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꽃 찬가' 금남호남정맥2구간(밀목재-팔공산-신광재)
2011. 4. 10. (일) 황사 약간
산사랑방
일출 06:03 / 일몰 18:57 / 음력 3.8
고도 1100m 시루봉 정상부에 핀 할미꽃, 수수하면서도 귀족적인 할미꽃이다.
이 할미꽃 덕분에 바닥났던 체력이 산행을 시작하던 처음상태로 회복되기 시작했다.
신기하고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할미꽃의 힘! 꽃과 인간과의 교감이
이런 것인가 싶기도 하고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그저 놀랍기만 했다.
1. 구간별 산행기록
06:20 밀목재 -산행시작-
07:15 사두봉
08:50-09:10 수분재
10:15 신무산
10:45 자고개
12:15-12:25 팔공산
13:15 서구이재
14:07 1060봉(섬진강 발원지 데미샘 670m)
14:35 오계치
15:30-15:40 삿갓봉 (알바구간)
16:27 홍두깨재
17:07 시루봉 헬기장
17:50 신광재 -산행종료-
18:20 중리마을
2. 정맥종주거리 : 25.0km (11시간 30분) / 총누적거리 38.10km / (하산거리 2km : 신광재-중리마을)
밀목재 - (2.8km) - 사두봉 - (4.4km) - 수분재 - (1.7km) - 신무산 - (1.5km) - 자고개 - (3.5km) - 팔공산
- (3.0km) - 서구이재 - (2.7km) - 오계치 - (0.6km) - 삿갓봉 - (2.8km) - 시루봉H - (2.0km) - 신광재
3. 주의구간 : 삿갓봉
4. 교 통 : 자가운전 남대구I.C-장수I.C-밀목재 (자가운전 150km / 2시간)
5. 차량회수 : 신광재 중리마을 - 밀목재 (장수택시 : 011-652-5458 /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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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비우고 걷자'
호남정맥과 금남정맥이 갈라지기 전 금남호남정맥은 총 65km에 이른다.
이 구간은 보통 4구간으로 나누어서 진행하는데 그 중에 2구간은 약 18km로 수분령에서
신광재까지 끊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지난번에 체력이 떨어져 우리는 수분령까지
가지 못하고 밀목재에서 산행을 마감했기에 2구간이 어중간하게 되고 말았다.
오늘 구간은 이름 있는 산봉우리가 여섯 개, 사정없이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야 하는
고갯마루는 무려 다섯 개나 된다. 더구나 수분재부터는 평균고도가 1000m에 이르러
체력 회복이 무척 더디다.
어떻게 하든지 다음 구간은 신광재에서 시작해야 하기에 오늘은 무조건 신광재까지 가야한다.
밀목재에서 신광재까지 거리는 약 25km, 신광재에서 중리마을 하산거리까지 합치면 약 27km에
이르는 장거리다. 수분령에서 시작할까도 생각했지만 일단 마음을 비우고 느긋하게 진행하기로
작정하고 밀목재를 출발하였다.
<산행 들머리 밀목재>
자동차가 보이는 동네진입로를 지나 우측으로 올라서니 들머리에 리본이 보인다.
우측 농가앞에는 묶여있는 개 세 마리가 쇠줄이 끊어져라 펄쩍펄쩍 뛰며 짓어댄다.
개들도 보면 심리가 묘하다. 묶어놓지 않으면 온순해서 지나가는 사람을 보아도
잘 짓지 않는데 묶어놓으면 난리법석이다.
집 건너편 밭에서 무엇인가 심고 계시던 아주머니가 짓어대는 개들을 조용하라며 타이
르지만 개들은 들은 체 만 체 계속 짓는다. 아주머니께 무엇을 심느냐고 물으니 감자 종
자를 심는다고 하신다. 곧이어 길은 낙엽이 보송하게 덮힌 산길로 접어들고 개소리도
점점 잦아든다.
20여분 급경사를 치고 올라서니 논개 활공장이다. 패러글라이더를 타는 곳으로
뒤를 돌아보니 멀리 장안산 능선에서 눈부신 햇살이 솟아 오른다. 상쾌한 아침이다.
오늘 넘어야 할 좌측의 자고개와 철탑을 이고 선 팔공산이 시원스레 조망되지만
옅은 황사 때문인지 산과 들의 풍경이 어째 신통치가 않다.
부드러운 낙엽으로 덮혀있는 갈색톤의 신갈나무 숲이 도열하여 길을 연다.
정맥길의 맛은 이러한 원시적인 숲길에 있다. 비록 약간의 황사가 있어서 날씨가
좋지 않지만 하루종일 산속에 있다는 것만으로 즐겁고 충분한 위안이다.
