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9정맥/백두대간(완)

공룡능선을 넘다. 백두대간35 (한계령-마등령)

산사랑방 2008. 12. 25. 09:37




 




설악산 공룡능선을 넘다. 백두대간35구간 (한계령-마등령)



2008.  10.  12 (일) 쾌청한 날


꼭지(아내)와 산거북이 셋이서


일출 06:31 / 일몰 17:52 / 음력 9.14




▲설악산 공룡능선




▣ 구간별 산행기록


03:00 한계령 -산행시작-

04:47 서북능갈림길

07:30 끝청

08:00-08:10 중청

09:14 백담사 갈림길

10:00-10:20 희운각산장(공사중)

11:00 신선봉

12:51 1275봉

14:56 마등령

17:00 비선대

18:00 소공원 -산행종료-



▣ 대간종주거리:총산행시간(휴식포함) 15시간(대간거리15.23km+하산거리6.80km)/누적거리 686.65km(포항셀파 기준)

한계령→2.33←서북능3거리→4.05←끝청→1.75←대청봉→1.9←희운각→3.10←1275봉→2.10←마등령→3.80←비선대→3.00←소공원

▣ 총누적거리:729.45km (접근거리 포함)

▣ 식수위치:공룡 무너미고개 샘터(계곡수)

▣ 교통:자가운전 (서대구I.C~현남I.C~속초~설악동 소공원) 395km 5시간소요

▣ 차량회수:소공원⇒한계령 ‘산거북이’님의 차량도움을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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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개요


점봉산은 단속이 심하다고 하여 건너뛰고, 대신 단풍이 절정인 설악의 공룡능선을 넘기로 합니다.

원래는 한계령에서 미시령까지 끊어야 하지만 당일에 끝내기가 힘든 구간이라

대부분 마등령까지 두 구간으로 나누어서 합니다.

더군다나 황철봉에서 미시령구간은 금지구역이라 함부로 넘어갈 수도 없는 곳이지요.

언제 어디서 국공파가 튀어나와 “이리 오너라.” 할지 모르니까요.


어쨌든 그런 범법자를 만드는 곳은 다음으로 미루고

오늘은 한계령에서 공룡을 넘어 마등령에서 소공원으로 하산하기로 합니다.

대간꾼이 그렇게 겁이 많아서 어데 쓰겠나 하시겠지만 ㅋㅋ.. 대간꾼은 머 사람이 아닙니까?

국공파가 “니는 봐줄 테니 오너라!” 해도 미시령까지는 힘들어서 못 간답니다.


무릎이 좋지 않은 꼭지가 한계령에서 공룡을 타고 소공원까지 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네요.

카페에 산행공지를 했더니 방장님(산거북이)이 동행하여 공룡의 고통을 분담해 주시겠다고 합니다.

이렇게 고마울 때가.. 지난번 도솔봉구간에 이어 두 번째 동행을 해주시니 더욱 힘이 나네요.


 



▲중청을 오르며 뒤돌아본 서북능선과 멀리 가리봉과 주걱봉 


 



▲공룡의 위용


 



▲공룡에서 바라본 대청과 중청





▲1275봉에서 나한봉 가는 길 1


 



 ▲나한봉 가는 길 2 




새벽3시의 한계령


설악동 소공원에서 새벽1시30분에 방장님을 만나 관광버스와 등산객들로 넘쳐나는

오색을 겨우 통과하여 한계령에 도착하니 03시, 한계령도 오색 못지않아 돛때기시장을 방불케 합니다.

주차장은 바리게이트로 막아놓았는데 아침 8시부터 개방 한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도로가에 주차한 차들이 많이 보였는데 주차딱지는 끊기지 않았는지 모르겠네요.

새벽에 가시는 분들은 한계령에 주차할 수가 없으니 참고하셨으면 합니다.


설악은 여름에 꼭지와 몇 번 왔습니다. 비를 피해 소청산장 처마 끝에 누워서 밤을 새워보기도 했고

공룡타고 소청 오르다가 탈진한 덕분에 허리가 삐긋하여 2년 동안 침 맞으며 한의원에 다니기도 했지요.

그 뿐이 아닙니다. 지난해에는 공룡 타다가 뒤로 넘어져서 꼬리뼈에 금이 가는 바람에 한 달을 고생하고..

