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 환종주1.
수승대에서 세속의 시름을 잊다.
<수승대에서 말목재를 넘어 지나온 능선들>
'덕유산 환종주'는
수승대에서 출발하여 성령산-말목재-현성산 갈림길-금원산-수망령-큰목재-월봉산-남령-
남덕유산-삿갓봉-무룡산-백암봉-지봉-대봉-갈미봉-아랫칡목재-시루봉-호음산-수승대로
이어지는 도상거리 약 52km의 물을 건너지 않는 환모양의 산줄기를 말한다.
덕유산 환종주 위성도(출처 : J3클럽)
'J3클럽'에 의해 2007년도에 개척된 코스다. 꼭지와 대간 덕유산구간을 종주하면서
대봉에서 호음산으로 이어지는 능선들을 바라보며 언젠가 이 능선을 걸어보리라 마음을 먹었었다.
J3는 무박으로 끝냈지만 감히 엄두를 못내고 우리는 4구간으로 나누어서 진행하기로 한다.
하지만 꼭지가 사정으로 함께 갈 수 없다하여 혼자 길을 나선다.
덕유산 환종주도 (지도를 클릭하면 크게 보입니다)
제1구간 (수승대 - 금원산 - 월봉산 - 남령) 약18km
<수승대 주차장에 세워져있는 안내도> 07:03
개인마다 들머리 선택의 차이가 있지만 2번 구연교에서 홍색선방향으로 진행하였다.
지도상의 경계 마루금을 기준으로 삼았다.
주차장의 고도는 300m
금원산의 고도가 1353m이니 표고차가 1000m나 된다.
환종주중 오늘 코스가 가장 힘들지 싶다.
운치있는 현수교
밤에는 다리에서 비치는 불빛이 주위의 경관과 어우러져 참 아름답다고 한다.
그렇다고 밤까지 기다릴 수도 없고 하여 일단 다리를 건넌다.
들머리를 찾기위해 J3리본을 찾아보지만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원각사 방향으로 상류따라 걸음을 옮긴다.
계곡의 물소리가 조용조용들린다.
가뭄은 물소리조차 숨죽이게 만들어버렸나 보다.
<구연교와 너럭바위>
수승대에 대해서 잠깐 살펴보았다.
수승대는 삼국시대에 백제에서 신라로 사신을 떠나보내던 곳이라 하여
처음에는 돌아오지 못할 것을 근심했다는 뜻으로 수송대라 불렀다.
조선 중종 때 '요수 신권'선생이 이곳에서 은거할 당시, 퇴계 이황 선생이 수승대의 아름다움을 전해 듣고
방문하던 중 그만 왕의 부름을 받고 발걸음을 돌리게 되었다.
이곳의 산수를 본 퇴계는
속세의 시름을 잊을 만큼 경치가 빼어난 곳이라고 격찬하였다.
그리고 근심을 보낸다는 뜻의 '수송대'라는 이름이 주위 경관에 비해 아름답지 못하다며
수승대라 고칠 것을 권하는 사율시를 지어 요수에게 보냈는데
이후 수승대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수승대는 본래 높이 10m의 커다란 천연바위로 덕유산에서 흘러내린 계곡물이 위천으로 흘러들어
큰 못을 이루면서 생겨났으며 수승대 위에는 자고암과 요수정, 관수루, 구연서원 등이
수려한 경관속에 어우러져 있다. 1986년 국민관광휴양지로 지정되었으며
야외수영장과 야영장, 각종 놀이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구연교 옆에 위치한 요수정>
요수정은 중층의 정자로 '요수 신권' 선생이 풍류를 즐기며 제자를 가르치던 곳이다.
1542년 구연재와 남쪽 척수대사이에 처음 건립하였으나 임란 때 소실되어
그 뒤 1805년 후손들이 수승대 건너편 현 위치로 이전하였다고 한다.
요수정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세속의 시름을 잊기에 충분하다.
