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3구간(석개재-답운치) 맑은 날에 우의 입고 산죽에 뺨맞고..
2009. 7. 19.(일) 흐림 18~22℃
산사랑방 홀로
일출 05:18 / 일몰 19:42 / 음력 5.27(윤)
▲ 까치수염
▲ 동해바다에서 육지로 파도처럼 밀려드는 산들
▣ 구간별 산행기록
04:45 석개재(910m) -산행시작-
05:48 989봉(묘봉 갈림길)
06:00 묘봉(1167.6)
06:40-06:50 용인등봉(1124)
07:22 997봉
07:35
문지볼폭포 갈림길08:22 삿갓재 임도
09:18 임도3거리(석포 이정표)
12:45 934봉(작은돌탑)
13:40 한나무재
14:00 진조산(928.4m) 갈림길
14:30 굴전고개
15:06 송전탑
15:30 답운치 -산행종료-
총 산행거리 : 24.2km ( 약 10시간 45분 )
▣ 정맥종주거리 : 정맥거리 24.2km / 누적거리 49.5km
석개재→2.7←묘봉북동봉→1.2←용인등봉→3.8←삿갓봉→1.0←1098봉→3.0←
1136봉→5.4←934봉→2.0←한나무재→1.0←진조산→4.1←답운치36번국도
▣ 총 누적거리 : 51.6km
▣ 식수위치 : 없음
▣ 교 통 : 대구역 23:37→석포역 04:10 (16,500원)
열차시간 참고 : 현동역 15:25 안동경유 동대구역행 / 춘양역 16:35, 18:51
석포개인택시 011-538-6272 (석포역-석개재 15,000원)
현동(소천)개인택시 011-501-7676 (054-672-7676) 김진학 (답운치-현동 25,000원)
귀가교통 : 현동버스터미널 (17:00 발)-봉화,안동 경유-북대구터미널 (20:30착 1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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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날에 우의 입고..
04:10 석포역
열차는 5분정도 연착한 채 나를 석포역에 내려놓는다.
손님이라곤 달랑 나 혼자다. 낙동을 하면서 정든 석포역.. 언제 다시 올 것인가 하는
아쉬움에 대합실에서 한참동안 서성이며 산행준비를 한다.
밖을 내다보니 비는 내리지 않는다. 다행이다.
하지만 산길에 들면 물에 젖은 잡목때문에 옷은 금방 젖을 것이다.
선답자들에 의하면 석개재-답운치 구간은 잡목과 산죽이 우거져서
빗물때문에 헤엄치며 걸어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고 산에서 어떻게 헤엄을..
'그럴 수는 없지' 하며 바지우의를 입는다. 신발에 물이들어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잠시 시간을 떼운 후 지난번에 불렀던 택시 기사님께 전화를 한다.
연세가 많은 분이라 잠이 없으실 줄 알았는데 아니다.
전화를 통 받지않으신다. 전화는 다시 다른 전화로 연결되고 한참 후에야
잠에 취한 듯한 어르신의 목소리가 들린다. 반갑다.
새벽잠을 깨워서 미안하다며 인사를 드리고 지금 석개재로 가실 수
있느냐고 물으니 5분만 기다리라고 한다.
04:45 석개재
너무나 일상적인듯.. 기사님은 조심하라는
한 마디를 남기고 아직 채 가시지 않는 어둠속으로 휑하니 사라진다.
또 혼자만 남는다. 이럴 때는 늘 옆에서 치근대는 꼭지가 그립다.
다음부터는 짧게 끊더라도 꼭지와 함께하리라 다짐을 한다.
리본이 많이 붙어있는 산문으로 바로 들려니 물폭탄이 겁난다.
그래서 바로 옆으로 이어지는 임도로 기수를 돌린다.
밤에는 비가 많이 온 것 같다.
임도에 빗물이 흐른 흔적이 뚜렸하다. 20여분 임도길을 걷는다.
새벽달이 구름속에 숨었다가 고개를 내밀더니 가냘픈 미소를 흘린다.
이우러가는 달빛도 내 마음처럼 외로워 보인다.
