬리봉까지 시야에 들어오니

모든 것이 정겨운 풍경들이다.


 



                                                         

▲운해가 산을 넘고.. 가야할 보두산과 낙화산

 


고개를 돌리면 실안개 피어오르는 남기리방향의 조망이 멋지고

고속도로 건너편으로는 날머리인 산성산이 언제 오냐며 고개를 내밀고 손짓한다.

그 너머 작년에 만났던 만어산은 귀를 쫑긋 세우고 “반갑다며.” 안테나를 흔들고 있고

멀리 암봉의 금오산은 송곳처럼 뾰족이 솟아올라 그 위엄을 뽐낸다.


그 아름다운 전경에 싱겁게 혼자 감탄사를 연발한다.


“역시 실크로드야~~!”


 



                                                                                  

▲소나무와 운해

 

 




                                                                                

▲뒤돌아본 302봉

 


302봉에서 좌측 동창천과 청도천으로 트이는 조망은 마치 선경을 연출한다.

운해.. 이른 시간에만 만날 수 있는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산행에서 늘 우리가 꿈꾸고 만나고 싶어 하던 광경이 아니던가.

너무나 아름다운 전경에 도저히 혼자보기가 아까워 폰 사진을 찍어 꼭지(아내)에게 보낸다.


컨디션은 어떠냐는 둥, 운해와 산풍경이 너무 멋지다는 둥..

꼭지의 염려스런 전화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참동안 수다를 떤다.

고도가 낮아서 그런지 산행 내내 휴대폰은 잘 터지고 좋았다.


꼭지의 전화와 그 황홀경에 빠져 있다보니 빨래판위를 걸어도 힘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낀다.

빨래판 아니 톱날능선이 펼쳐져 있다 해도 전혀 힘들 것 같지 않았다.

비암고개에 내려서니 고도는 끝없이 떨어져 155m를 가르치고 있다.


보두산까지 400m의 고도차가 나니 땀깨나 흘려야겠지만

톱날처럼 뾰족한 암봉이 억새를 나부끼며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억새가 나부끼는 톱날능선.. 그 이름에 어울리듯 동서남북 막힘없이 조망되니

오늘 산행 중 최고의 포인트가 아닌가.


지리산을 17번이나 올랐던 ‘남명 조식’선생은

“선을 좇는 것은 산을 오르는 짓과 같고 악을 좇는 것은 무너져 내리는 것과 같다.”고 했으니

인간사 덕을 쌓고 정도를 걷는 일이 그만큼 힘들다는 뜻일 것이다.

그 큰 것을 몸소 체험하는 실크로드야 말로 진정한 인생의 스승이리라.


 



                                                                        

▲보두산을 오르며 뒤돌아본 풍경


 



                                                                               

▲보두산아래 암릉길

 

 



 


                                                                 

▲작은 보두산에서 바라본 남기리 방향


 


4. 산꾼이 꿈꾸는 풍경.. 낙화산에서 중산


보두산은 정상석이 두 개인데 아래위로 고도차가 100m에 가깝다.

아래는 앞이 훤히 트이고 조망이 일품인데 반해 위의 정상은 조망이 거의 되지 않는다.

꼭 높고 낮음을 떠나 조망권이 없는 곳의 정상석은 조금 초라하게 느껴진다.


보두산은 옛날 중국의 고관 보담이 나라에 죄를 짓고 귀양살이하러 온 곳이라 하여

보담산이라고도 한다지만 중국에서 이 좋은 곳에 왔다면 귀양살이가 아니라

신선놀음하러 온 것이 아닌가. 낙화산은 임진왜란때 왜군을 피해 산으로 들어간

한 여인이 결국 발각되자 절벽에서 스스로 몸을 던져 목숨을 끊어 정절을 지켰다고 한다.

그 바위가 낙화암이고, 그 후 산이름도 낙화산으로 불렸다고 한다.


 


 

                                                    

▲빨래판능선.. 그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너무나 아름다운 능선

 

 

 



 

                                                                           

▲동창천을 덥고 있는 운해

 

 

 








                                         





▲중산아래 전망대에서.. 비학산-보두산-낙화산을 지나 걸어온 황홀한 능선

 


중산에는 작은 정상석이 앙증맞게 앉아 있고 잡목너머로는 가야할 길이 아스라이 조망된다.

희미한 직진길과 리본이 많은 우측길, 두 갈래길이라 약간 헷갈리긴 하지만

나중에 두 길은 서로 만나게 된다. 하지만 “J3클럽” 리본따라 우측으로 조금가면

╣자 갈림길이 나오는데 이때 좌측으로 틀어야 한다. 계속 직진하면 꾀꼴꾀꼴울어대는 꾀꼬리봉으로 빠지고 만다.

