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매산 철쭉 산행
2010. 5. 16. (일)
정상부주차장-모산재-순결바위-베틀봉-황매평전
(꼭지와 둘이서 원점회귀 약 4시간)
봄이 아름다운 것은 어디선가 새 잎이 돋고 꽃이 피기 때문일 것이다.
계절이 봄이라고 해서 꽃이 제멋대로 피는 것은 아니다.
꽃은 종족번식을 위한 존재의 결정체다. 생명이란 고통을 치렀을 때 더욱
아름답게 변화하고 성장하듯이 꽃이 피어나기 위해서는 여름 날의 가뭄과
뙤약볕, 겨울의 찬바람과 눈보라를 참고 견딘 결과일 것이다.
황매산은 그러한 봄, 꽃의 존재를 즐기기에 더 없이 좋은 산이지만
그동안 이런저런 사정으로 한 번도 찾아보지 못했다. 오늘도 원래의
계획은 아니었지만 꼭지의 권유로 황매산으로 향했다.
황매산 어느 한 곳 철쭉이 아름답지 않는 곳이 없었지만 순결바위
능선에 핀 철쭉이 아련하게 가슴에 와 닿았다. 어쩌면 흙 한 줌 없어 보이는
바위틈 속에서 철쭉이 자라고 꽃을 피울 수 있을까..
정상부 목장부지에 들어선 주차장..
나무와 풀이 자라고 꽃을 피어야 할 자리에는 주차장이 들어섰다.
지자체의 이익을 위해 환경은 이렇게 파괴되고 있다.
정상부의 철쭉은 70%정도 개화한 상태라 일주일 후에 찾아도 괜찮을 것 같다.
모산재에 서니 산과 들 주변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 속에 있어도 주변 산들이 잘 보여야 명산의 소리를 듣는데 황매산은
명산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숲과 그늘이 없어서 뙤약볕에 걷는 것은
고역이다. 등산로는 메말라서 밟으면 먼지가 풀풀날린다.
모산재에서 이어지는 순결바위 능선이다.
흙이라곤 찾기힘든 마사토 바위들 뿐인데도 능선은 온통 꽃밭이다.
오늘 이 꽃을 피우기 위해 철쭉은 얼마나 긴긴날
동안 자신을 지켜왔을까 생각하니 경이로운 마음 뿐이다.
이 한그루 안에 우주의 삼라만상이 다 들어 있으리라..
바위틈 구석구석.. 척박하고 메마른 환경이지만 철쭉은
아름답고 고운 자태로 구석구석에서 꽃을 피워내었다.
꽃을 피우기 위한 철쭉의 몸부림이 처절하기 까지 하다.
그래서 순결바위보다 철쭉이 더욱 순결해 보이는지 모르겠다.
철쭉이 바위틈새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꽃을 피우듯이
우리도 이렇게 꽃을 피울 수 있을까..
꽃이 우리의 눈만 즐겁게 하는 것은 아니다.
꽃이 피지 않는 땅이라면 우리 인간도 살아가지 못할 것이다.
이렇듯 꽃은 우리의 눈을 열어 내면을 들여다보게도 해준다. 이들이
살아가는 환경에서 우리 인간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에 꽃이란
그들 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의 존재이유 이기도 한다.
모산재에서 바라본 황매산 주능선
황매평전 철쭉 군락지를 지나 베틀봉 능선에 올라서니
산청 방향으로 지리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린다. 멀리서 이렇게 바라만 보아도 가슴이 쿵쿵뛰는데 만약
매일 가까이서 지리산을 본다면 가슴이 터져 죽을지도 모른다.
지리산은 그런 산이다.
그래서일까. 영화 촬영지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더욱 아름답다.
꽃밭을 누비는 산객들의 활기찬 걸음걸이 속에서
황매산의 봄은 더욱 깊어지고
꼭지와 철쭉, 셋트장을 배경으로 넣으니 한 폭의 그림이 펼쳐진다.
"아~~! 가는 봄 다시 잡을 수는 없을까......"
ㅡ The end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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