검은 구름이 몰려다니지만 하늘이 높이 들리는 것을 보니
비가 내릴 것 같지는 않다. 어제 도르비님이 지나가면서 비를 다 몰고
가버렸나 보다. 도르비님 감사~^^*
산길로 붙는 길을 놓친건 아닌가 약간 불안한 마음이 들 쯤에
임도는 우측으로 꺽이고 좌측 산길로 리본이 보인다. 들어서자마자
바로 마루금과 만났는데 물먹은 산죽이 반갑다며 달려든다.
환영인사치고는 고약하다.
모자를 눌러쓰고 고개를 숙이고 양 팔을 흔들며 헤엄(?)을 친다.
그래도 우의바지를 입은 덕분에 신발은 하루종일
촉촉한 상태를 유지했다.
▲아무 표지판도 없는 묘봉 갈림길(05:48)
▲갈림길에서 10분거리에 있는 헬기장으로 사용되는 묘봉(1167.6m)
06:00 묘봉
묘봉은 정맥에서 10분여 우측으로 비켜나 있어서
갈림길에서 잠시 갈등을 했다. 현동에서 대구행 열차는 15:23에 있다.
그 열차를 타면 좋지만 아무리 빨리간다해도 그 시간에는 도착하기 힘들것 같았다.
어차피 늦을거면 느긋하게 진행하기로 하고 오늘의 최고봉 '묘봉'으로 향했다.
정상부가 가까워질수록 잡목이 우거져서 진행하기가 힘들었다.
잡목터널을 뚫고 정상에 올라서니 정상석은 없지만 풀이 우거진 헬기장이 반긴다.
잡목너머로 임도길도 보이고 가야할 마루금이 시야에 들어온다.
들에나 피는 나팔꽃이 이 높은 곳에서 환영의 나팔을 울린다.
▲묘봉에서 바라본 가야할 정맥길
▲묘봉에 터를 잡은 나팔꽃, 낙동 진군의 나팔소리가 들리는듯 하다
▲용인등봉(06:40)
▲금강송 숲사이로 햇살이 넘쳐난다. 참 오랜만의 햇빛..
▲하루종일 빗물을 쏟아내며 진을 빼는 산죽
용인등봉에서 잠시 휴식하고 길을 나서니
햇살이 조금씩 비쳐든다. 아름드리 금강송이 자태를 뽐내고
물 폭탄을 퍼붓는 산죽과 잡목이 번갈아가며 진을 뺀다.
지리산 황금능선의 산죽이 유명하다지만 여기서는 명함을
내밀기 힘들 것 같다. 종류도 다양하여 산죽이란 산죽은 이곳에 다 모였다.
산죽을 엄청 좋아하지만 오늘 만큼은 생각이 바뀌었다. 성가신 산죽..
자연은 말이 없으나 인간은 이렇게 늘 간사하다.
▲동해.. 미역줄나무꽃이 장관을 이루는 997봉에서 (07:22)
▲문지골 폭포 갈림길(07:35)
▲일엽초의 고달픈 셋방살이
▲낙동 만만세~~~~ 만세부르는 상수리나무
▲가끔은 이렇게 편안한 길도 나타나고..
▲삿갓재 임도
08:23 삿갓재 임도
오늘 산길에서 만난 첫 번째 임도
어디에도 표시기가 보이지 않아서 좌우 어디로 갈까 망설여지지만 마루금은 우측 임도로 이어진다.
길이 맞나 의심이 들었는데 걸음을 옮기니 드문드문 표시기가 보여서 안심을 한다.
10분여 임도로 이어지다가 길은 다시 좌측 산길로 붙는다. 임도와 산길을 번갈아가며
넘나들다보니 어디가 삿갓봉인지 모른 채 지나치고 말았다.
▲10분여 이어지는 임도길
▲임도에서 바라본 동해방향.. 바다위에 떠 있는 운해가 장관을 이룬다
▲'석포' 이정표가 있는 임도3거리
산죽에 뺨을 맞고
09:18 임도3거리
정맥길은 이곳에서 차단기를 지나 좌측 산길로 붙는다.