툭별한 조망도 없고 묘지가 떡 버티고 있는 사두봉(1014m)
<바구니봉재>
생강나무가 꽃을 피운걸 보니 금남호남에도 이제 봄이 왔나 보다.
더러 제비꽃도 보인다. 그러나 노루귀는 눈에 띄지 않는다.
<해발고도 539m 금강과 섬진강 발원지인 수분령> 사과와 소의 상징물이 인상적이다.
장수는 사과와 한우가 유명한 고장인가 보다.
'구름도 쉬어가고 바람도 자고가는 수분령휴게소' 간판이 고상하다.
추풍령 휴게소는 '구름도 자고가고 바람도 쉬어가는 추풍령 휴게소'라 했던가?
어쨌든 라면 한 그릇 해치우고 나도 구름되어 쉬었다가 출발~~
수분령에서 신무산 오르는 길이 애매하다. 마루금을 밟아 온 것 같은데 등로는 희미하고 잡목과 가시덤불이
우거져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 이곳 발목지대를 통과하니 아예 길은 없어졌다. 여름에는 고생깨나 할 것 같은
구간이다. 신무산에 도착해서 알았지만 리본은 마루금이 아닌 마을 방향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신무산(896m)정상
신무산을 내려서며 바라본 가야할 자고개와 그 위로 오똑하게 솟은 1013봉, 다음은 팔공산
장수에서 임실 산서면을 이어주는 13번국도가 지나는 자고개
<천년을 지켜온 합미성 성벽>
합미성(合米城)은 후백제 때 쌓은 성으로 성안에 군량미를 보관하였다고 하여 합미성이라 부른다..
돌로 쌓은 성벽은 약 300m정도 끊어질 듯 이어진다. 부분적으로 무너지긴 했지만 천년의 세월, 그 무게에
비하면 잘 보존된 셈이다. 성벽의 돌 하나하나에는 그당시 백성들의 고단한 삶이 녹아있으리라.
<현호색> 팔공산 가는 길...
1013봉을 우회하면서 현호색과 얼레지 친구들을 만났다. 이곳저곳에서
듬성듬성 피어나긴 했지만 해발 1000m가 넘는 산 능선에 자생하고 있다는 것에 더욱 마음이
끌린다. 홀로 걷는 쓸쓸한 길 위에서 오래도록 보지 못했던 정다운 친구를 불쑥 만난
기분이 이러할까.
팔공산 (1151m)
팔공산 정상부는 통신시설이 점령하고 있지만 헬기장에 올라서면 시원한 조망이 펼쳐진다.
<팔공산 헬기장에서 바라본 지나온 신무산 방향>
팔공산을 오르면서 부부산객을 만났고 이곳 정상부에서 몇명의 산객들을 만났다.
이후로 신광재까지 아무도 만나지 못했으니...
철사다리는 최근에 설치된 것으로 보인다.
<서구이재 해발 850m>
위에서'와룡휴양림' 방향으로 가면 전면에 보이는 동물이동통로로 진행하게 되는데
'서구이재' 이정표따라 내려왔더니 다시 또 올라가야 하는 수고를 해야했다.
체력이 많이 떨어진다. 산행 7시간 째, 약 17km를 진행했으니 그럴만 한 시간이다.
정맥 이정표는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와룡휴양림 2km지점인
삿갓봉까지는 '와룡휴양림'이정표 따라 진행하면 된다. 그 외에는
정맥리본 따라 가면 길 잃을 염려는 없을 것 같다.
1060봉으로 섬진강 발원지인 데미샘까지는 약 700m 거리다. 정맥은 '오계치' 방향이다.
등로 옆으로 얼레지가 또 눈에 띈다.
1070봉에서 바라본 오계재와 '삿갓봉' 오늘 중 가장 힘들었던 구간이다.
4거리 안부인 오계치로 내려서며 바라보니 올라갈 길이 까마득하다.
오계치에서 우측 와룡휴양림까지는 1.6km거리다. 이곳으로 탈출하면
상리-중리 마을로 이어진다. 좌측 단애위에 정자가 보인다.
이곳 정자까지 오르는데 몇 번을 쉬었는지 모르겠다.
정자에 주저 앉아 김밥을 먹을려고 꺼냈더니 쉰 냄사가 난다. 이런~~~! 김밥 대신
빵 두개로 허기를 달랜다. 멀리 지나온 팔공산이 너 고생 많다며 위로를 보낸다.
뒤돌아본 오계치(재)와 1070봉
삿갓봉 (1114m), 오늘 알바구간이다.
의자에서 앉았다가 일어서며 아무생각없이 '와룡휴양림'방향으로 직진하고 말았다.
이정표 뒤쪽, 리본이 많은 좌측으로 진행해야 했다. 급경사를 내려서니 길이 낯설게 느껴진다.
