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부부와 함께한 무등산
- 2005년 추억의 산행기 -
산행지 : 무등산
산행일 : 2005. 7. 17 (일) 흐리고 무더운 날씨
산행자 : 꼭지와 해병대부부 넷이서
교 통 : 자가운전
08:00 주차장 -산행시작-
08:20 증심사
09:35-09:50 중머리재
10:50-11:10 장불재
11:20 입석대
12:10 서석대
13:00-13:10 중봉
14:10 중머리재
15:00 새인봉
16:30 주차장 -산행끝-(주차요금:6,400원)
총 산행시간 : 8시간 30분(거북이 산행)
03:40 대구출발
06:50 동광주I.C
07:30 원효사지구(다시 백)
08:00 증심사지구 주차장
▲산행경로(주차장-증심사-중머리재-장불재-입석대-서석대-중봉-새인봉-주차장)
산행전 이야기
무등산을 가기위해 1년여 벼르고 별렀는데 드디어 그날이 왔다.
덕유종주후 그 다음날 자동차문에 종아리근육을 다쳐 한 달 동안 산행을 못했음은 물론
동네 뒷산도 제대로 오르내리지 못했으니 종아리에 좀이 슬어도 한참 슬었으리라..
비가 오나 눈이오나 산에 가던 사람이
다리를 다쳐 산에 갈 수 없을 때의 그 심정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래서 얻은 결론은 나이가 들수록 건강이 최고라는 것이다.
그래서 산에 가기 위해 더 열심히 치료를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완쾌되지 않아서 5-6시간의 산행을 소화해 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들지만
더 이상은 기다릴 수가 없다는 생각이다.
한 달여 휴일마다 비를 뿌리며 애태우던 장마도 잠시 소강상태를 보인다.
대구에서 광주까지 그 먼 길을 꼭지와 둘이서만 달랑 다녀오려니 해병대생각에 자꾸만
뒤통수가 근지러워 차일피일 미루었는데 해병대부부가 함께 산행을 할 수 있겠다고
통보하니 오늘에야 그 소원을 이룬다.
그동안 히어리님과 선답자들의 산행기를 보며 여기저기 눈도장을 찍어 두었던 터라
머릿속에는 가기 전부터 이미 무등산의 아름다운 그림들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하지만 동광주I.C에 내려 그 거대한(?) 무등산을 못 찾아
자동차알바를 1시간이나 하게 될 줄이야~~@
.............................
무등산(증심사) 찾아가기
동광주I.C에 내려 <무등산>이정표 따라 아무생각없이 진행했는데 도착하고 보니
이상한 예감이 든다. 산행기속의 예상했던 그림들이 갑자기 뒤죽박죽 도대체 여기가? 혹시?
아뿔싸~~ 증심사가 아닌 거꾸로 원효사 입구 버스정류장이다.
에구 증심사지구만 무등산인줄 알았는데..
“아니 여기도 무등산이 맞아요?”
광주 산님 왈 “여기도 무등산이여, 우린 여기서 시작 증심사로 내려갈 거여~~”
헉~~! 그라제, 예전 같으면 이 몸도 원효사에서 증심사로 왕복종주도 할 수 있겠다만
오늘은 그럴 처지가 못 되는 지라 엄살을 떨며 증심사로 가야하는 길을 물으니
다시 왔던 길로 내려가 오거리에서 화순방향으로 좌회전 이렇게 저렇게... 친절하게 잘 가르쳐주신다.
하지만 증심사로 가는 <무등산>이정표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대신 <증심사>이정표 따라 진행해야만 증심사지구 무등산에 도착할 수 있다.
무등산(원효사), 무등산(증심사) 이렇게 구분해 이정표를 세워두면 도움이 되겠구만 어쨋든
이정표에 화풀이만 하고..
그렇게 1시간여 자동차까지 알바를 시키고보니 유수 같은 세월 속에
머리까지 둔해지나 싶다. 대구에서 거의 4시간 만에 증심사지구 주차장에 도착한다.
입장료는 없고 주차요금은 시간당 1,000원이고 하루정액은 6,400원이라 한다.
산행후기
무등산의 3대절경은 입석대와 서석대 그리고 규봉암 광석대를 꼽는다고 한다.
