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행/가야산

광란의 산수화 (가야산 칠불봉)

산사랑방 2013. 9. 3. 22:15

 

 

 

 

 

 

2013. 9. 1. 가야산 칠불봉

 

 

 

 

새벽 3시, 차 시동을 걸고 막 출발하는데 빗방울이 차창을 때린다.

많지도 않고 적지도 않아서 산에 가라는 건지 가지 말라는 건지 아리송하다.

 

'기상청은 비 온다는 얘기가 없었는데...' 혼자 궁시렁거리며 출발을 한다.

 

 

 

일단 김밥이나 사고 생각해 보기로 했다. 24시김밥집에 들러서

김밥 두 줄을 샀다. 빗방울은 여전하다. 갈등이 생긴다.

 

'갈까 말까?'

 

'산에 가서 김밥은 먹고 와야지...'

 

 

 

10분 정도 지나니 다행히 더이상 빗방울은 떨어지지 않았다.

그대신 이번에는 자욱한 안개가 시야를 막는다. 좋은 징조? 재수가

좋으면 안개가 자욱한 날은 정상에서 운해를 볼 수 있을테니...

 

하여간~~, 혼자서 오만 상상의 나래를 편다.

 

아직 잠이 덜 깼나?

 

 

 

백운동 주차장에 도착하니 가로등 불빛에 안개는 더욱 짙어 보인다.

산님 한 분이 산행준비를 하고 있었다. 가만 생각해보니 '나만 미친 게

아니네..'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초반엔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는데 어

느 순간 그분은 사라지고 하산할 때까지 보이지 않았다.

 

'이런 내가 헛것을 봤남??'

 

 

 

백운암지를 지나 산죽길에 접어들자 갑자기 하늘이 트이고 희미한 달빛이

나뭇잎을 비집고 고개를 내민다. '그러면 그렇지...' 안도의 한숨을 쉰다.

 

 

 

그것도 잠시뿐, 이내 달빛은 사라지고 랜턴 불빛사이로 하얀

어둠이 쏟아진다. 동이 틀 시간이지만 어둠은 두려움도 회한도

없는 듯 그저 다소곳하다.

 

 

 

일출의 황홀함도 조망의 즐거움도 다 포기하기로 하고 칠불봉에 올랐다.

여까지 왔는데 정상은 올랐다가 가야지 싶어서...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하던 하늘이 갑자기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상에서 다시 볼 수 없는 광란의 산수화가 그려지고 있었다.

하늘이 붓을 들고 이른 아침의 요염한 햇살이 채색을 맡았다.

 

바람따라 흔들리는 고요, 그림 밖의 물

 

한 장

 

두 장

 

....

 

 

 

 

 

 

 

 

 

 

 

 

 

 

 

 

 

 

 

 

 

 

 

 

 

 

 

 

 

 

 

 

 

 

 

 

 

 

 

 

 

 

 

 

 

 

 

 

 

 

 

 

 

 

 

 

ㅡ END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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