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9정맥/백두대간(완)

위험한 퍼즐게임. 백두대간36 (미시령-황철봉-마등령)

산사랑방 2009. 5. 25. 21:38


 

위험한 퍼즐게임.  (미시령-황철봉-마등령)



2009.  5.  24. (일) 산안개속으로


꼭지와 둘이서


일출 05:08 / 일몰 19:40  / 음력 5.1 

 

 

 

 

▲1318봉 너덜길에서 뒤돌아본 미시령에서 다음구간에 가야할 상봉




▣ 구간별 산행기록


03:30 미시령 -산행시작-

03:50-04:50 정상등로찾아 숲속을 헤맴

05:50 너덜시작 

06:40 1318봉 

07:30 황철봉

08:20 저항령

08:30 너덜시작

08:55-09:05 연속암봉에서 알바

09:10-10:30 쭈빗한 연속암봉 우측으로 우회

11:20 너덜시작

11:28 마등령(1326봉)

11:40-12:00 마등령 삼거리(소공원 갈림길)  

12:50 오세암

15:30 백담사 -산행종료-

 

총 산행시간:12시간 (15.90km)
▣ 대간종주거리:8.50km(접근거리 제외)  누적거리 719.05km(포항셀파 기준)

미시령→2.5←1318봉→1.65←황철봉→4.35←마등령→1.4←오세암→6.0←백담사

▣ 총누적거리:8.50+7.40km (770.55km 접근거리 포함)

▣ 식수위치:저항령 샘터(확인못함)

▣ 교통:대구북부발(심야우등) 22:00 속초시외터미널착 02:30 / 귀가:속초발 18:10, 대구착 22:40,

속초-미시령 (심야택시 21,000원) / 총교통비 : 약 140,000원

▣ 주의구간:황철봉 너덜지대 및 저항령 지나 연속암릉구간과 마등령(1326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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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후기


마등령에서 미시령구간은 퍼즐게임을 푸는 것 같은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금지구역이기에 공단의 감시를 피해 남진을 선택하였으나 미시령을 올라서서

정상등로을 찾지못해 밤안개속에서 1시간이 넘도록 능선을 향해 숲속을 헤매고 다녔습니다.

나무에 긁히고 넘어지기를 반복하며.. 다행히 나침판과 하늘의 도움으로 날이 밝을 무렵, 고도 900지점에서 정상등로를 찾았습니다.

길의 소중함을 깨달았고 길을 잃지 않을까 산행내내 긴장감을 떨칠 수 없는 구간이었습니다.

 

처음에 만난 너덜길에서는 조망이 트이고 야광봉이 길안내를 하고 있어서 문제가 없었으나

그 다음 너덜을 내려가는 구간부터는 운무가 시야를 가려 길 찾기가 까다로웠습니다.

너덜이 아니어도 전 구간이 야간이나 우천시에 진행하게 되면 매우 위험해 보였습니다.

미시령에서 마등령까지 거리는 8.5km에 불과하지만 약간의 휴식을 포함해 8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체력적으로 힘든 구간이었는데도 

꼭지가 잘 걸어주어서 고마웠고

지금까지도 어느 한 구간 쉬운곳이 없었지만 오늘도 대간은 쉽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홀로 대간을 이어간다는 것 자체도 여러관문을 통과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숨어서 대간을 이어가야 하는 것인지 그 숙제가 더욱 자신을 힘들게 한 하루였습니다.

 

 

 

▲1318봉을 오르며 바라본 울산바위


 

 

 

▲다음에 가야할 상봉과 미시령을 넘나드는 운해


 

 

  

▲운무가 시야를 방해하는 황철봉 너덜길


 

 

 

▲저항령을 지나 연속암봉이 끝나는 지점에서 펼쳐진 대간마루금

 

 

 

▲마등령(1326봉)에서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며... 

 

 

밤안개속의 예견된 알바

 

경방이 끝나기를 7개월여 기다린 대간산행

대간의 매력이 아니더라도 떠나고자 마음먹은 순간만큼은 두려움도 없고 망설임도 없다.

구간의 난이도와 어려움때문에 홀로 진행하려 했으나 꼭지가 따라나서겠다고 하니 뿌리칠 수가 없어서 함께 길을 나선다.

자가운전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하고 대구북부터미날에서 10시에 출발하는 심야버스를 타고

속초에 도착하니 2시40분, 해가 뜨려면 아직 2시간이 남았지만 대합실은 문이 잠겨있어서 마땅히 기다릴 때가 없다.

택시가 지나가길래 손을 드니 여자분이다.  심야할증이다보니 요금이 메타기로 21,000원이 나왔다.

요금이 오른뒤부터는 택시 타는 것도 겁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미시령에는 밤안개가 자욱하여 더욱 음산하게 느껴진다. 택시는 떠나고.. 둘만 남았다. 아니다 밤안개도 동행이다.

'아! 결국 올것이 왔구나.' 밤안개 만큼은 피하고 싶었는데 걱정이 앞선다.

일기예보는 흐리고 구름이 많다고 했다. 산악날씨는 예측할 수가 없지만 다행인 것은 안개비는 내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로등 불빛이 안개속에 가물가물한다. 손님이 왔는지도 모르고 졸고 있나보다.

 

자판기의 불빛도 희미하다. 경광등을 달고있는 공단의 봉고차량도 보인다.

공단지킴이초소안에 켜진 불빛은 밝고 환하다. 그속에서는 사람이 어른거린다.