아직은 다리가 온전치 못하니 규봉암 광석대는 다음으로 미루고
증심사-중머리재-장불재-입석대-서석대-중봉-중머리재-토끼봉으로 5-6시간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중봉에서 마음이 변해 봉황대→토끼봉대신 조망이 좋은
새인봉으로 하산하게 되는데 새인봉의 암봉과 조망은 참으로 좋았고 신의 창조물 같은
거대한 바위군이 서로를 이고 서있는 듯 한 입석대와 서석대의 운치도 좋았다.
서석대에서 중봉구간은 지도상으론 등로가 전혀 없었지만 아마도
길은 있으리라는 생각이 적중했고 그곳에서 친절한 광주 산님의 안내덕분에
서석대의 멋진 모습을 좋은 위치에서 감상할 수 있었고 중봉으로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었다.
중봉아래 넓은 분지에는 예전에 군부대가 있었다는데 1998년 외곽지로 이전되고
지금은 억새가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굳이 억새의 황금물결이 춤을 추는 가을이 아니더라도
고원위의 눈부신 초록빛 또한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중봉에서 얼려간 캔 맥주로 목을 축이며 잠시 쉬고 난 후
중봉-중머리재 하산 길에선 탁 트인 조망과 그 속에 비치는 은은한 자연의
아름다움 속에서 참으로 행복함을 느꼈다.
그뿐인가.
새인봉으로의 하산길 또한 암능위로 조망이 좋고 여기저기 우거진 소나무숲길을 걸으니
이 또한 선경이라 입석대와 서석대, 중봉의 아름다움과는 또 다른 멋을 간직하고 있었다.
높이를 헤아리기 어렵고 견줄 상대가 없어 등급조차 매길 수 없다는 무등산..
사실이 그랬다. 다음에는 안양산, 백마능선을 타고 지공너덜과 규봉암, 광석대를 거쳐
원효사로 하산하며 그때 다시 무등산의 진면모를 보고자 하는데 그날이 언제 올지..
이번 무등산은 오랜만에 함께한 해병대부부와의 산행이라 더욱 좋았고
하산 후 뒤풀이로 주차장아래 “한국하우스”라는 식당에서의 촌닭백숙은 별미였다.
이슬이 한 병을 게 눈 감추듯 비우고 나니 이 세상 더이상 얻을 게 없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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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스님의 머리를 닮았다는 중머리재와 시원한 하늘바람..
아침 7시에 주차장에서 출발해 5-6시간 산행후 점심은 식당에서 해결하기로 하였으나
그 계획은 자동차알바로 인하여 공염불이 되고 8시가 되어서 주차장을 출발한다.
꼭지의 걸음이라면 아마도 7-8시간은 걸릴 터, 배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도 어쩔 수가 없다.
▲오백나한의 전설이 숨쉬는 증심사 일주문
▲증심사 대웅전.. 옆의 대나무숲이 더욱 운치를 더한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수령 700년의 당산나무
당산나무를 지나 중머리재가는 길은 가파른 된비알이라 여간 힘든 구간이 아니다.
나무가 우거져 그늘을 지어주고 있으나 바람 한 점 없는 후덥지근한 날씨 때문에 초입부터 땀깨나 흘리며 오른다.
그렇게 1시간여 올랐을까 중머리재에 도착하니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땀으로 범벅이 된 온 몸을 식혀주고 그것도 모자라 폭포같이 쏟아지는
중머리재약수는 소방수역할까지 톡톡히 해준다. 비온 후인데도 물이 맑고 깨끗하여 한바가지 들이키니
달콤한 물맛과 더불어 얼음처럼 찬 기운이 가슴속까지 스며든다.
▲시원하게 콸콸 쏟아지는 중머리재 약수
골을 타고 올라온 바람도 잠시 머물다 쉬어 가는 곳..
중머리재를 僧頭峯(승두봉)이라고도 부른다는데 이는 나무 한 그루도 자라지 않는 것을
스님의 머리에 비유하여 그렇게 부르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가. 하늘 바람의 거침없는 입맞춤에 가슴속까지 짜릿해 옴을 느끼며
장의자에 앉아 과일과 김밥으로 때 늦은 아침을 대신하며 잠시 쉬고 장불재를 향하니
등로 옆으로는 노란 원추리와 하늘나리가 발걸음을 더욱 가볍게 해준다.
