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9정맥/백두대간(완)

첫눈속의 백두대간 8 (빼재-대덕산-부항령)

산사랑방 2008. 12. 24. 15:19

 

                                       

첫눈 속의 백두대간 8 (빼재-대덕산-부항령)



                                                         

2007.   12.   02. (일) 흐리고 눈

                                                                    

산사랑방 홀로

                                                      

일출 07:17 / 일몰 17:12 / 음력 10.23


 

 

 

 

 



   

▲대덕산과(위) 덕유삼봉산의 서리꽃


 


구간별 산행기록


07:00 빼재(신풍령)  -산행시작-

08:10 호절골재

08:33 덕유삼봉산

09:45 소사고개

11:10 수도지맥 갈림길

11:20 삼도봉(초점산)

12:04 대덕산

13:11-13:30 덕산재

15:05 853봉(삼각점)

15:40 부항령       

15:50 부항령터널    -산행종료-



총 산행시간 : 21.50km( 8시간 50분)


▣ 대간종주거리 : 20.5km / 누적거리 154.15km

빼재-4.35-삼봉산-3.1-소사고개-3.25-삼도봉 -1.45-대덕산-3.05-덕산재-5.3-부항령-1.0-삼도봉터널 

▣ 접근(하산)거리 : 1.0km (부항령-삼도봉터널)

▣ 총 산행거리 :  21.50km / 누적거리 179.35km

▣ 식수위치 : 대덕산아래 얼음골약수터(수량약함) / 덕산재에는 식수 없음

▣ 주의구간 : 덕유삼봉-소사고개 하산길

▣ 교통 : 자가운전 (서대구-거창-빼재) 1시간 50분소요

▣ 차량회수 : 부항령⇒구천동⇒빼재아래 상오정마을 40,000원 (무풍개인택시 011-689-6660)



산행개요 <빼재-덕유삼봉산-초점산(삼도봉)-대덕산-덕산재-부항령>



장장 80리길 덕유산을 넘은 백두대간은 빼재에서 잠시 숨을 고릅니다.

그리고는 수정봉을 넘어 된새미기재, 호절골재 등 잊혀져가는 옛 고개를 지나면서

덕유의 넉넉한 품이 아쉬운지 자꾸만 뒤를 돌아봅니다.

그리고는 다시 몸을 일으켜 세우는데 바로 ‘덕유삼봉산’ 입니다.


선답자들의 산행기에 의하면 ‘대동여지도’와 ‘산경표’를 근거로

덕유삼봉에서 백운산까지를 덕유 100리라 일컬으며 덕유산으로 친다고 합니다.

삼봉에서 소사고개를 내려다보면 600m가 넘는 그 엄청난 고도차에 “아이구~.”소리가

저절로 나게 되지만 30여분만 급경사를 내려서니 유순한 길이 이어지더군요.

 

소사고개 고랭지 채소밭을 지나면서 이곳도 백두대간 마루금이라고 생각하니

신기하기도 하고 수도지맥 갈림길인 거창 삼도봉(초점산)에 올랐을 때는 운무 때문에 수도지맥의

장쾌하게 펼쳐지는 산군들의 조망을 볼 수 없어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특히 제일 좋아하는 수도-가야의 옹골찬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더욱 실망했지요.


초점산에서 대덕산가는 길도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대간길이 어느 쉬운 구간 없다고 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였습니다.

힘들게 대덕산에 올라 그 유래를 음미하며 잠시 휴식하고 급경사를 내려와 덕산재에서 도착하니

눈이 많이 내리기 시작하더군요.

이렇게 계속 내리면 어쩌나 싶어 차량회수가 은근히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덕산재에서 산행을 접는다면 꼭지와 함께할 우두령까지 다음구간이 5.3km 더 늘어나게 되니

무릎이 또 고장 날 것 같더군요. 그래서 이판사판 부항령까지 고~~ 했습니다.

부항령에서 1시간 가까이 기다려 택시를 타긴 했습니다만

이미 도로는 빙판길로 변한 뒤였습니다.

대간 산행보다

차량회수와 귀가길이 더 힘들었던 8구간이었습니다.



**********************************




빼재의 유래


빼재(수령 또는 신풍령)에 세워져 있는 『백두대간 안내비』에는

빼재의 유래를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습니다.


『빼재』는 삼국시대부터 각 국의 접경 지역이었기에 전략적요충지로서 수많은 민관군이

이곳에 뼈를 묻어야만 했고 임진왜란 시 이곳의 토착민들은 산짐승들을 잡아먹어가며 싸움에 임했다.

