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안강 묘제가는 길에 근처에 위치한 신라 흥덕왕릉을 찾았다.
흥덕왕릉은 산소에서 불과 5분거리에 위치해 있지만 자주 찾지 못했
다. 이곳은 솔숲도 좋지만 능둘레 호석에 새긴 십이지신상과 그리고
네마리의 돌사자, 문인석과 무인석을 감상할 수 있어서 신라 석공들
의 숨결을 가장 가까이서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음산하면서도 신비스런 분위기를 자아내는 솔숲에 서면 흥덕왕의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가슴을 적시는 듯 처연해진다. 또한 한 그루 한 그루
서로 다른 몸짓으로 최고의 각선미를 자랑하는 소나무를 보면서 저들에게
도 영혼이 있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발걸음 조차도 조심스러워지
는 곳이기도 하다.
신라 42대 흥덕왕은 왕이 된 지 불과 두 달 만에 극진히도 사랑하던 장화왕비를 잃었다.
신하들이 새 왕비를 맞이하도록 청했지만 흥덕왕은 모두 거절하면서
"새도 짝을 잃으면 슬피 우는데 어찌 무정하게 다시 아내를 맞이하겠는가."
하였다. 일연은 삼국유사 기이편에 흥덕왕에 대해서 간단히 적어놓았다.
'흥덕대왕은 보력 2년 병오년(826년)에 즉위했다. 얼마 후 어떤 사람이 당
나라에 사신으로 갔다가 앵무새 한 쌍을 가지고 왔는데, 오래지 않아 암컷
이 죽자 외로운 수컷이 구슬프게 울었다.
왕이 사람을 시켜 그 앞에다 거울을 달아 주었다. 앵무새는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을 보고는 자기짝으로 여겨 거울을 쪼았는데, 그것이 자기 모습인 줄
알고 슬피 울다죽었다. 왕이 이를 노래로 지었다 하는데 자세하지는 않다.'
결국 왕은 11년 간 왕비만을 생각하다가 생을 마쳤다고 한다.
왕은 부인과 합장해달라고 유언했고 결국 죽어서 이 능에 같이 묻혔다.
아쉬운 것은 흥덕왕이 불렀다는 그 노래가 전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솔숲에 일렁이는 이 음산한 분위기는 무엇일까? 아마도 왕과 왕비의
원혼이 춤추는 모습이리라.
흥덕왕릉은 신라의 여러 왕릉 중 규모가 크고 봉분이나 둘레돌 등 왕릉의 구조를
완전히 갖춘 능으로 평가된다. 특히 봉분을 360도 둘러싼 십이지신상 조각은 지금
도 뚜렷하여 당시 석공들의 솜씨를 엿불 수 있다.
흥덕왕릉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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