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 꽃으로 피어난 겨울나무들의 유희를 보셨나요.
2007. 1. 28. (일)
꼭지(아내)와 둘이서 (안성⇔향적봉)
▲겨울나무들의 유희.. 백암봉(송계삼거리)에서
겨울날
하얀 눈을 이고선 산정이 어데 아름답지 않은 곳이 있겠습니까만
그중에서도 시원한 조망과 눈꽃이 아름다운 덕유산을 빼놓을 수가 없지요.
그래서 꼭지(아내)와 새벽 일찍 대구를 출발해 덕유산을 다녀왔습니다.
안성에서 향적봉까지 그것도 왕복으로 걸었지만 전혀 지루한 줄 몰랐고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그 태고의 흰빛에 벅차오르는 가슴을 억누르지 못했습니다.
07:30 안성탐방지원센터(구,안성매표소)
10:00 동엽령
11:15 백암봉(송계삼거리)
12:00 중봉
12:30-12:50 향적봉대피소
13:00 향적봉
13:30 중봉
14:00 송계삼거리
15:00 동엽령
16:30 안성매표소(원점회귀)
총 산행시간 : 9시간 / 왕복 18.6km(안성⇒향적봉 9.3km)
04:30 대구출발 / 07:20 안성도착 / 차량운행거리 160km
대구에서 88고속도로 거창을 지날 때까지도 눈은 전혀 보이지 않았는데
함양이 가까워오니 차량불빛 속으로 하얀 눈이 드문드문 보이기 시작합니다.
덕유산.. 눈 내리는 날 맞추려고 많이도 별렀었는데...
아! 오늘 멋진 설경을 보겠구나.
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밥은 먹고 가야지.
흥분대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함양휴게소에서 두부찌게로 아침을 먹고 출발합니다.
덕유산I.C를 빠져나오니 기대하던 대로 들녁에는 눈이 소복히 쌓여있습니다.
고속도로와는 달리 안성가는 지방도로는 제설작업의 되어있지 않아
온통 눈으로 덮혀 빙판길이 되어 있습니다.
아이젠을 판매하는 차량이 눈에 띠어 살까 생각했지만 가까운 거리라
그냥 조심조심해서 갑니다.
▲길.. 우리네 인생도 이처럼 포근하고 아늑한 길이었으면
▲저 무거움도 견뎌내는 인내.. 어찌 산죽이 가냘프고 헤프다고 할까.
▲땅을 내려다보고 하늘을 올려다보아도 눈에 보이는 건 온통..
▲사람과 자연.. 동엽령 가는 길
안성매표소(탐방지원센터)에 도착하니
간간이 눈발이 날려서 운치를 더해주는데다 온 천지가 새하얗습니다.
“햐~~세상에 이럴 수가!” 꼭지가 탄성을 지릅니다.
혹시 입산통제된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들어 매표소를 기웃거리니
공단직원도 보이지 않아 안심을 하고 빼곡히 열려있는 철문으로 발을 옮깁니다.
계곡의 바위돌 위에도.. 등로 위에도.. 키 작은 산죽..
그리고 아름드리 소나무위에도 가지가 휘어지도록 흰눈이 고루고루 내려앉았습니다.
▲바람이 만들어내는 풍경들
▲생명을 다하며 누웠어도..
▲서로서로 손 잡고..
▲바람이 마중나오는 동엽령
▲마음이 아늑해 지는 포근한 길..
모나지 않는 흰빛의 둥근 세상
그 곳에는 가식 없는 태고의 아름다움이 있기에 우리는 마음 설레고 감격해하는가 봅니다.
눈은 모든 것에 고르게 닿아 온 산야를 하얗게 묻어버리며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흰색에는 더 이상 더할 수도 뺄 수도 없는 자유로움이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그 어떤 다른 색으로도 변신할 수 있으니
흰색의 의미는 진정한 자유일겁니다.
동엽령에 올라서니
외로움에 지쳐 잇던 바람이 반가운 몸짓으로 달려듭니다.
바람은 밤새 우리를 기다렸다는 듯이 가슴속을 파고드는데 우리는 외면하고 말았습니다.
그 바람 속에는 밤새 있었던 덕유의 아름다운 겨울이야기들이 실려 있었을 텐데..
우리는 추위가 싫어 그만 눈꽃터널 속으로 몸을 숨겼습니다.
그들과의 대화
유일하게 마음이 통할 수 있는 길이었는데..
................
▲백암봉 오름길.. 무척이나 힘든 길
▲백암봉(송계삼거리)
▲바람의 흔적들..
찬기운속에서도 몸에는 열이 나고
오름길에서는 언제나 힘들어하던 꼭지의 발걸음도 오늘은 가볍게만 보입니다.
백암봉을 지나 중봉에 올라섰을 때는
높은 산정.. 어느 한 곳 남김없이 하얀 바다가 되어 있습니다.
하늘마저 하얗게 덮어 버렸습니다.
겨울나무들은 바다 속의 산호초 같은 환상적인 꽃을 피워 산객들을 유혹하건만
주능선들은 무엇이 부끄러운지 운무 뒤로 꼭꼭 숨어버렸습니다.
▲백암봉을 지나 중봉 오름 길
▲중봉
맑은 날은
남덕유산까지 펼쳐진 시원한 조망에 마음이 설레곤 했는데
오늘은 흩뿌리는 눈발이 그 빈 가슴을 채워줍니다.
부챗살처럼 펼쳐지는 산마루들.. 그 후련한 조망의 호사스러움을 누리지 못해 아쉽지만
그래도 눈 내리는 날의 덕유산은 무릉도원과 같은 선경입니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썩어 천년.. 그래서 삼천년을 산다는 주목
▲'역시 살아 있을때 받아내는 무게가 더 무거워' 우리네 인생처럼..
▲향적봉 대피소
▲눈은 바람에 이리저리 흩어져 내려도 어느한 곳 치우침없이 고르게 내려 앉는답니다.
덕유평전의 주목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썩어 천년 그래서 삼천년을 산다는 주목
하얀 눈을 이고선 고고한 모습에 그 많은 세월의 무게가 느껴집니다.
아름답습니다. 가슴이 두근거리도록..
그것을 담기위해 출사꾼들이 커다란 삼각대를 치고 조리개를 맞추며 부산하게 움직입니다.
어찌 사진 몇 장으로 그 장엄한 아름다움을 나타낼 수 있겠습니까만
아아!! 감탄사를 연발하고
앞 다투어 그 앞에 서서 사진을 찍고..
우리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이렇게 하찮은 것뿐일 것입니다.
주목나무를 지나 대피소가 보이면서 문득 잊고 있었던 배고픔이 몰려오는지라
테이블 한 켠에 꼭지와 마주 앉아 따뜻한 컵라면으로 허기를 달랩니다.
그리고는 팩소주 한잔씩 건배하며 오늘의 눈꽃산행을 자축합니다.
▲심연
▲중봉을 내려서며..
▲누구를 위한 몸짓인가.
예전에 꼭지는 향적봉에만 올라서면 곤돌라타고 내려가자고 보채곤 했습니다만
오늘은 왔던 길 다시 가자하는데도 전혀 투덜거리지 않습니다.
동엽령을 내려서도 안성매표소까지 계속되는 눈꽃터널
설화의 천국.. 겨울나무에 피어난 하얀 산호초 같은 눈꽃 속에서
꼭지와 하루 종일 걸을 수 있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덕유산은 우리부부에게 설산에 대한 목마름을 다 채워주었습니다.
산이 있어서 행복했고
그 속에 우리가 있어서 더욱 행복했던 하루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 끝 -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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