그 산짐승들의 뼈가 이곳저곳에 널리게 됐다고 해서 “뼈재”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지며

뼈재가 경상도 방언으로 빼재가 되었다고 한다.


‘빼재’는 ‘추풍령’을 본뜬 ‘신풍령’이라는 휴게소가 고개 아래쪽에 들어서면서 ‘신풍령’이라고도

불리기도 하나, 일제강점기에 고개 이름을 한자로 바꾸는 과정에서 ‘빼’를 ‘빼어나다’로 해석하는 바람에

지금은 어울리지 않는「수령(秀嶺)」즉 빼어난 고개라는 뜻의 표지석이 세워지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곳 주민들은 옛 이름인 ‘빼재’로 불려지기를 원하고 있고 앞으로 이곳을 관통하여

뚫리는 터널이름 또한 ‘빼재터널’로 불려지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합니다.


 

       

▲06:57 빼재의 백두대간 안내비



덕유삼봉산의 서리꽃


대간 후 처음으로 꼭지를 떼놓고 홀로산행을 하게 됩니다.

멀고 먼 덕유산을 두 번에 나누어 넘긴 넘었는데 꼭지의 무릎이 고장나서 병원에 입원도 하고

치료를 열심히 받았으나 오늘 산행은 무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더군다나 오늘 진행하는 삼봉산-대덕산구간은 보통 힘든 구간이 아니거든요.

새벽 일찍 일어나 도시락을 사고 이것저것 산행을 준비해준 꼭지덕분에

함께하는 것처럼 가볍고 편안한 마음으로 빼재에 도착합니다.


06:50 빼재


아직도 캄캄한 어둠이 사위를 감싸고 있습니다.

일기예보에 비 또는 눈이 내린다고 하더니 하늘이 심통을 부리듯 잔득 흐려있습니다.

옆에는 부부산님이 산행준비를 하고 있어서 반갑다며 인사를 드렸더니 부산에서 새벽 3시에 도착해서

자동차안에서 주무시고 이제 출발한다고 하네요.

또 한 팀은 단양에서 오셨다는 여섯 분의 대간꾼들이었는데 후다닥 소리가 나더니 금새 시야에서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가 빼재로 차량 회수하러 올 때도

눈길을 같이 넘어오게 됩니다.


산행준비를 하고 거창방향으로 100m 정도 내려가니 대간길이 환히 열려있는데 들어서자마자

급경사오름길이 진을 뺍니다. 몸도 풀리지 전이라 헉헉대며 오릅니다.

10분여 곧 지 능선에 올라서니 대간길이 반질반질합니다.

수정봉이 어딘지 모르게 지나치고 룰루랄라 걷다보니 호절골재에 이릅니다.

예전에는 표지목도 없이 ‘호절골재’라는 비닐표지가 걸려있었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엿한 이정목(←빼재3km ↓금봉암 0.5km →삼봉산 1km)이 세워져 있습니다.



 

                                                  

▲좌측으로 우회하게 되는 수령봉(1090m)과 우측의 덕유삼봉산

 

 

 

                                                          

▲호절골재와 덕유삼봉산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호절골재 (빼재3km / 삼봉산 1km) 


 

호절골재를 지나니 약간의 오름이 이어지고 하늘에는 눈발이 날리기 시작합니다.

비록 싸락눈이지만 올겨울 첫 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삼봉산정상부에는 먼저 출발하신 단양의 산님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정상석 사진을 찍고 먼저 출발합니다. 좌측 우회로를 버리고 우측 암봉구간으로 들어섭니다.

나뭇가지사이로는 상고대가 맺히기 시작하고 그 아래 소사고개가 운무속으로 희미하게 보입니다.

날씨가 맑아 조망이 좋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지만 세상사 다 뜻대로 되나요.


그러고 보니 대간을 시작하고부터 늘 비와 친했고 이제 겨울이 되니

눈과도 친해지는 것 같습니다. 비 보다는 눈이 좋다고 하시겠지만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특히 오늘 만큼은..

그래도 아름다운 서리꽃을 보니 꼭지가 생각나 현장 생중계를 위해 폰 사진을 찍어 꼭지에게 보내줍니다.