▲무등산 지천에 피어있는 야생화.. 원추리
▲무등산 암괴류너덜에서 해병대가 넑을 잃은 채 중봉의 비경을 올려다보고 있다.
선남선녀가 연애하다 불을 질렀다는 장불재
중머리재에서 1시간여 쉬엄쉬엄 오르니 선남선녀가 불을 질렀다는 장불재가 탁트인 평원처럼 시야에 들어온다.
왜 불을 질렀는지, 그래서 나무 한 그루 없이 민둥한지 알 수 없지만
광주광역시와 화순군의 경계가 되는 고갯길인데 펑퍼짐한 초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장불재.. 멀리 낙타봉과 우측으로 백마능선
▲장불재에서 바라본 우측의 입석대와 좌측의 서석대
▲입석대를 오르며 뒤돌아본 장불재,
좌측 정상쪽으로 억새군락지 너머에는 무등산의 절경인 서석대와 입석대가 보이고
우측으로는 군부대철탑을 지나 백마능선과 뾰족이 솟아오른 낙타등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곳의 조망 또한 일품이라 장의자에 앉으니 꼭지는 아예 일어설 생각을 하지 않는다.
무등산은 비록 1,187m로 높기는 하나 밋밋한 봉우리라 별도 힘들지도 않고
5-6시간 산행이면 충분하다고 호언을 했다가 꼭지에게 호되게 면박만 받게 되었다.
증심사에서 중머리재,장불재까지 2시간여 엄청 힘들었기 때문이다.
날씨는 덥고.. 바람도 불지 않으니 장마후의 습한 공기가 더욱 숨을 틀어막았다.
한 달 만에 맞이하는 산행이어서 꼭지도 더 힘든가보다. 하지만 해병대부부는
밤마다 앞산에서 야간산행을 했는지 어쨌는지 잘도 오르니 그 비결이 궁금하기도 하다.
앞산에 멧돼지와 뱀이 많다던데 설마 또~~@@.
무등산의 절경 “수정병풍” 입석대와 서석대
입석대를 지나 서석대까지만 오르면 고속도로같은 하산길이라며
꼭지를 안심시키지만 시큰둥한 꼭지의 입이 언제쯤 펴질지.. 키 작은 억새 숲을 지나
노을이 지면 수정처럼 반짝거린다고 “수정병품”이라 불렀다는 입석대를 오른다.
돌에 이름이나 새겨 넣는 인간의 오만과 끝없는 욕심을 비웃기라도 하듯
입석대의 돌기둥은 말없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는데 그 기묘한 모습..
그저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할 뿐이다.
▲넘어진 입석을 비집고 나온 하늘나리
입석대에서 서석대가는 부드러운 돌길은 한 폭의 그림이라 갑자기 제석봉의 돌길이 떠오른다.
초록의 억새 숲을 따라 흐트러진 돌들을 밟으며 걸음을 옮기니
흰 구름은 인왕봉을 막아서며 우리의 행복함을 시샘한다.
▲인왕봉을 향한 서석대 가는 길.. 우측으로 흰구름이 인왕봉을 막아선다.
▲출입이 통제된 인왕봉과 천왕봉
광주의 수호신이라 부르는 서석대..
어느 한 곳 모나지 않아 어머니의 포근한 가슴같이 넉넉한 모습의 무등산..
하지만 그 산등성이에 툭 붉어져 나온 입석대와 서석대는 마치 산정을 호위하는 형세다.
병풍처럼 빼곡히 들어찬 돌기둥으로 이루어진 그 장엄한 모습..
또 한번 넋을 잃으며 희미하게 다가오는 광주시내를 내려다보니
문득 광주시민이 부럽게 느껴진다.
눈만 뜨면 바라 뵈는 산..
사철 다른 모습으로 매일매일 마음을 다듬으며 끌어안아주는 산
지척에 이렇게 좋은 산이 있다는 것은 광주시민의 복이 아닌가 싶다.
▲서석대에서 바라본 억새평원의 중봉과 광주시가지
예전엔 군사시설이 있어 출입금지구역이었던 서석대
이곳에서 중봉으로 바로 내려서는 길은 없을까?
