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행/설악산

공룡의 신비 (오색-대청봉-공룡능선-비선대)

산사랑방 2008. 12. 24. 11:58

 

 

                             하루하루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공룡의 신비 (오색-대청봉-공룡능선-비선대)

 

 

 

                                                                     ▲대청봉에서 바라본 공룡능선

 

 

          

                                                                               마등령의 독수리상

 

 


산행지 : 설악산(오색-대청봉-공룡능선-비선대)

산행일 : 2005. 8. 14(일)맑음

산행자 : 꼭지(아내)와 해병대부부 넷이서

교   통 : 안내산악회(회비 45,000원 대구출발.무박)


02:40 오색매표소 -산행시작-

06:20-07:30 대청봉

07:50-08:20 중청대피소 조식

09:30 무너미고개

10:00 신선대(공룡능선)

11:35 1275봉

12:40 나한봉

13:10-13:20 마등령

15:30-15:50 비선대

16:50 소공원주차장 -산행끝-


8/13   21:30 대구출발

8/14   23:20 대구도착


총 산행시간 : 14시간 10분(휴식 2시간10분포함)

총 산행거리 : 19.1km

       오색→5km←대청봉→0.6km←중청산장→1.9km←희운각→5.1km←

       마등령→3.5km←비선대→3km←소공원




1. 처음 이용한 안내산악회


폭우 속에 접은 지리종주 그 아픔은 무척 컸다.

아들과 함께할 수 있는 1년에 단 한번 오는 기회를 놓쳤다는 아쉬움도 있지만

내년이면 아들이 군대에 가니 함께할 수 있는 이런 기회가 언제 또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주는 무릎이 얼얼하도록

팔공산능선이나 하루 종일 걸으며 아쉬움을 달래고 싶었다.

그런데 갑자기 안내 산악회의 설악산 공룡능선이 눈에 번쩍 뜨인다.


“바로 이거다. 모든 시름 다 잊고 공룡에나 진하게 함 붙어보자.”

때 마침 해병대부부도 같이 가겠다하니 넷이서 난생 처음 안내산악회버스에 몸을 싣는다.

나이가 지긋하신 산행대장님을 보니 산전수전 다 겪은 분 같아 우선 마음이 놓인다.


대구를 출발

5시간 가까이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가 잠간 깊은 잠이 들었을까

자동차가 이리저리 곡예를 부리더니 드디어 오색이다.

“휴~ 이제 다 왔나 보구나.” 모두들 잠에서 깨어나니

비몽사몽간에 들려오는 대장님의 마이크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8시가 어떻고 저떻고 -------... 8시에 출발한다.

기억에 남는 건 그 소리뿐이었다.

그런데 그 중요한 중간대목을 빼먹은 바람에

설악의 미아가 될 뻔한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으니....????




2. 오색매표소


시간이 02시40분에 지나지 않았는데 오색은 온통 관광버스물결로 불야성이다.

당연히 매표소는 성업중이다.

화장실에 간 꼭지(아내)를 기다리며 잠간 서 있는데

후다닥~~!

같이 온 일행들은 매표소를 통과하자말자 번개처럼 사라져 버린다.

천하태평으로 산행하는 우리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결국은 소공원에 하산 할 때 까지 아무도 만나지 못했으니

그 빠른 발걸음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오색에서 대청봉가는 길이 어디 보통길인가.

거리로는 5km에 불과하지만 제작년에 꼭지와 하산할 때 5시간이 더 걸린 구간이다.

2.5km지점 04시40분

지금가면 대청봉에서 일출은 볼 수 없겠지만 일출의 그 긴 그림자라도 바라보고 싶어진다.


해병대에게 후미를 부탁하고 먼저 속도를 낸다.

능선부에는 바람이 강하게 불어서 시원하지만 1시간 40여분

거의 쉬지 않고 된비알을 치고 오르니 말복더위에 땀은 콩죽처럼 흐르고

머리가 텅 비어 아무생각이 없다.



    

 


 

                                                         ▲대청봉에서의 아침풍경

 

 


     

 


 

                                                                ▲운무속의 중청산장




3. 대청봉에서 바라보는 공룡능선


대청봉에 올라서니 이미 해는 구름 속에 잠겨있으나

속초앞바다에는 아직도 일출의 여운이 가시지 않고 남아있다.

춥기도 하거니와 세찬강풍은 몸을 가누기조차 힘들게 하여 자켓을 꺼내 입고

1시간 가까이 기다려도 해병대도 꼭지도 올라오지 않는다.


전화도 받지 않고..

걱정이 되어 다시 오색방향으로 10여분 내려갔을까

모두들 기진맥진 느릿느릿 올라오는데 가관이다.

꼭지의 배낭을 받아드니 불현듯 작년의 산그림자님이 생각난다.


작년엔 비선대를 출발 마등령에서 공룡을 타고 소청을 오르면서

그만 탈진해버리고 말았는데 그때 그 분이 중천산장에서 기다리다

소청아래에 까지 내려와 꼭지의 배낭을 받아주었었다.