 

                                                                                  

▲덕유삼봉산


 

 

 

                                                        

▲삼봉산에서 내려다본 엷은 운무속의 소사고개


 

 

 

                                                                              

▲덕유삼봉산의 서리꽃   


암봉구간이 끝날 즈음

앞으로는 더 이상은 진행할 수 없어 좌측 주 등산로로 내려서려니 직벽에 로프가 매여져 있습니다.

로프가 너무 가늘어 위험해 보였지만 그렇다고 다시 우회지점으로 뒤 돌아갈 수는 없는 일이라

위험을 무릅쓰고 로프에 대롱대롱 매달려 내려섭니다.

휴~~~! 하마터면 떨어질 번했습니다.

바위능선 따라 10여분 우측으로 희미하지만 정겨운 소사고개를 내려다보며 감상에 젖습니다.

오늘 제일 조망이 좋은 구간이었지만 진눈개비와 운무속으로 억지로 봅니다.

그렇게 걷다보니 오도재 갈림길입니다.



 

         

▲오두재갈림길. 대간은 우측으로 리본따라 90도 꺾어 내려서야 합니다.


 


이곳에서 “계속 고~~”하고 직진하면 알바~~ 오두재를 거쳐 상오정마을이나 갈마마을로 빠지게 되지요.

대간길은 우측으로 급하게 꺾이는 하산길로 들어서야 합니다.

물론 리본이 빽빽하게 붙어있어 알 수 있지만 야간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 같네요.


조금씩 굵어지는 눈발속으로 미끄러운 급경사를 내려서는데 그거 장난이 아니더군요.

무릎이 약하신 분들은 주의해야할 구간이었습니다. 로프구간은 없지만 경사가 급한 너덜길인데다

미끄러워 잘못하면 발목과 무릎에 큰 부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눈발을 피해 큰 바위아래에 앉아 잠시 휴식하고 조심조심 걸음을 옮깁니다.



 

                                                                         

▲소사고개 하산길의 기암


 

 

 

                                 

▲사진상으로는 닫혀 있지만 당기면 열립니다. 대간은 반질한 직진이 아니라 울타리 따라 우측입니다.


 

 

 

                                                                             

▲뒤돌아본 삼봉산

 


20여분 급경사가 끝나고 묘지를 지나면서 서서히 유순한 길로 이어지더니 <일몰후 출입을 금함>

철대문 우측으로 울타리 끼고 돌다가 대간길은 고랭지채소밭으로 연결됩니다.

밭둑따라 리본이 쭈욱 계속 붙어있어 소사고개를 지나는데 길 잃을 염려는 없더군요.

밭에는 수확을 포기한 채 묶지 않는 배추가 그대로 버려져 있습니다.


요즘 배추값이 금값인데 왜 수확하지 않는지 알 수가 없지만

가을 가뭄에 배추가 재대로 성장을 못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상품가치가 떨어져

인건비나 유통비를 건지지 못해서 그런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배추밭을 지나 리본은 좌측 산길로 안내하더니 사진에서 많이 본 낙엽송군락지가 나타나고

곧 이어 거창의 고제면과 무주의 무풍면을 잇는 1089번도 지방도가 지나는 소사고개에 닿습니다.



 

                                          

▲대간 마루금을 개간하여 만든 고랭지 채소밭(수확을 포기한 배추)


 

 

 

                                                                        

▲1089번 지방도 소사고개

 


그 옆에는 관광버스가 한 대 정차되어 있고 한 무리의 산꾼들이 몸을 풀고 있습니다.

어디로 가시는가 했더니 빼재로 향하시더군요.

이곳에서 서북쪽에 위치한 소사분교(지금은 폐교)는 대간꾼들의 사연도 많고 비박처로도

유명한 곳이라 한 번 가 보고 싶지만 갈 길이 바빠 그냥 지나갑니다.


소사고개를 지나 임도와 묘지 그리고 시금치밭을 지나면서 서서히 오름이 시작됩니다.

1시간여 코를 땅에 붙이고 빡빡~~ 오릅니다.

초점산인가 했더니 수도지맥 갈림길인 능선안부입니다. 대간은 좌측, 수도지맥은 우측입니다.

국사봉을 거쳐 수도산에서 다시 금오지맥이 분기하고 산은 그렇게 첩첩으로 이어지지요.

하지만 오늘은 조망이 없어 그 장엄한 산줄기들을 바라볼 수가 없습니다.


