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우리말과 옛글

[스크랩] 句와 聯과 章에 대하여

산사랑방 2012. 7. 4. 17:18

句와 聯 그리고 章은 詩歌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句와 章에 대해서는 [文心雕龍]에서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대개 뜻(情)을 펼침에 있어서는 테두리가 있어야 하고 말을 놓음에는 그 자리가 있어야 한다. 뜻에 있어서 테두리를 章이라 하고 말에 있어서 자리를 句라고 한다. 그러므로 章이라고 하는 것은 뜻을 밝힌다는 것이요, 句라고 하는 것은 국한 한다는 의미이다.

 

   말을 局限 한다는 것은 글자를 연하여 놓음으로서 강토를 나누는 것이요, 뜻(情)을 밝힌다라고 하는 것은 뜻(義)을 총괄 함으로서 전체를 포괄하는 것이다.구획과 밭두덕은 서로 다르지만 거리와 길은 서로 통하는 것이다.

 

   대개 사람이 말을 세움(立言)에 있어서는 글자로 말미암아 句가 생기고 句가 쌓여서 章을 이루고 章이 쌓여서 한편의 글을 이룬다."(夫設情有宅 置言有位 宅情曰章 位言曰句 故章者明也 句者局也 局言者聯字以分疆 明情者總義以包體 區畛相異而衢路交通矣 夫人之立言由字而生句 積句而成章 積章而成篇)

 

   여기에서 보아 알 수 있듯이 章이라고 하는 것은 의미와 관계 있는 것으로서 말하는 내용의 테두리를 지어 뜻을 밝히는 것이다. 그러므로 章은 문장의 모양이나 형태를 보아서 붙이는 명칭이 아니다. 章은 문장의 내용과 관계있는 것으로써 그것이 끊어지고 이어지는 것에 대한 용어인 것이다.

 

    이와는 달리 聯이라고 하는 것은 사물의 겉모양을 이야기 하는 것으로서 형태에 대한 개념이니 章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 聯이라고 하는 말은 처음에는 周나라의 호구 조사에 사용되었던 행정관리 제도였다.

 

   이때에는 다섯 사람을 伍라고 하고(五人爲伍), 열 사람을 聯이라고 했다(十人爲聯). 또한 다섯 집을 比라고 하고(五家爲比), 열 집을 聯이라고 했다(十家爲聯). 이것에서 보아 알 수 있듯이 聯은 내용물이나 의미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사물현상의 형태적 특성을 보여주기 위한 개념임을 알 수 있다.

 

   즉, 사람 중에 남자가 몇명이고 여자가 몇명이고 하는 식의 내용에 대한 것은 聯의 개념에서는 파악되지 않는다. 聯에서는 다만 사물현상이 가지고 있는 모양만이 파악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미의 파악을 준심으로 생각하는 章과 모양의 파악을 중심으로 하는 聯을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은 옳지 못한 견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개념이 문학에 넘어와서는 상대되는 짝이 있는 것을 聯(對偶爲之聯)이라고 하고 詩文에서는 짝句를 一聯이라고 한다(詩文偶句曰一聯)고 했다. 그러므로 시가에서도 련과 장은 구별해서 쓰는 것이 올바른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시가 연구자들이 그동안 聯과 章을 써온 것을 보면 이 두 개념을 혼동해서 이해하고 있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왜냐하면 같은 시가작품에 대해서 논의하면서도 두개의 용어를 함께 사용한 예를 쉽게 발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聯이라는 개념을 제대로 살리지도 못하면서 쓴다든가, 아니면 章을 써야 할 자리에 聯을 쓰는 경우가 곳곳에서 뱔견되는 것이다. 이것은 련과 장에 대한 이해가 정확하지 못한 점도 있지만 앞에서 틀리게 사용한 사람들의 잘못을 제대로 확인 하지않고 쓰는 사람들의 태도가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출처 : 우리문화사랑방
글쓴이 : 죽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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