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성산의 구름바다
산행일 : 2006. 7. 30(일)장마후 맑은날씨
산행지 : 현성산-금원산(경남 거창)
산행자 : 꼭지(아내)와 해병대부부 넷이서
교 통 : 자가운전(대구-거창-금원산 자연휴양림 / 100km)
04:30 문바위 -산행시작-
05:50-06:30 현성산(960m)
07:00-07:40 연화봉(서문가바위)
10:45-10:55 금원산(1,353m)
11:05 금원산 동봉
13:15-13:45 유안청1폭포
13:30 유안청2폭포
13:45 유안청3폭포
14:00 주차장 -산행종료-
총 산행시간 : 11.4km / 9시간 30분 (보통 6시간 예상)
오랜만에 해병대부부가 산행에 동행을 하겠다고 하는지라
“출발은 새벽 3시.”라고 했더니
해병대
아이구!! 또 지리종주하는갑다 싶어 긴장하여 묻습니다.
“어디 가는데?”
거창 현성산이라고 했더니 갖잖다는 듯이
전화를 탁! 끝습니다.
그렇다고 지리산 종주하러 가는 것도 아니고
6시간짜리 산을 타려고 이 꼭두새벽에 가느냐며 투덜거리지도 않습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아예 잠 안자고 기다리다 빨리 가자며
새벽1시에 전화해대는 사람이 해병대입니다.
그만큼
그가 보내는 믿음과 신뢰가 두텁기에
함께하는 날은 더욱 책임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비온 뒤
이른 새벽에는 어김없이 나타나는 경이로운 풍경들이 있습니다.
창조주와 대자연이 빚어내는 신비
때로는 그 예상이 적중할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지만 대부분 기대이상의
아름다운 풍경을 접할 때가 많습니다.
겨울날의 상고대와
여름철의 운해가 그들입니다.
그들과의 만남이란 어쩌면 시간속의 공간에만 가능한지 모르지요.
오늘 또 자연과의 황홀한 만남을 통하여
다이돌핀(?)이 팍팍솟는 산행을 경험하게 됩니다.
현성산 들머리는 미폭에서(출입통제) 암능을 타는 코스와
국내에서 단일바위로서는 제일 크다는 문바위에서 시작하는 코스가 있는데
우리는 야밤이라 길이 뚜렷한 문바위에서 산행을 시작합니다.
주차장에 빼곡히 들어찬 자동차
곳곳에 야영객들이 쳐놓은 텐트가 본격적인 휴가철임을 말해줍니다.
오랜만에 이마에 달아보는 도깨비별
계류의 물소리가 요란한 통나무다리를 건너니 현성산이정표가 반겨줍니다.
▲현성산을 오르며 바라본 운해
▲지재미골 독가촌의 풍경
▲멀리 운무속에 잠겨있는 기백산
▲현성산의 이정목
운치 있는 대나무숲을 지나
헉헉거리며 40여분 된비알을 치고 오르니
밝아오는 동녘하늘 사이에는 서서히 구름 띠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아! 이것이구나.
오늘 우리의 발걸음을 재촉했던 운해가 누군가에 쫓기듯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더 넓은 시야를 위하여 서둘러 현성산에 오릅니다.
현성산은 금원산에서 동쪽으로 이어진 능선으로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정상석도 없지만 암릉구간의 조망이 일품입니다.
비록 기백산, 금원산에 가려 그 빛을 잃고 있지만 암봉으로 이루어진 정상부는
사통 조망이 좋아서 오늘 같은 날 운해를 보기에는 제격입니다.
자연이 빚어내는 그 장엄한 풍경에 시간도 멈추었습니다.
산행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
탄성과 놀람의 외침이 동시에 터져 나옵니다.
▲현성산에서 내려다본 미폭방향의 조망
▲가야할 금원산방향으로 중앙의 뾰족한 봉우리는 서문가바위(연화봉)
망망대해
끝없이 펼쳐진 구름바다를 보면서 어느 누구 먼저 일어설 생각을 않습니다.
일출의 여운이 남긴 순한 햇살이 운해위로 퍼져가면서 만들어내는 빛의 파도
그 빛을 받고 깨어나는 자연의 순결함에 취하여 시간의 흐름도 망각하였나 봅니다.