 

                                                         

 ▲초점산을 오르며 뒤돌아본 소사고개방향


 

 

 

                                                                                

▲수도지맥 분기점 


 

 

 

                                                                                    

▲초점산(삼도봉)

 


초점산은 이곳에서 아직 10분거리에 있습니다.

분기점을 지나니 완만한 경사가 이어집니다. 쉬엄쉬엄 오르니 전북, 경남, 경북 즉 삼도의 경계인

거창 삼도봉(초점산 1,250m)입니다. 초점산에서 대덕산가는 길도 이렇게 부드러운 능선인줄 알았는데

그건 오산이었습니다. 20여분 줄기차게 내려가고 또 20여분 줄기차게 올라가야 하는...



 

                                                             

▲대덕산 가는 길.. 저 봉우리를 넘고 또 넘습니다.


 

 

 

                                                               

▲뒤돌아본 초점산.. 경사가 만만하지 않습니다. 


 


대덕산과 십승지의 무풍


12:00 대덕산

흔히들 봉황을 닮은 산이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서북쪽에는 무풍이라는 마을이 있습니다.

소사동에서 발원한 남대천을 끼고 터전을 잡은 고을인데

‘무풍’이라는 이름은 이미 통일신라 때 지어졌다고 합니다. 봉황을 닮은 대덕산아래에 위치하여서인지

‘정감록’은 전쟁 등 큰 재앙이 발생시 우리가 숨어야할 안전한 피난처

즉 三災不入之地(전쟁과 질병이 없고 흉년이 들지 않는 살기가 좋은 곳) 으로 십승지(十勝地)를 말하고 있습니다.

무풍은 십승지 중의 한 곳일 뿐만 아니라 ‘삼豊’ 중의 한 곳이라고 하니 예사마을이 아니지요.


무풍은 백제와의 사이에 나제통문을 경계로 예전에는 신라 땅이었습니다.

그 후 백제와 땅따먹기로 빼앗겼는지 어쨌는지는 모르지만 현재 행정구역은 전북에 속해있으나

언어와 풍습, 생활은 경상도, 즉 김천과 거창에 가까운 곳이라고 합니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지만 눈도 내리고

적당하게 앉을 때가 없어 점심은 덕산재에서 먹기로 하고 그냥 내려섭니다.


 

                                                                                     

▲대덕산


 

 

 

                                                                                

▲대덕산 얼음골 약수터


 

 

 

                                                                         

▲덕산재 가는 길


 

 

 

                                                                     

▲김천 대덕과 무주 무풍을 잇는 덕산재

 


또 급경사 비탈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조심조심 다리가 무겁게 느껴질 즈음 산죽사이로 대덕산약수터가 걸음을 멈추게 하네요.

갈수기여서 샘물은 아주 가늘게 흐르는데 완전히 간난아이 오줌수준입니다.

이 물 받아서 라면 끓여먹을 생각은 아예 하시지 않는 게 좋겠더군요.

차라리 생 라면 먹는 편이..


유명한 약수로 소문난 물이니 단양의 산님들 틈에 끼어서

한 모금 마시고는 지그재그로 이어진 등로따라 덕산재로 내려섭니다.

덕산재 간이 정자에서 쪼그리고 앉아 도시락을 먹는데 눈발이 더욱 세차게 내립니다.

아직 도로에 쌓이진 않지만 계속 이렇게 내려 빙판길이 되면 차량회수 하는데 어려움이 예상되네요.

 

마음 같아서는 덕산재에서 산행을 마감하고 싶지만 그렇게 되면

다음에 꼭지와 산행할 구간이 너무 늘어나 안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밥을 먹는둥마는둥 서둘러 출발합니다.

참고로 덕산재에는 식수가 없었습니다.



눈내리는 덕산재에서 부항령


덕산재에서 부항령구간은 특별한 봉우리가 없어

룰루날라~~휘바람소리 절로 나는 편안한 오솔길로 생각했는데 흐미~ 계속 오르막입니다.

고도가 고~고~ 하며 계속 올라갑니다.

역시 대간은 편안한 길이 없더군요. 고도를 200정도 죽어라 치고 오르니 능선안부에 닿는데

지도를 보니 833봉이라 합니다. 이곳부터는 부항령까지 고도 700~850m를 유지한 채

능선은 계속해서 약간의 오름과 내림이 이어집니다. 서서히 내리던 싸락눈이 이제는 함박눈으로 바뀌고

나뭇가지와 등로에도 소복소복 눈이 쌓여 아름다운 설경을 연출합니다.