그분이 아니었으면 아마 119를 불렀으리라.


긴 코스의 종주도 더러 해보았지만 한번도 탈진한 적은 없었는데

처음으로 탈진을 경험해본 설악의 공룡..

한마디로 무섭다.

그때의 감회가 새롭지만 오늘은 아직 공룡근처에도 가지 않았는데

오색에서 벌써 진을 다 뺏으니 은근히 걱정이 된다.


하지만 대청봉에서 바라보이는 공룡능선

흰 구름이 공룡을 쓰다듬으며 지나가는데 공룡은 깊은 잠 속에 빠져 있다.

수 억 년을 지켜 온 그 신비함


중청산장에서 준비해간 도시락으로 아침을 먹고

모두들 컨디션이 좋지 않아 사랑방 혼자만 공룡을 타기로 한다.

8시(?)까지 소공원주차장에 도착하면 되니 해병대더러 후미(꼭지일행)를

느긋하게 인솔하여 4시에 비선대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먼저 출발을 한다.


얼마나 기다리던 공룡인가?

작년엔 소청을 오르며 탈진에까지 이르게 했던 급경사의 된비알

오늘은 중청에서 희운각까지 발걸음도 가볍게(?) 1시간 만에 내려선다.



 

                                                       ▲대청봉사면의 구절초

 


 

                                              ▲대청봉에서 바라본 가야할 공룡능선

 


 

                                                   ▲중청산장에서 바라본 대청봉

 


 

                                                   ▲소청을 내려서며 바라본 공룡능선




4. 공룡능선의 위험성


희운각대피소에서 잠간 휴식을 취하고

공룡능선과 천불동계곡갈림길인 무너미고개에 이르니

공룡능선의 위험에 대한 경고안내문이 보인다.


1. 야간이나 안개.폭우.폭설 기상악화시에는 탐방로 식별이 어려우니 산행을 자제할 것

2. 특히 단독탐방을 자제할 것

3. 이곳에서 마등령을 거쳐 비선대 소공원까지는 8시간이 소요되므로

    철저히 시간계획을 세울 것

4. 겨울철에는 방한복,아이젠,통신장비,비상식량 등을 반드시 준비 할 것

5. 능선 내내 샘터가 없으므로 갈수기에는 식수를 충분히 준비할 것  - 이상 -


공룡능선이 위험구간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그것을 스릴로 간주하고 호기를 부려서는 안된다.

능선만 타는데 대체로 4-5시간이 소요되므로 낮 12시 이전에 이곳을 출발해야 한다.

특히 가족단위로 어린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절대적으로 만류하고 싶은 생각이다.

어른의 도움이 없이

공룡능선을 혼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서만 가능하다고 본다.


지난번 사이버상에서도 그 위험이 지적된 적이 있지만

부상시에는 바로 생명과도 직결될 수 있다.

곳곳에 부상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부상은 자신도 모르게 일어난다.

물론, 등산 자체가 모험이고 스릴이고 도전이지만 그래도 안전이 최우선이다.


공룡능선은 

자신이 주의를 기울여도 예방할 수 없는 위험이 도처에 산재해 있다.

능선에서는 구조헬기도 접근할 수 없을뿐더러

인력으로 부상자를 옮기는 것 또한 매우 힘들고 어렵다.

오직 자신의 힘으로 헤쳐 나가야 한다.



 

                                               ▲신선대에서 바라본 가야할 1275봉

 


 

                                                                   ▲범봉과 울산바위

 


 

                                             ▲세찬 바람에 또 바람 맞은 바람꽃

 


 

                                                          ▲울산바위와 그 너머 속초 앞바다




5. 공룡과의 해후


희운각에서 30여분 급경사 길을 쉬지 않고 오르니

갑자기 먹구름이 걷히고 하늘이 열리는 신선대다.

오늘 공룡의 시작점이자 공룡능선 전체가 한눈에 조망되는 곳

그 비경에 눈을 돌리니 힘듦도 한순간에 사라진다.


뾰족이 하늘을 향해 솟아 오른 수많은 기암들

운해에 잠겨있을 때는 잠자는 요술의 성 같은 공룡능선

오늘은 보일락 말락 애태우는 운무가 없어 신비감은 덜하지만

날씨가 좋아 전체가 시원하게 조망되니 가슴이 확 트여서 좋다.


작년에는 마등령에서 해를 마주보며 걸었지만

올해는 거꾸로 해를 등지고 걸으니 공룡의 조망은 또 다른 비경으로 다가온다.

온통 기암으로 이루어진 외설악의 암릉과 푸른 하늘속같은 속초앞바다


멀리서 작고 앙증맞게 보이는 울산바위와 화채능선의 조망

지나가는 산님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공룡을 타지 않고는 설악에 다녀왔다고 얘기할 수 없을 것 같네요.”

그렇다.

공룡능선에서 바라보는 조망이야말로 설악의 진면묘다.



 

                                                ▲1275봉 가는 협곡을 넘어서며..