좌측으로 마루금을 힐끗힐끗 쳐다보며 100m정도 내려갔나 보다. 뭔가 육감이 이상하다.
길이 낯설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초행길이라 해도 정맥길은 낯익은 느낌인데...
정맥 리본도 보이지 않는다. 그때서야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다. 다시 삿갓봉까지
올라가서 확인한 후에 다시 내려오든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삿갓봉에 뒤돌아오니 좌측으로 정맥 리본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게 아닌가.
그 반가움이란...
아마 비오는날이나 안개낀 날이었으면 휴양림까지 계속 내려갔을 것이다.
삿갓봉을 지나 망바위에서 바라본 홍두깨재와 좌측으로 오똑하게 보이는 것이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 시루봉이다.
날씨는 무더운 여름같다. 기온은 20도, 숲은 소나무가 전혀 없어서 쉴 만한 그늘도 없다.
'무슨 산이 이래, 소나무도 없는...' 혼자 투덜대며 억지로 무거운 걸음을 옮긴다.
할미꽃 찬가
하필이면 왜 재 이름이 '홍두깨재'인지 의문이 든다. 그러나 나무에게 따질 여유가 없다.
아제 '시루봉만 올라서면 신광재는 코앞이다' 라고 스스로를 위안하지만 발걸음은 천근만근
무겁기만 하다. 대간 하면서는 이보다 긴 구간을 걸어보긴 했지만 낙동할 때도 이렇게
장거리를 걸어보진 않았다. 재를 올라서려니 마치 홍두깨로 뒤통수를 맞은 듯 머리가
어지럽기도 하고 이러다가 쓰러지는건 아닌가 싶다.
수도-가야 능선도 평균 고도는 오늘 구간과 비슷하지만 이보다 힘들진 않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대간은 댓재-백봉령 구간이 가장 길었다. 두타-청옥-고적대를 넘는
약 29km 구간이었는데 그와 버금갈 정도로 몸이 지치는 것 같다. 마지막 힘을 낸다.
이곳 헬기장까지 30여분 죽을 힘을 다해 올랐나 보다. 좌측으로 시루떡을 얹어놓은 것
같은 시루봉이 떡 버티고 서서 어서오라며 손짓한다. "더 못가".하며 털썩 주저 앉았다.
그러다가 할미꽃과 눈이 마주쳤다. 와~~! 이런~~~
"할미꽃이다!" 혼자 싱겁게 탄성을 질렀다. 정말 오랜만에 만난 할미꽃이 아닌가 싶다.
1000m 이상의 고도가 높은 곳에서 자생하는 할미꽃은 동네 야산의 무덤에서 피는 할미꽃
과는 비교가 안된다. 그보다 크기도 하고 모양은 수수하면서도 귀족적인 품위가
느껴지는 게 특징이다.
대부분 꽃봉우리만 맺혀 있었지만 몇 송이는 아주 예쁘게 꽃봉오리를 터뜨렷다.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를 만난듯 이보다 반가울까 싶다.
보송보송한 것이 마치 토끼의 오물거리는 입을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이제 길을 나서야 겠다는 생각에 자리를 털고 일어서니
갑자기 몸이 한없이 가벼워졌다는 느낌이 든다. 할미꽃 덕분에 바닥났던 체력이 산행을
시작하던 처음상태로 회복된 것이다. 신기하고 놀라운 일이 아닌가. 할미꽃의 힘!
꽃과 인간과의 교감이 이런 것인가 싶기도 하고...
눌루랄라~~ 휘바람을 불며 시루봉을 내려서니 고랭지 채소밭이 보이고 이제 신광재가 코앞이다.
보통 때 같으면 다리를 질질끌고 내려갈 텐데 지금은 다리에 힘이 넘친다. 이제 부터는 밤새도록
걸어도 체력이 남을 것 같으니 참으로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체력이 회복되는 경험은
지리산 화대종주를 할 때 느껴보긴 했지만 오늘과는 상황이 달랐다.
정맥 마루금은 줄지어 선 소나무따라 이어진다.
신광재에서 중리마을로 가는 임도는 길이 험해 차량 통행이 힘들다. 걸어가면
30분정도 걸린다. 신광재에서 휴대폰이 터지지 않다가 1km정도 내려오니 휴대폰이 터진다.
택시와 중기 마을에서 만나기로 약속하니 오늘 만났던 할미꽃이 자꾸만 눈앞에 어른거린다.
사랑스럽고 매혹적이던 '시루봉의 할미꽃!' 두고두고 잊지 못하리라...
중리 마을에서 신광재 가는 길은 '좋은농장'간판이 보이는 우측길로 들어서면 된다.
금남호남 제2구간 밀목재-수분재-신광재 산행지도
ㅡ 끝 ㅡ 감사합니다.
'백두대간. 9정맥 > 금남호남정맥(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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