뭐~ 이래저래 우리에게는 공룡과 소청에게 원한(?)이 많습니다.

하지만 가을에는 처음이니 큰 기대를 안고, 기대하고 고대하던 설악에 듭니다.


한가위부터 쌓이기 시작한 눈이 하지에 이르러 비로소 녹는 까닭에 설악이라는 이름을 얻었다는데

그것은 옛날 얘기가 되어버렸습니다. 날씨가 포근하여 기온은 영상 7도로 산행하기는 딱 좋은 날씨입니다.

하늘에 별도 총총하고 달빛도 밝아서 오늘 조망은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설악의 새벽은 지쳐서 부스스한 우리의 몸과 달리 활기가 넘쳐흐릅니다.


꼬리에 꼬리를 문 산객들의 긴 행렬은 새해일출 때나 볼 수 있는 그런 진풍경이네요.

아마 전국의 산꾼들이 설악에 다 모인 듯 그 끝은 보이지 않았고 소란스럽고 복잡하여 행여

꼭지와 방장님을 놓치지 않을까 염려되어 자주 뒤를 돌아보며 올랐습니다.

등산로는 새로 정비하여 지리산처럼 완전히 돌길을 만들어 놓았더군요.

가파른 곳에는 철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서 돌과 철 계단만 밟으니 산행의 묘미는 사라졌습니다.

한적하고 정겨운 대간길만 걷다가 이 황당한 풍경에 도무지 마음의 정리가 되지 않더군요.


대간하러 온 건지 장님이 되어 돌 두드리러 온 건지 아리송했습니다.

서북능선 갈림길을 지나 로프구간에서는 완전히 정체가 되어 20~30분을 기다렸지요.

그러다보니 끝청에 도착하기도 전에 해가 솟아오르더군요. 야야~~ 조금만조금만.. 대청가거든 올라와~~

얄미운 해는 들은 체도 않고 뿅~~ 올라오더군요. 대청에서 일출을 보겠다던 계획은

공수표가 되어버렸으니 방장님께 돌린 수표는 부도가 나고 말았지요.





▲대청에서 일출을 보려했는데 끝청도 가기 전에 해는 뜨고..


 



▲서서히 깨어나는 서북능선 귀때기청봉과 가리봉


 



▲제발 오지마라며 부드럽게 달래는 점봉산.. 그래도 갈 거유~~ 




끝청에서 만난 설악


그런데 말입니다. 그 공수표가 부도나지 않고 다시 돌아오더군요. 고맙게도 끝청이 다 보상해주었습니다.

끝청에서 펼쳐지는 풍경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예전에는 왜 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지 못했는지 의문이 들더군요.

산과 하늘의 조화.. 그 공간을 메워주고 있는 사람과 단풍이 빚어내는 아름다움..

오지마라는 점봉산과 망대암산은 물론이고 가리봉과 밥주걱 같이 생겼다는 주걱봉, 삼형제봉의 위용도 대단하더군요.


대청, 소청에서 바라보는 풍경 못지않게 끝청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가히 환상적이었습니다.

역시 설악에는 ‘청’자 돌림의 텃세가 대단 했던가 봅니다.

‘대청’형님 흉내 내려고 까불다가 귀싸대기 얻어맞고 와르르 무너져 너덜이 되었다는

귀때기청에서 안산으로 이어지는 서북능선도 황홀 그 자체였습니다.

 




▲조망이 일품인 끝청


 



▲끝청에서 바라보는 귀때기청봉에서 안산으로 이어지는 서북능선


 



▲가야할 대간마루금과 공룡능선


 



 ▲지나온 오대산 방향


 



▲중청을 오르며..


 



 ▲만원사례 중인 중청산장과 "제발 그만 좀 올라오이소"하는 대청봉

 


중청에 도착하니 산장은 만원사례.. '제발 좀 돌아가주십사' 하고, 대청은 '제발 좀 그만 올라오이소' 하네요.

우리는 감히 그 쪽으로 갈 엄두를 못 냅니다.

거기로 갔다간 모두 이산가족이 될 것 같아서 중청의 한 모퉁이에서 방장님을 기다립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방장님이 올라오지를 않습니다.