30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에고~~ 내 정신 좀 봐..
요수정에서 상류로 500m정도 걸으니 '정상500m' 이정표가 반긴다. (07:34)
지도를 확인하니 마루금으로 이어질 것 같아서 바로 오른다.
수승대에서 이미 세속의 시름을 잊었고 산문에 드는 순간 이제는 나를 잊는다.
그래도 한 가지 근심은 남는다. 길이 맞나?
이정표에서 5분여 올라서니 건너편으로 환종주의 날머리가 보인다.
나중에 저곳으로 내려서면 성공할 것 같다.
길이 맞긴 맞나? 근심을 안고 오르는데 백구를 데리고 산책나온 주민을 만났다.
반가움에 인사를 나누고
"이곳으로 가면 금원산으로 갈 수 있습니까?" 하고 물으니
"금원산은 이쪽이 아닌데.." 하며 걱정하는 투로 나를 쳐다본다.
"그러면 현성산으로는 갈 수 있습니까?" 하고 다시 물으니 그때서야 고개를 끄덕여 준다.
동네주민도 이곳으로 오르면 금원산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가 보다.
현성산으로는 갈 수 있다니 일단 길은 제대로 찾은 것 같다.
이제 근심까지 내려놓는다.
정상에 올라서니 헬기장이 있고 그 옆에는 이정표가 정상석을 대신하고 있다.
현성산 이정표는 없으나 리본이 붙어있는 헬기장 우측길을 따른다.
좌측은 수승대야영장으로 하산하는 길이다.
길은 희미하지만 또렷하다. 멀리 현성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그제야 빛은 바랬지만 애타게 찾던 'J3'리본과 '국제신문'표시기가 보인다.
반갑다.
가지치기 작업으로 베어낸 소나무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말목재에 내려설 때까지 긴장은 하였지만 산길이 호젓하여 걷기가 좋았다.
하지만 여름에 녹음이 우거지면 진행하기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말목재 (08:15)
자동차는 아래 터널로.. 사람은 위의 동물이동통로로..
( 08:53 )
말목재에서 잠시 휴식하고 20여분 경사를 치고 오르니
현성산 1.3km라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고, 길은 좌측으로 급하게 꺾인다.
마루금 우측은 특용작물 재배지로 출입을 통제한다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주 능선에 올라서니 지나온 능선이 환하게 보인다. 녹색선은 덕유환종주의 예상되는 날머리
뒤로 멀리 오도산과 비계산도 시야에 들어온다.
때로는 바위를 타 넘기도 하고 암봉을 우회하기고 하며..
그 때마다 막힘없이 펼쳐지는 조망에 혼자만의 탄성을 지른다.
햐~~ 좋다!
우측으로 현성산 암군이 살짝 보이고 뒤쪽으로 기백산에서 흘러내린 산줄기가 시원하다.
뾰족한 봉우리 너머로
다음에 내려서게 될 날머리와 우측으로 걸어온 능선이 시야에 들어온다.
처음 만난 로프구간을 지나 암봉에 올라 뒤를 돌아본다.
멀리 가야산이 희미하게 보이고 지난번에 만났던 오도산과 비계산도 반가움을 표시한다.
거창에는 어디를 둘러보아도 산들이 많아서 좋다.
산산산..
행복이 쌓여가는 소리다.
삼각점이 있는 필봉에서 바라본 현성산
드디어 가야할 금원산이 어서오라며 손짓한다.
낙엽이 쌓여 발목이 푹푹 빠진다. 스틱도 힘을 쓰지못하고..
오름길은 급경사인데다 낙엽이 덮혀 미끄러워 진행하기가 무척 힘들다.
꼭지가 함께 왔으면 고생깨나 했을 것 같다.
<현성산 갈림길> 10:21
이정표가 있어야할 지점인데 이정표는 보이지 않는다.