비록 운해와 일출의 관망함을 예상한 산행이었지만
그 아름다운정경은 오래오래 우리의 가슴속에 기억될 것입니다.
금원산가는 길은
아기자기한 암능구간이 있어서 해병대부인과 꼭지가 재잘재잘 즐거워합니다.
늘 그렇듯이 비온 후 조망이 탁 트인 암능에서 바라보는 풍경이야말로
우리가 여름 산행중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되겠지요.
하지만 2km 정도의 암릉구간을 벗어나자 조망도 없는 능선길이 계속 이어집니다.
능선이 그냥 밋밋하게 이어지지 않고 오름과 내림을 반복하는 능선이라
꼭지가 무척 힘들어합니다.
차라리 암릉이 끝나는 구간에서 지재미골로 하산하는 것이 더 나을 뻔 했습니다.
▲금원산가는 길의 암능구간
▲금원산가는 길1
▲금원산가는 길2
▲금원산가는 길3
▲삿갓처럼 생긴 버섯과 아래 세 발 버섯
▲꿩의 다리
▲금원산을 오르면서 뒤돌아본 현성산(우측봉우리)
▲금빛원숭이의 전설로 유명한 금원산과 저 멀리 큰목재 그리고 월봉산
금원산에 오르니 뙤약볕에 정상석만 홀로 외롭습니다.
제 작년 여름
기백산-금원산-거망산-황석산까지 4산종주를 하면서 걸었던 그 능선을 바라봅니다.
조그마한 점으로 겨우 시야에 들어오는 수망령을 가리키며
해병대가 한 마디 합니다.
“그때는 우리가 미쳤었나봐 기백산에서 저기~~ 황석산까지 걸었으니..”
사람이 어딘가 몰입하게 되면 미치게 된다고 하던데
우리가 그 짝이었나 봅니다.
기백에서 황석산까지는 여름종주코스로는 특별한 매력이 없는 곳입니다.
미친 듯이 걷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시껍”이라는 단어로 충분한 보상을 해줄 것이기에
한번은 해볼만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 당시
기백산에서 금원산을 거쳐 수망령까지는 그런대로 걸을 만 했는데
수망령에서 큰목재로 오르는 나무계단이 바로 지옥(?)으로 통하는 고생문이었습니다.
등로는 싸리나무와 억새가 우거져 정글을 방불케 했고 바위와 억새, 쉴만한 잔디위에는
어김없이 독사가 진을 치고 있어서 산행이 아니라 뱀과의 전쟁이었습니다.
고만고만한 봉우리를 넘고 넘으며
그러한 길은 별다른 조망도 없이 황석산까지 이어졌습니다.
▲현성산의 이정표와 해병대
▲유안청1폭포
▲유안청2폭포 상단부
▲자운폭포
오늘도 그때와 일기가 비슷하다보니 엄청 많은 뱀을 보게 되었습니다.
금원산동봉에서 유안청폭포로 하산하는 도중 전망대바위근처에서
줄무늬가 있는 독사와
색깔이 거무틱틱하고 짧고 몸집이 오통통한 독사가
여기저기 서너 마리씩 무리를 지어 피서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옛날 시골에서 만났던 자연의 풍경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 같아 좋긴 합니다만
그래도 뱀은 으스스합니다.
뒤에 따라오는 여인들이 보면 놀랄까봐 뱀을 모두 쫓아 보내고 울창한 솔숲을 지나
피서객들로 초만원을 이루고 있는 유안청폭포에 내려서니 일상의 세속입니다.
새벽을 황홀하게 장식했던 운해는 간곳없으나
그 긴 여운은 폭포보다 세찬 물살로
우리의 가슴을 적십니다.
- 끝 - 감사합니다.
'일반산행 > 추억의 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운산 선운사 (0) | 2009.11.21 |
---|---|
계룡산 (0) | 2009.11.17 |
해병대부부와 함께한 무등산 (0) | 2009.04.05 |
금정산 종주(다방봉-파리봉) 전설로 전해지던 금샘을 찾아.. (0) | 2009.01.28 |
“뱀과의 전쟁” 두 부부의 기백산-금원산-거망산-황석산 종주 (0) | 2008.1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