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행/봄날의 산책

삼가 솔나루님의 명복을 빕니다.

산사랑방 2009. 4. 30. 21:49

                

                    2009. 3. 22. 솔나루님의 '그 곱던 얼레지꽃' 에 올린 댓글에서

 


그 곱던 얼레지꽃  박남준 詩

어느 정신대 할머니에 부쳐

 

다 보여 주겠다는 듯, 어디 한번 내 속을 아예 들여다보라는 듯

낱낱의 꽃잎을 한껏 뒤로 젖혀 열어 보이는 꽃이 있다

차마 눈을 뜨고 수군거리는 세상 볼 수 있을까

꽃잎을 치마처럼 뒤집어 쓰고 피어나는 꽃이있다

아직은 이른 봄빛, 이 악물며 끌어모아 밀어올린 새 잎에

눈물자위로 얼룩이 졌다 피멍이 들었다

얼래꼴래 얼레지꽃 그 수모 어찌 다 견뎠을까

처녀로 끌려가던 연분홍 얼굴에

얼룩얼룩 얼레지꽃 검버섯이 피었다

이고 선 매운 봄 하늘이 힘겹다 참 고운 얼레지꽃

 

 

 

  ㅡ  2009. 3. 21. 솔나루님이 산거북이님의 카페에 올린 내용과 얼레지 사진  ㅡ

 

 

꽃도 자기을 알아보고 자기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더욱 빛이 나는가 봅니다.

오늘 얼레지 꽃이 그렇습니다. 정신대 할머니에게 붙인 박남준님의 시가 가슴을 뭉클하게 하네요.

맨 아래쪽 철조망옆에 다소곳이 핀 얼레지.. 詩와 기가막히게 어울리지 않습니까?

전 개인적으로 얼레지 사진 찍기가 무척 힘들더군요.

한번도 제대로 된 사진을 찍어보질 못했는데 이쁘게 잘 담아오셨습니다.

4월말 쯤, 수도-가야 종주하면 두리봉을 지나 가야산을 치고 오르는 사면에 얼레지 군락지를 만날 수 있는데

올해는 제대로 된 얼레지를 찍어와야 할 텐데..

09.03.22 08:45  - 산사랑방 -

 


 

 

 ㅡ  수도가야의 얼레지꽃  ㅡ




솔나루님

위에 올린 얼레지꽃은
님과 약속한 대로 이번 수도가야 종주에서 만났던 얼레지꽃입니다.
역시 사진이 형편없지요.~^^
그래도 저에게는 아름답고 예쁘기만 했습니다.
3년만에 다시 만났으니까요.

 

오늘에야 님이 4월 11일날 돌아가셧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위의 댓글이 님과의 마지막 대화였군요. 님과의 인연도 5년이 넘은 것 같습니다만

2005. 1. 4. 솔나루님이 새해인사로 '한국의 산하'에 올리셨던 수묵화 한 점 기억나세요? 

 

 

 

솔나루님을 뵌 적은 없지만 산초보시절부터 늘 가까이서 제가 모르는 꽃 이름을 불러주곤 하셨지요.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금방이라도 저의 산행기에 꽃이름을 올려주실 것 같은데.. 믿기지가 않네요.

특히 들꽃들을 많이 사랑하셨던 솔나루님, 제가 가장 사랑하는 수도가야의 얼레지꽃..

님의 영전에 바치며 삼가 명복을 빕니다.  

  ㅡ 산사랑방 올림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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