 


 

 

  

 

 

                                ▲1275봉봉 가는 길.. 암벽사이의 동판위령비가 햇살에 반짝인다.

 


 

                                                         ▲ 1275봉의 날개 기암들

 


 

                                                                 ▲1275봉의 위용

 


 

                                                 ▲아쉬워 신선대쪽으로 다시 뒤돌아본 풍경

 


 

                                                           ▲바위사이를 비집고

 


 

                                                                  ▲ 1275봉의 협곡

 


 

                                      ▲1275봉에서 뒤돌아본 조망 멀리 중청과 대청봉

 


 

                                                            ▲ 1275봉에 세워진 이정표

 


 

                                                           ▲가야할 무명봉과 나한봉





6. 공룡의 대미 마등령의 독수리상


나한봉을 지나 또 몇 개의 암봉을 넘으니 마등령이다.

신선대 오를 때 넘어져 엉덩방아를 찍었는데 그 엉덩이뼈가 아직도 욱신거린다.

발다닥도 아프고 이제는 다리도 무겁고 몸도 지친다.

하지만 공룡의 여운은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종주병에 이어 이번엔 공룡병(?)까지..


마등령 독수리상 앞에서 전을 편다.

공룡능선 그 먼길.. 큰(?) 부상 없이 지나옴에 감사한다.

식어서 미지근한 캔 맥주하나로 오늘 공룡과의 해후를 자축하니

작년의 그 다람쥐가 또 나타나 반겨준다.

“그래 오늘의 모델이다.”


오늘 공룡과의 만남

어찌 이 사진 몇 장이 그 비경을 대신할 수 있을까?

직접 체험하고 살갗을 부대끼고 눈으로 보는 것만이

하루하루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공룡의 신비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린 여자아이와 눈이 마주친다. 으헉! 공룡보다 무서운 아이

 


 

                                                               ▲무명봉의 로프구간

 


 

                                                      ▲네발로 엉금엉금 기어서 공룡타기

 


 

                                                                 ▲지나온 1275봉

 


 

                                                       ▲지나온 무명봉과 1275봉

 


 

                                          ▲멀리 화채능선과 속초 앞바다의 시원한 조망

 


 

                                                 ▲공룡의 상징인 마등령 독수리상

 


 

                                                                 ▲마등령의 다람쥐





7. “헉! 우째 이런 일이..”


마등령에서 비선대까지 3.5km구간도 무시무시한 된비알이다.

그러나 먼저 도착해 기다릴 꼭지일행을 생각하니 시간의 여유가 없어

거의 2시간 무릎이 얼얼하도록 내려서니 비선대에서 꼭지가 반겨준다.


꼭지도 30분전에 도착했다 한다.

발바닥은 물집이 잡힐 정도로 아프다.

먼저 발의 피로를 풀기위해 족탕부터 하고 20여분 꿀 맛 같은 휴식을 취한다.



 

                                                            ▲금강굴 암벽에서..

 


 

                                                                       ▲비선대



비선대를 출발하니 4시를 지나고 있다.

공룡에 허덕이다 점심도 먹지 못하고 물배만 채웠더니

배속에서는 철렁철렁 물소리가 난다.

산악회에선 저녁 8시까지 오라고 했것다.


“자~~ 우리 소공원에 내려가서 밥이나 먹고 가자.”

그렇게 말은 해놓고도 예감이 별로 좋지 않다.

“아무래도 이상하니 우리 몇 시까지 가면 되는지 전화 한 번 해보자.”

삐리릭! 비선대에서는 휴대폰도 우렁차게 잘 터진다.

 

“뭐라고요?? 아직도 비선대에 있다 구요? 4시출발인데 지금 거기에 있으면 어떻합니까?”

산악회 대장님의 호통이다.

"헉~ 우째 이런 일이.."

그러면 대장님이 “8시까지 도착.” 이라는 얘기는 무슨 얘기였단 말인가?

내용인 즉


아침에 8시까지 희운각대피소에 도착해서 아침을 먹고

희망자는 공룡을 탈 것.

8시까지 희운각에 도착하지 못하면 공룡을 포기하고

바로 천불동으로 하산 할 것.

버스는 소공원에서 4시에 출발함.


내용은 그랬다.

그것도 모른 채 8시에는 중청에서 천하태평으로 아침을 먹고 있었고

출발예정인 오후4시에는 비선대에서 망중한을 달래고 있었으니..

새벽에 오색에서 비몽사몽간에 들은 8시가 그 얘기였던 것이다.

8시까지 희운각에 도착하라는 얘기를 비몽사몽간에 8시까지 소공원에 도착하라는 얘기로 들었으니

공룡에 겁먹어 마이크에 놀라고..


처음 이용한 안내산악회에서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그날 함께 동승한 여러 산님들과 <일요산악회>관계자분께도

폐를 끼쳐 죄송한 마음 금할 수가 없다.

1시간이나 지루하게 차안에서 우리를 기다려 주었으며

모두들 산꾼들이라 이해하고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고맙고 미안한 마음 어찌 지면에 다 채울 수 있으랴.


- 끝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