단지 표시리본만이 양쪽에서 바람에 파르르 떨며 길을 안내한다.
저 아래 수승대에서 현성산까지 5.5km라는 이정표에 표기된 거리가 맞지 않는 것 같다.
1.3km의 거리를 1시간 30분 걸릴 수는 없는 일..
5.5km가 아니라 7km는 되어보인다.
고도 1300지점
금원산이 가까워지니 빙판으로 변한 등로가 나와 숨박꼭질을 하자고 한다.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고 낙엽아래에 숨어서 있는 듯 없는 듯 귀신 흉내를 낸다.
아마 내가 쫄딱~! 하고
미끄러지기를 바랄 것이다. 고소한 미소..
그렇다고 콩~! 하며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찍을 산사랑방이 아니지. 조심조심..
그랬더니 이번에는 하늘이 갑자기 변덕을 부린다.
일기예보는 약간 흐리고 맑다고 했는데 눈발이 날리고 바람이 세차다.
한 무리의 남여 산꾼들이 차례로 내려온다.
연세가 많아 보였지만 발걸음은 날렵하다. 길이 미끄러우니 조심하라며 주의를 당부한다.
염려해 주는 마음이 참 고마웠다.
휴~~ 그래서 그분들 덕분에 쫄딱을 면했다.
금원산 (12:00)
기온은 영하5도, 운무가 가득하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강한 바람때문에 오래서있기조차 힘들다.
내림길은 빙판이라 아이젠을 착용하고 조심조심 내려선다. 이 상태로는 오늘 남령까지 가는 것이
무리라는 판단이 든다. 무엇보다 조망이 없는 날 월봉산을 만나고 싶지 않기도 하고..
벼락맞은 나무 같은데..
여름에는 참으로 시원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얀 진눈개비가 내려앉은 정겨운 산죽길이다.
하지만, 허전하고 공허함이 가득하다. 발자국의 흔적조차 지워지고 없어서 더욱..
길 위에 사람이 없다는 것은 쓸쓸함을 떠나 고통이다.
<수망령> 12:50
악천후속에 더 이상 진행한다면 극기훈련이 될 것 같아서
용추사로 하산하기로 마음을 정한다. 조망좋은 월봉산은 다음으로 미루어 꼭지와 함께하리라..
갑자기 장수사 일주문이 보고싶다.
예전에 해병대부부와 기백-황석종주를 하면서 일주문과 조우했지만
그때는 어두운 밤이나 제대로 인사를 못했다.
수망령에서 장수사터로 내려가는 길은 시멘트포장이 말끔하게 되어 있다.
이곳까지 택시가 올라올 수 있겠다 싶어 부를까 하다가
그냥 터벅터벅 걸어가기로 마음먹었다.
30여분이면 도착할 줄 알았는데 일주문이 도망갔는지 걸어도걸어도 나타나질 않는다.
눈은 계속내리고.. 홀로 걷는 길 위로 또 쓸쓸함이 베어난다.
꼭지의 뒷모습이 그립다.
<덕유산 장수사 조계문>이라는 편액이 걸린 장수사 일주문
수망령에서 1시간 20분이나 걸렸다.
눈은 그치고 하늘은 내 언제 그랬나는둥 시치미를 뗀다.
전혀 다른 세상에 온 듯 하다.
다시 수망령으로 되돌아 갈 수도 없고.. 아쉽지만 오늘은 이곳에서 산행을 마감한다.
텅빈 일주문으로 바람만이 휑하다. 장수사의 부처님은 어디로 가셨을까..
..............................
산행일 : 2009.2.15.(일) / 산사랑방 홀로 약 7시간
차량회수 : 안의개인택시 055-962-3400 메타요금 23,000원
..........................................
- 구간별 산행시간 -
07:00 수승대주차장
08:15 말목재
10:20 현성산 갈림길
12:00 금원산
12:50 수망령
14:10 장수사 일주문(조계문) 주차장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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