'분명히 끝청에서 사진찍는다고 정신이 없으실거야' 꼭지와 중얼거리면서 계속 기다립니다.


'어디 벼랑으로 떨어지셨나' 시간이 지날 수록 걱정이 불안으로 바뀝니다.

아니면 벌써 지나가셨나?  전화를 해도 통화가 안 되더니 한참 후에야 느긋하게 올라오십니다.

“대청에 올라 가입시다.” 했더니

대청을 힐긋 쳐다보시더니 가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그냥 소청으로 가자고 하네요.

대간은 대청에서 바로 희운각으로 내려서는 능선인데 이곳도 금지구역이라 오라는 사람도 없습니다.

 



 


 


  

소청을 내려서는 오색물결... 단풍을 대신합니다



 


소청에서는 사방으로 조망이 트여서 설악이 우리들 가슴에 와 안기는 것 같습니다.

화채능선과 서북능선, 그 사이로 우뚝 솟은 용아장성과 설악을 병풍처럼 감싸 안은 공룡능선..

소청능선 따라 오색물결을 이루고 내려가는 산객들의 행렬도 설악만큼이나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사람이 자연속에 있으면 신선이 되는 것이지요.  

조망이 좋은 암반위에서 아침을 먹고는 희운각으로 내려섭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급경사 철 계단과 돌길은 마의 구간입니다.

몇 년 전 여름에 산그림자님 부부와 중청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꼭지와 공룡을 타고 이곳을 오르다가

탈진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그때 무거운 배낭을 지고 급하게 오르다가 체력이 바닥났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휴우증으로 인한 허리통증으로 2년 가까이 고생을 했습니다.

 




▲소청에서 희운각으로 내려서는 길..


 



▲유혹덩어리의  화채봉능선


 



▲희운각 내려서는 길

 


희운각에 내려서니 대피소는 아직도 공사중이라 주위가 어수선하고 계곡에는 산님들로 빼곡합니다.

대청에서 뻗어 내린 대간능선을 한참동안 바라보면서 마음으로나마 그 마루금을 잇습니다.

계곡을 훑어보아도 공단직원은 숨어서 지키고 있는지 보이지는 않네요.

식수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는데 “성님!”하는 낯익은 ‘진맹익’님의 목소리가 들려서 깜짝 놀랐습니다.


오늘 설악산구간을 통과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공룡을 넘어 벌서 희운각에 도착해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입니다.

공룡 어느 능선쯤에서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는 했지만 원호님과 솔바우님까지 만나서 더욱 반가웠습니다.

산꾼은 산에서 만난다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그 또한 쉬운 인연이 아니거든요.

이분들은 작년 6월에 시작하여 이제 진부령만 남겨놓은 상태입니다..








▲공룡가는 길의 불타는 가을 


 



▲공룡타기 시작


 


잠시 후에 방장님도 합류하여 반가운 인사가 오고갑니다.

모든 분들이 온라인에서 알게 되었지만 오프라인으로 만나서 끈끈한 정을 주고받으니

산이라는 자연의 매체가 맺어주는 인연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쉬운 작별을 기념사진으로 대신하고

공룡을 향해 길을 나섭니다. 천불동 갈림길에서 꼭지와 방장님에게 컨디션을 물어보니 공룡을 타겠다고 합니다.

등산로는 돌을 깔아서 정비를 내놓았고, 위험구간은 로프를 단단히 설치하여 예전의 공룡 맛은 사라졌습니다.

이빨 빠진 공룡? ㅎㅎ.. 그래도 조심해야지요. 공룡은 공룡이니 함부로 대할 수가 없습니다.








단풍이 아름다운 공룡을 넘어


희운각에서 신선봉 오르는 길이 오늘 중 가장 힘들게 느껴집니다.

물론 신선봉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상상을 초월하게 합니다. 단풍이 아름답다는 공룡능선이지만

올해는 계속되는 가을가뭄으로 단풍도 제대로 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단풍이 들기 전에 대부분

잎이 말라서 떨어졌기 때문에 고운 단풍은 구경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하늘이 도와주고 있어서 파란 하늘사이로 펼쳐지는 공룡의 풍경은 아름답기만 합니다.