 

                                                                    

▲발자국도 숨어버린 덕산재에서 부항령 가는 길


 

 

 

                                                            

▲853봉의 삼각점.. 이곳에서 부항령까지는 30여분입니다.


 

 

 

                                                          

▲부항령이 가까워짐을 느끼게 해주는 푹신한 낙엽길..

 


내 발자국만이 나를 따르고 있을 뿐, 선행자도 없고 이정표도 전혀 없습니다.

단지 촘촘히 붙어있는 리본만이 대간길이라는 것을 안내해 줍니다.

덕산재에서 1시간 30여분 걸려 도착한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853봉)가 유일하게 내 위치를 알려주네요.

이곳에서 부항령까지는 40여분이면 충분하다는 선답자들의 산행기가 생각나 마지막 힘을 냅니다.

가끔은 능선따라 보송보송한 낙엽길이 이어져 발걸음을 가볍게 해줍니다.


멀리서 나마 약하게 자동차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니 드디어 부항령이 가까워지나 봅니다.

이정목은 없으나 촘촘히 달린 리본사이로 ‘부항령’이라는 비닐표지가 보입니다.

이곳이 ‘부항령’임을 말해줍니다.

좌측?, 우측? 어디로 내려갈까 잠깐 망설였는데 리본이 많은 우측으로 내려섭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무풍방향은 좌측으로 내려서는 것이 더 가까운 거리였습니다.


 

                                                                  

▲이정목없는 부항령입니다.


 

 

 

                                     

▲15:50 부항령아래의 삼도봉터널.. 1시간 후에는 눈이 하얗게 덮힌 빙판길로 변하더군요. 

 


10분여 내려서니 정자도 보이고 사진으로 보았던 터널이 반겨줍니다.

눈송이가 더욱 굵어지는 터라 걱정이 되어 얼른 무풍택시에 전화합니다.

기사님 말씀, 지금 빼재에서 이동중인데 빙판길이라 빨리 갈 수가 없으니 40여분 기다리라고 합니다.

어쩝니까. 기다려야죠. 터널속에서 여러 생각을 하며 시간을 죽입니다.

40여분 후 택시가 도착했을 때는 해질녘이라 이미 쌓인 눈이 얼어붙고 있어서

차량통행이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지름길인 온산리에서 상오정 마을로 가면 택시비는 25,000원밖에 나오지 않지만

지금은 빙판으로 변해있어 차량이 통행을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우회하여 나제통문을 지나 구천동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도로에는 2~3㎝눈이 쌓여있고

자동차는 엉금엉금 거북이운행을 하고 있습니다.


구천동의 도로도 이러하니 택시가 어떻게 빼재까지 올라갈까 걱정이 됩니다.

결국은 택시가 상오정마을에 도착했을 때는 기사님이 미끄러워 더 이상 못 올라가겠다고

버티는 바람에 빼재까지 4km의 눈길을 걸어서 올라갔습니다.

기사님은 빼재까지 20여분 걸린다고 했지만 아무리 준족이라고 해도 4km의 눈길을

20분만에 걸어갈 수 는 없습니다.


성질이 나지만 어쩝니까.

빙판길에 위험을 무릅쓰고 여기까지 태워준 것도 고마운데 싶어 그냥 참으며

단양에서 오셨다는 동승자 두분와 함께 털래털래 걸어갑니다.

어둠이 내려앉은 빙판길의 도로를 걸어가니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더군요.

이렇게까지 대간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당장 빼재에서 빙판길을 어떻게 내려갈까?

............................@


 

                                 

▲17:41 걸어서 하늘(빼재)까지.. 상오정마을에서 빼재가는 길인데 야간모드로 찍었더니 흐리네요.

 


40여분 걸어서 빼재에 도착했을 때는 구천동보다 훨씬 많은 10㎝정도의 눈이 도로위에 쌓여있고

세워둔 자동차위에는 초가지붕을 올린 것처럼 눈이 소복이 쌓여 장관을 연출하더군요.

하지만 감상에 젖을 시간이 없습니다.

차창의 눈을 털어내는데 때마침 체인을 판매하는 차량이 올라오더군요.

구세주가 따로 없습니다.

거금 40,000원? 망설임 없이 구입합니다.

그 체인 덕분에 무사히 내려올 수 있었습니다만, 겨울의 대간은 산행만 힘든 것이 아니라

산행이상으로 차량회수도 무자게 힘들다는 것을 체험한 하루였습니다.


- 끝 -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