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행/영남알프스

꿈꾸는 영남알프스 춤추는 억새

산사랑방 2010. 9. 25. 10:27

 

꿈꾸는 영남알프스 춤추는 억새

 

 2010. 9. 19.

 

간월산 - 간월재 - 신불산

 

 

 

가을날 언젠가 영남알프스에서 비박을 하고 싶었다.

빛 쏟아지는 고요한 밤, 몰래 소곤거리는 억새들이야기에

기울이며 결같은 밤을 맞고 싶었다.

 

밤이 되면 영남알프스에는 무너져내리는 은하수같은 몸짓으로

억새가 춤을 춘다. 9월의 달빛아래 부서지는 억새의 향연을 본 적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배낭을 메고 떠나볼 일이다. 그곳에는 잡다한 세상사 아것도

존재하지 않다. 오직 꿈결처럼 달콤하고 짜릿한 밤이 있을 뿐이다.

 

 

  

 11시30분, 자다가 벌떡 일어났다. 오늘이 아니면 두 번 다시

오늘 같은 날이 오지 않으리라는 엉뚱한 생각이 뜨거운 열기를 불어넣었다.

"그래! 어차피 인생도 순간의 선택이 아니던가." 깊숙히 넣어두었던

비박장비와 옷가지를 챙겨서 주섬주섬 배낭에 넣었다.

 

밤 12시, 드디어 출발이다.

 

곤히 잠들어있는 꼭지에게 미안했지만 현관문을 나섰다.

저녁에 영남알프스에 가고 싶다는 말을 툭 던졌지만 꼭지는 별 반응이 없었다.

다만, 억새보다는 구절초향기 짙은 간월산 능선을 걷고 싶다고 했다. 그래, 구절초!

이맘 때 쯤, 배내고개에서 간월산가는 능선에는 구절초가 절정이었지...

 

 

 

예전에는 산꾼들이 주로 배내고개에서 비박을 하곤 했는데

요즘은 공사중이라 아무도 찾지 않는다. 그대신 간월재나 신불산 정상부에서

많이들 비박을 한다. 간월재는 임도길로 차량진입이 가능하고 화장실과 샘터도 가깝다.

또한 목재데크가 설치되어 있어서 비박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꿈결같은 하룻밤을 보낸 곳... '간월재'

 

 

 

간월재로 가는 임도길은 두 갈래인데 일방통행으로 되어있다.

진입로는 이천리 방향인데 간월재 4.6km이정표가 있는 곳이다. 임도길이라 길이 협소하고

험하여 바퀴가 큰 RV차량은 무난하지만 승용차는 꽤나 힘이 드는 곳이다.

   

 

 

어둡고 울퉁불퉁한 산길을 달려 간월재에 도착하니

새벽3시, 구름이 많아서 잔득 흐린날이 될거라던 일기예보와는

달리 하늘에는 맑은 별빛이 가득하다. 

 

세상 만물이 잠든 고요한 시간... 억새가 부대끼는

소리에 잠이 제대로 들리가 없다. 날이 밝으면 억새숲에는 또 다른 새로운 세상이

펼쳐져 있을 것이다. 아침의 산빛 그림자가 날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산다는

또한 새롭게 자신을 바꾸는 것이라면 이 밤도 창조의 밤이 되리라.

 

짧지만 짜릿하고 감미로운

영남알프스에서의 밤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

 

 

 

 

 

 

 

 

 

 

 

 

 

 

 

 

 

 

 

 

 

 

 

  

 

 

 

 

 

 

 

 

 

 

 

 

 

 

 

 

 

 

 

 

 

 

 

 

 

 

 

 

 

 

 

 

 

 

 

 

 

ㅡ END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