산길을 빠져나오면 임도는 좌측으로 이어지는데 임도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일품이다.
동해방향으로 깊은 골을 이루고 있는 산들이 첩첩이 밀려드는데
마치 동해바다의 파도가 노도같이 다가오는 느낌이 든다.
조망에 정신이 팔려있다가 산길의 리본을 놓쳐서
5분여 내려갔던 임도를 다시 올라와 우측 마루금을 향해 산길로 든다.
임도로 계속 진행하더라도 나중에 또 마루금과 만나게 된다.
임도는 점차 시야에서 사라지고 서서히 고도가 높아진다.
숲이 우거져 햇빛조차 인색한 어두컴컴한 길, 키 큰 산죽이 물을 뿜는다.
밤에 내린 빗물이 아직도 마르지 않아서 그대로 퍼붓는다. 고개를 들 수 조차 없다.
꽃이 피어 축 늘어진 산죽터널속으로 고개를 숙인 채 진행하니
산죽이 우다닥거리며 뺨을 때린다.
낙동은 고생보따리..
고생문이 훤하지만 마음은 자꾸만 끌린다.
백병산(봉화)으로 이어지는 능선인 무명봉을 지나 1136봉을 우회하여
부드러운 낙엽길을 내려서니 또 임도길이다.
▲'첩첩산중' 이를 두고 하는 말인가 보다
▲꽃을 피운 산죽까지 가세하여 뺨을 때리며 진행을 방해하더니
▲이제는 숨 좀 쉬라며 부드러운 길을 열어놓는다
▲그 감격도 잠시, 11:00 임도를 건너니 이제는 잡목이 진행을 더디게 한다
피로를 잊게 해주는 야생화 꽃길
위 임도에서 진조산 아래 한나무재까지는 2시간 40여분이 걸린다.
별 특징도 없고 조망 또한 전혀 없는 구간.. 밋밋한 봉우리들을 오르고 내린다.
약간은 단조롭지만 생각보다 길은 좋다.
그런데 지루함을 달래주기라도 하듯이
부드러운 낙엽길위로 온 갖 야생화들이 꽃길을 열어준다.
어찌 눈과 마음이 즐겁지 아니할까..
예쁜 나비와 곤충들을 불러들이는 까치수염, 비비추,
통리재부터 아장아장 따라오는 꿩의다리,
먼 골짜기를 향해 생각의 고민에 빠진 산수국, 서쪽을 향해 목을 길게 뺀 동자꽃,
요즘에 만나기 힘든 솔나리까지 합세하여 재롱을 부린다.
▲하루종일 따라다니며 치근대는 비비추
▲어린 동자승이 큰스님을 기다리다가 꽃으로 피어났다는 동자꽃
▲까치수염
▲서쪽으로 꼭꼭숨었던 능선들이 살짝 모습을 드러내 보이고
▲오늘은 버섯도 꼭지를 대신해 모델이 된다
▲934봉(12:45)
인연이란 곧 만남인 것을..
934봉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다보니
새벽에 열차안에서 있었던 일이 떠오른다. 대구역에서 기차에 오르니
청소년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가는지 열차 한 대를
전세낸 것처럼 재잘대며 떠들어 대었다.
잠깐 잠이 들었는가 싶었는데 그들이 떠드는 소리에 깨고보니
배도 출출하고 시간도 남았고 하여 열차카페에 가서 호두과자 한 봉지를 사고
전복죽을 한 그릇 시켰더니 따뜻하게 데워주는데 맛이 참 좋았다.
새벽에 먹기는 안성맞춤이었다.
자리에 돌아오니 내 자리는 이미 학생들이 차지하고 앉아 졸고있었다.
어쩔 수 없이 위에 얹어놓은 배낭을 내려 앞에 빈자리로 옮겼더니 옆에 계시는
산님 한 분이 혹시 '산사랑방'님이 아니냐고 묻기에 감짝 놀랐다.
눈이 휘둥그래져서 누구신지.........?
부산에서 오신 분이었는데
오늘은 답운치에서 한티재까지 진행할 예정이며
내 산행기는 빠짐없이 읽어본다고 하였다.
