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우리말과 옛글

산상(山上)

산사랑방 2012. 9. 26. 21:45

 

 

山上

                                          - 尹東柱 -

 

거리가 바둑판처럼 보이고,

강물이 배암의 새끼처럼 기는

산 우에까지 왔다

아직쯤은 사람들이

바둑돌처럼 버려 있으리라.

 

한나절의 태양이

함석 지붕에만 비치고,

굼벙이 걸음을 하든 기차가

 

장차장에 섰다가 검은 내를 토하고

또 걸음발을 탄다.

 

텐트 같은 하늘이 무너져

이 거리를 덮을까 궁금하면서

좀더 높은 데로 올라가고 싶다.

 

                                                 

 

 

 

 

 

 

 

 

 

 

 

 

 

 

 

 

 

 

 

 

 

 

 

  

 

 

 

 

 

 

 

 

 

 

 

 

길이 막혀

                                        - 韓龍雲 -

 

당신의 얼굴은 달도 아니건만

산 넘고 물 넘어 나의 마음을 비칩니다.

 

나의 손길은 왜 그리 짧아서

눈앞에 보이는 당신의 가슴을 못 만지나요.

 

당신이 오기로 못 올 것이 무엇이며

내가 가기로 못 갈 것이 없지마는

산에는 사다리가 없고

물에는 배가 없어요

뉘라서 사다리를 떼고 배를 깨뜨렸읍니까.

나는 보석으로 사다리를 놓고 진주로 배 모아요.

오시려도 길이 막혀서 못 오시는 당신이 기루어요.

 

            

 

 

 

 

ㅡ 2012. 9. 23. 가야산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