11:00 신선봉

한계령을 출발한지 8시간 만에 신선봉에 올라 섭니다. 대청과 중청도 긴 그림자로 공룡의 시작을 알립니다.

그 이름에 어울리듯이 이곳에 서면 꼭 신선이 된 기분입니다. 대청과 중청, 용아장성이 더욱 웅장하게 다가옵니다.

가야할 1275봉으로 이어지는 공룡능선은 산객들의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지요.

멀리 속초시내와 설악의 파수꾼 울산바위, 세존봉과 범봉도 시야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신선봉에서 바라본 대,중,소청


 



이제부터는 일상의 회한도 번뇌도 내려놓습니다


 



 
공룡은 설악의 상징입니다


 



누구든지 오르고 싶어하는 공룡

 

 


 

그 흡인력에 가슴이 터질 듯 합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기쁨입니다


 


 

막바지 오후 햇살에 단풍은 더욱 요염해 젔습니다


 


 

서북능의 귀때기청과 안산도 "우리도 설악산에 살어유~~." 하며 좀 쳐다 봐달라고 하네요


 


 

기암위로 파란 하늘과 솜털같은 흰구름도 분위기를 돋우어 줍니다


 






 

오늘은 멋르고 따라나선 산거북이님과 꼭지가 싱글벙글입니다. 공룡체질인가봐~~^^

 


 

정체가 많이 되리라 예상했는데 두 어군데 로프구간에서 잠깐 정체가 되었을 뿐 진행은 수훨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미 공룡을 넘어간 뒤라서 그런가봅니다. 

1275봉 오름길에서는 단풍이 너무 곱게 물들어서 걸음을 멈추게 하더군요.

뒤를 돌아보면 단풍속으로 신선봉이 기웃거리고, 대청과 소청도 고개를 내밀며 눈길을 마주합니다.

기암이 아름다운 1275봉을 지나서 이제 다 왔나 싶었는데 나한봉이 또 앞을 막아서고

꼭지와 방장님이 서서히 지쳐가기 시작합니다.

 




드디어 공룡의 지존 1275봉이 가까워 옵니다


 



1275봉인데 꼭지가 이제 힘드나 봅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지나온 길을 뒤돌아 봅니다..



 



끝까지 자신을 태워서 산화하는 공룡의 그림물감 단풍

 

 

1275봉을 지나 나한봉을 넘으니 작은 새봉이 막아서고 새봉을 넘어 너덜길을 지나니 오세암 갈림길입니다.

많은 산객들이 빈틈없이 둘러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고, 그런데 그 옆에 있어야할 독수리상이 없어졌네요.

이 길을 지나는 많은 산꾼에게 용기와 힘을 주었던 독수리상, 얼마전까지만 해도 사진으로 본 것 같은데

공룡이 잡아먹었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설악!


 


 

그대 이름은 '설악산'입니다





 



마등령 이정표

 




비선대로 내려서며 전망대에서 또 공룡을 바라봅니다 


 



▲후다닥~~!!  공룡을 타고도 힘이 넘치는지 모두 팔팔합니다.


 



▲비선대에서... 이제 세속에 듭니다

 


마등령을 내려서니 또 끝없는 돌길이 펼쳐지고 이러한 길은 비선대를 지나서도 한참동안 이어지더군요.

꼭지와 방장님이 하루종일 돌길만 걸었다고 투정을 부립니다. 사실이 그랬습니다.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보아도 낙엽이 보송한 흙길을 밝은 기억이 전혀 없었으니까요.

오지마라는 점봉산구간과 황철봉구간을 남겨놓은 채 일단 공룡구간은 이렇게 마무리가 됩니다.


비선대에서 차가운 물에 발을 푹 담그고 났더니 몸이 한결 가벼워지네요.

방장님은 공룡을 처음 탔다는데도 멀쩡(?)하고 꼭지만 절뚝거리며 겨우 걸음을 옮깁니다.

대구에 도착하니 새벽 4시가 막 넘어서고 있었습니다.

공룡 만나러 가는데 5시간, 공룡 타는데 15시간, 헤어져 집에 오는데 9시간..

대간? 그거 웬만하면 따라하지 마세요.~^^*


   

- 끝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