대간 졸업때 올린 사진을 보고 얼굴을 기억하고 알아주니 반갑기도 하거니와
앞으로 산행기에 많은 정성을 들여야 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분이 춘양역에 내릴 때 까지
산에 대한 이야기로 시간가는 줄 몰랐다.
낙동을 향한 열차안에서
부산의 홀로 산꾼 '김영진' 님과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나리중의 나리 '솔나리'
▲통리재부터 계속 아장아장 쫓아오는 꿩의 다리
▲거제수나무(물자작나무) 군락지
▲종잇장처럼 벗겨지는 거제수나무 수피
▲잡목사이로 어딘지 모르는 곳으로 조망이 트이고..
▲하필이면 남의 엉덩이(?)에 붙어서 치근대는 겨우살이
▲지나온 정맥길(13:35)
▲까치수염과 호랑나비
▲산수국의 망중한
▲한나무재 임도 (13:40)
진조산은 어디에?
한나무재 임도를 건너 헬기장을 내려서면 진조산 갈림길,
직진은 나뭇가지로 막아놓았지만 진조산방향이고 정맥은 진조산을 거치지 않고 우측으로
급하게 꺽인다. 이곳이 진조산 갈림길인 줄 모르고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진조산은 묘봉과 달라서 지도에서 보면
정맥길 바로옆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가도가도 진조산이 나타나지 않았다.
길이 잘못들었나 의심이 들었지만 리본이 계속 보여서 길은 맞는 것 같았다.
대간과 달라서 갈림길이 거의 없으니 리본따라 진행하면
길 잃을 염려는 없지만 시간상 나타나야할 진조산이 나타나지 않으니 마음은 영 불안했다.
50여분 산길을 벗어나니 <굴전고개)라는 비닐표지가 있는 임도다.
그때서야 진조산을 중간에 흘린 채 지나온 것을 알았다.
그렇다고 다시 뒤돌아갈 수도 없고..
▲통고산이 멀리서 모습을 드러내고
▲굴전고개 임도(14:30)
어느 산님이 비닐표지에 <굴전고개>라고 적어놓았다.
선답자들에 의하면 굴전고개에서 답운치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다.
부지런히 걷는다. 임도를 건너니 낮은 포복으로 지나가야 할 정도로
잡목이 우거진 정글같은 숲속이다. 길이 땅바닥에 바싹
업드려 있어서 완전히 고개를 숙이고 진행한다.
낙엽송과 아름드리 금강송이 유난히 아름다운 숲길이다.
어린 굴참나무가 빽빽하게 자라고 있는 숲을 빠져나오니 송전탑이 반긴다.
이제 답운치는 지척일 것이다. 곧이어 부드러운 숲길로 바뀌는가
싶더니 또 산죽이 앞을 가로막는다.
끝까지 골탕을 먹이는 산죽길을 지나
헬기장을 내려서니 답운치다. 특별한 조망이 없어 지루한 구간이었지만
가까운곳에 눈길을 줄 수 있어서 좋았다.
▲송전탑(15:06).. 뒤쪽으로 통고산 능선이 희미하다
▲송전탑의 전기소리에 취한 듯한 패랭이꽃
▲굴참나무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부드러운 낙엽길..
▲산죽이 또 나타나 잘가라며 인사를 건넨다. 끝까지 골탕먹이는 산죽..
▲오늘의 종착지 36번 국도 답운치(15:30)
▲(석개재-답운치) 산행지도 / 출처 : 사람과 산
▲현동정류소 시외버스 시간표
하루종일 비를 맞아야지 맑은 날의 고마움을 알고
어둠이 깃든 숲길을 내내 걸어보아야지 조망이 트이는 환희의 순간에
감격할 줄 알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오늘 정맥이 주는 느낌이 아닌가 싶다.
'석개재-답운치' 정말 생략하고 싶은 구간이면서도 생략할 수 없는..
오지 정맥의 매력이 느껴진 구간이었다.
ㅡ 끝 ㅡ 감사합니다.
'백두대간. 9정맥 > 낙동정맥(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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