마침, 옆에 계시는 산님에게 물으니 광주분이라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또 아래에까지 내려가서 이곳저곳 설명해주며 서석대가 가장 잘 보이는 위치까지 안내해주시니
그 친절함에 감사할 뿐이다. 서석대의 비경에 취한 몸을 겨우 추스르고 중봉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니 이젠 여느 산과 다름없는 잡목이 우거진 너덜길이다.
광활한 억새평원과 중봉에서의 일망무제
서석대에서 중봉구간은 비지정구간이라지만 등산로는 뚜렷하다.
차라리 잘 정비하여 개방하는 편이 등로의 훼손을 막을 테고 그렇게 되면 조망이 압권인
서석대구간은 등산객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잡목숲을 지나니 확트인 조망과 함께 중봉아래의 억새평원이 시야에 들어오고
임도에 내려서니 중봉을 향한 억새숲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입석대와 서석대는 익히 들은 터라 놀라지 않았는데 이곳 중봉구간에서 놀라게 되다니..
참말로 무등산은 등급을 매길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중봉 가는 길의 광활한 억새 숲
▲산수국
▲동자꽃
▲중봉아래 1998년 군부대가 이전하고 식생이 복원된 상태의 억새평원
예전엔 이곳에 군부대가 있어 서석대와 더불어 출입이 통제되었지만 지금은 군부대가 이전되고
이렇게 아름다운 억새평원으로 복원되어 광주시민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비록 가을의 은빛억새가 아니더라도 초록빛으로 다가오는 풀내음은 향긋하기만 하다.
잘 정비된 등산로 따라 억새숲을 지나니 아기자기한 암봉으로 이루어진 중봉이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조망 또한 압권이라 돌무더기에 퍼질고 앉아
마지막 남은 캔맥주까지 비운다.
크억~~! 이곳이 선경이 아니고 무엇이랴~^^*
바로 무등산의 행복이다.
▲중머리재로 내려서며 뒤돌아본 중봉
▲중봉에서 중머리재 하산 길
▲엉겅퀴와 나비부부?
온몸을 파고드는 신선한 바람..
깃털처럼 가볍게 광주 시내를 향해 훨훨 날아가듯 활강하는 느낌..
탁 트인 조망과 여기저기 흩어진 기암들을 보면서 잔잔한 감동에 휩싸인다.
▲중봉에서 중머리재 하산길의 기암
▲8남매 패랭이들의 나들이
임금의 옥새 같다고 이름 붙여진 새인봉
오후의 따가운 햇살은 발가벗은 중머리재에 기세등등하게 내리 쬐이고
꼭지의 얼굴은 더욱 붉게 타들어가니 갑자기 시원한 나무그늘이 그리워진다.
서둘러 새인봉을 향해 능선의 산불감시초소를 내려서니 잡목과 소나무가 우거진 오솔길이다.
산죽길을 지나 가파른 계단을 올라서니 이제야 새인봉으로 이어지는 암능이 시야에 들어온다.
증심사에서 올려다볼 때는 작은 돌무더기의 바위군으로 보이던데 막상 암봉에 오르니
전혀 예상 밖의 풍경이 펼쳐져 있어 그 비경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새인봉의 스파이더맨?
새인봉 단애의 직벽에는 릿지 연습을 하고 있고 그 아찔한 광경에
지나는 산님들이 숨을 죽이며 바라본다. 그 아스라함을 바라보는 자체만으로도
이렇게 시원한 느낌이니 본인들은 얼마나 시원할까.
▲술패랭이
그런데 갑자기 해병대부부가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등산화를 벗고 양말도 벗고 맨발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앞산에서 터득한 새로운 족법인가??
촉촉이 젖은 땅을 맨발로 밟고 내려가니 오싹하여 시원하고 발의 피로도 풀어주고..
▲촌닭백숙이 엄청 맛있는 주차장아래에 위치한 “한국하우스”
작은 계류에서 발을 씻고 주차장에 내려서니 벌써 오후 5시가 가까워온다.
점심도 제대로 먹지 않은 터라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하였는데..
주차장아래 <한국하우스>라는 식당에서 촌닭백숙과 소주(이슬이)한병을 주문하고
비록 거꾸로 되었지만 무등산에 취하고 이슬이에 흠뻑 취한 하루..
오늘은 진정 행복한 산행이었다고 자찬하고 싶다.
- 끝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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