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수태골-서봉-비로봉-동봉-수태골
2013. 12. 21. (05:45~11:15)
산사랑방
어제 새벽에 대구에는 10mm정도 눈이 내렸다. 그렇다면 고도가 높은 산정에는
구름이 덮혀 하루종일 눈발이 날릴 수도 있다... 그래서
눈 내린 다음날 산에가면 눈꽃이나 상고대를 만날 확률은 매우 높다. 토요일, 역마살
이 낀 새벽에 또 배낭을 꾸린다. 지난주 가야산에서 기대했던 눈꽃을 오늘 팔공산에
서 만날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갖고...
겨울에만 피어나는 티 없이 맑은 영혼 서리꽃... 그녀는 오랜시간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다. 햇살에 녹아내리기 전에 애틋한 그녀를 만나러...
역시 예감은 적중했다. 서봉 못미쳐 고도 1000m지점에 이르자 나무들은
눈을 뒤집어쓰고 미동도 않은 채 서 있었다. 밤새 누구를 위한 기다림이었을까...
곧이어 빛의 향연이 시작되었다. 동살의 아름다움을 오늘처럼 만끽해보기는
처음이다. 소박하고 은은하면서도 눈부신 미소... 어느 유혹의 손길이 있어...
어느 여인의 향기 있어 이보다 더 우리의 마음을 잡아끌 수 있을까...
팔공산 정상부에는 주봉인 비로봉(1192m)을 중심으로 서봉(1150m)과 동봉(1167m)이
좌우에서 호위하고 있다. 그 중에서 서봉은 팔공기맥의 맥을 이으며 비로봉을 지키기
위해 온몸으로 바람을 맞는다. 서봉에서 눈꽃과 서리꽃이 많이 피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겨울 설경은 비로봉과 동봉을 배경으로 서봉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비로봉을 넘나들며 환산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운무를 바라보는 것은 또 하나의 즐
거움이다. 해가 뜨면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이 화려한 쇼는 사라질 것이다.
마치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영혼의 흔적처럼...
자~~ 이제 눈꽃사이로 펼져지는 빛과 운무...
그 화려한 쇼를 만나 볼까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