오늘 산행 중 유일하게 조심할 구간이다.


 



                                                                

▲가야할 구만산에서 억산, 멀리 운문산과 가지산


 



 


                                                      


 

 

“J3클럽”리본따라 중산을 내려서니 고도가 또 급하게 떨어지는데

부상중에도 끝까지 무박종주하신 산러브짱님의 리본이 보여 더욱 힘이 난다.

“J3클럽”리본이 보이면 일단 실크로드 그 중심에 서 있다는 느낌에 안심이 되고

주위의 산꾼들의 리본이 보이면 그 분들을 직접 만난 것처럼 반갑게 느껴진다.

 



5. 걷는 맛이 좋으나 지루한 길.. 용암봉에서 구만산


중산을 내려서면서부터 소나무와 잡목으로 조망이 없는 대신 보송보송한 낙엽길이 걷는 맛을 선사한다.

또한 양지쪽 사면에는 분홍빛의 노루귀가 군락을 지어 이제 막 꽃봉오리를 터뜨리며 인사를 건네니

그 고운자태에 무심코 내딛는 걸음이 그들을 밟을까 더욱 조심스러워진다.


정상석이 없는 백암봉에서 <실크로드92>를 걷고 계신다는

산님 두분을 만나 이분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흰던봉아래까지 동행을 한다.

하루 5-6시간코스로 이 길을 구간구간 나누어서 걸어간다고 하니 응원자를 얻은 듯 가슴이 뿌듯하고

이미 실크로드는 많은 산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


 



                                                                     

▲가야할 육화산과 구만산, 억산이 시야에

 

 




                                            

▲실크로드.. “이 곳을 통과하는 자, 진정 생명이 불타고 있음을 느끼리라.”


 



 

                                                                    

▲세 그루의 소나무가 정겨운 오치령



멀리 구만산에서 가지산에 이르는 마루금이 스카이라인으로 다가오는데

하얀 눈으로 인해 가지산은 운문산보다 더 낮게 보인다.

가지산정상부가 하얀 눈으로 덮여 있는 것을 보니 오늘 멋진 서리꽃이 피었으리라.

역시 영남알프스는 우리가 아껴야 할 산꾼들의 보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용암봉아래 억산과 운문산이 조망되는 암능에 앉아 꼭지(아내)가 정성스레 준비해준

도시락을 먹고는 오치령을 지나 560봉과 조망이 좋은 653봉을 우회하여

지루한 길을 한 시간여 걸으니 육화산 갈림길이다.


육화산에 서면 굽이굽이 흐르는 동창천과 장연사지가 있는 장연마을풍경이 그만인데..

몸은 가고 싶지만 마음 뿐, 왕복 40여분 거리라 다리도 아프고 하여 그냥 통과하기로 한다.

어차피 육화산은 마루금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며 이제는 스스로를 위안할 정도로 자신에게 관대해졌다.


 



                                             

▲흰덤봉 가는 길.. 이곳을 지날 때면 나무들의 숨소리가 들린다.


 

 


 


                                                       

▲(흰덤봉)정상석은 없으나 산님들의 정성이 빛나는 곳이다. 


 




 

                       

▲흰덤봉에서 내려다본 육화산 들머리인 장연리 마을.. 멀리 굽이굽이 흐르는 동창천의 흐름이 아름답다. 

 


흰덤봉에서 40여분 또 조망이 없는 지루한길이 이어진다.

능선은 밋밋하게 보였었는데 생각보다 오름과 내림의 굴곡이 심하게 느껴진다.

아마 몸이 지쳐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껴질 것이다. 어느 한 순간 캄캄한 터널을

빠져나온 것처럼 갑자기 시야가 트이더니 억산이 손이 잡힐 듯이 시원한 조망이 펼쳐진다.

사자바위의 포효가 들리는 듯.. 이미 구만산이 지척이니 오늘의 산행을 마감할 순간이다.






 



                                              

▲가야할 억산과 그 옆으로 사자바위의 암봉이 시선을 압도한다.


 



 

                                                                          

▲하산길의 가인계곡

 


봉의저수지에 내려와 미리 입력해둔 택시에 전화하고 100m도 걷지 않았는데 벌써 택시가 도착한다.

우잉~~@ 비행기 택시인가??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분 댁이 이곳(가인리)이었다.

 

오늘 하루 선경에 머물렀던 시간들..

너무나 행복한 산행이었다.

진정 <실크로드92>는 많은 산꾼들의 사랑을 받을 것이다.

 


 - 끝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