쉬쉬~~ '저기 직원들이 지키고 있다.' 꼭지에게 소곤거린다. 이미 전과자신세가 된지 오래라 이런상황에는 익숙해져 있다.

 

옛날 국립공원입장료가 있던시절이 있었다. 덕유산 일출산행때 밤중에 희희닥거리며 삼공리매표소를 지나다가

직원에게 붙잡혔다. 야간산행금지라며 보내주질 않아서 통사정하고 통과한 적이 있었다.

그 이후 야간에는 초소만 보면 발뒤꿈치를 들고 불도끄고 살금살금 지나는 버릇이 생겼다. 예전부터 대간끼는 있었는지 원~~

아직은 안개때문에 우리를 알아보지 못한 것 같다. 다행이다. 랜턴을 켜지 않은 채

도로따라 속초방향으로 살금살금 내려선다.

 

첫 번째 금지철책안에는 철조망이 이중으로 쳐져있다. 그 속으로 랜턴을 비쳐보니 길이 보이지 않는다.

'여긴 아닌가봐.' 투덜거리며 절개지따라 모퉁이를 돌아가니 그곳에는 철책너머로 길 같은 공간이 보이는 것 같다.

길이 아니라 숲이 우거지지 않아서 그렇게 보였는지도 몰랐다. 

일단 치고 오른다.

 

서쪽을 향해 계속오르다보면 마루금과 만나겠지 하며.. 하지만 그것은 위험한 도박이었다. 

빛바랜 리본이 하나 보였다. 산사면은 점차 가파르게 변하더니 숲이 우거져 진행하기가 힘들어진다.

낙엽에 자꾸만 미꾸러진다. 옆으로 기어가기도 하며 치고 오를 수 있는 공간이 보이면 무조건 그곳으로 붙었다.

철쭉나무가 많은 것을 보고 능선이 가까웠다 싶어 우측으로 트래버스하며 정상등로를 찾아 접근했지만 길이 없다.

 

길은 고사하고 다시 하산길로 변하는 것 같아 잠시 쉬며 지도를 보고 나침판을 확인하니 서쪽으로 향하고 있는게 아닌가.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직감하고 남쪽을 능선을 향해 무조건 오른다. 손목의 고도계는 840m, 

좀처럼 고도가 높아지지 않는 느낌이다. 이제는 잡목과 우거진 철쭉나무가 번갈아가며 앞을 가로막는다.

점차 진행이 힘들어진다. 어디서 부터 잘못되었을까?

잠시 쉬며 마음을 추스리고 다시 나침판을 확인하며 길을 뚫는다. 대간하면서 이런고생은 또 처음이다.

 

틈이 난 숲의 공간을 최대한 이용해 가는 것.. 그동안 길의 소중함을 모르고 지낸 것 같았다.

숲이 내리는 채찍에 온몸이 멍이 들지만 그래도 꼭지는 불안해하지 않고 잘 따른다.

이슬에 젖은 나무들때문에 배낭과 바지는 젖어들고 신발에까지 축축한 느낌이 전해져온다. 그제서야 배낭카바를 쉬운다.

이러다가는 하루종일 산속을 헤매게되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온몸을 엄습한다.

 

'날이 밝으면 조금은 나을거야.' 하며 꼭지를 위로한다.

남쪽을 가늠해 능선을 오르면서 조금씩 우측으로 트래버스하는데 날이 서서히 밝아오기 시작한다.

하지만 숲이 우거지고 안개로 인하여 전혀 산마루가 가늠되지 않으니 내가 지금 어느위치에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상태

'날이 밝으면..' 하는 일말의 희망 조차도 사라진다는 생각이 들즈음 갑자기 길이 나타났다.

어디서 나타났는지도 모르게.. 아! 길이다. 자신도 모르게 외쳤다. 드디어 미시령에서 올라오는 대간길과 만난 것이다.

불과 1시간20분정도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10시간은 걸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흥분된 마음을 진정시키고 얼마후 좌측에 나뭇가지로 막아놓은 갈림길(울산바위?)을 지난다.

녹음이 짙고 운무때문에 긴장감은 계속된다.

길은 뚜렸하고 금방 지나간듯한 선답자들의 족적이 몇 개 보인다. 조금씩 안정이 되어간다.

새들도 지저기기 시작하고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참으로 신선하다. 마음것 들이마신다. 

'오늘 만약 길을 찾지 못했으면 어찌했을까..' 탈출을 한다해도 아마 쉽지 않았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내려앉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홀로 산꾼옆에는 늘 조난의 그림자가 따라다닌다.

조금전에는 길만 찾으면 어디든지 갈 수 있겠다는, 길이라면 몇날 몇일이라도 걸을 수 있겠다는 절박한 심정이었다.

길의 소중함.. 어쨌든 우리가 길을 찾은 것은 행운이었다.

그때 산악용 GPS가 있었다면 마음졸이며 고생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1318봉의 대너덜

 

조금씩 운무가 걷히더니 나뭇가지사이로 햇살이 비쳐든다. 날씨가 좋아지려는 것 같다.

하늘이 열리더니 멀리 가야할 돌너덜이 시야에 들어온다.

악명으로 소문난 황철봉 그 돌너덜이로구나.. 마루금은 물론 산사면에도 거대한너덜이 덮혀 있다. 

설악산 조물주의 솜씨가 이곳에서 절정을 이루는 것 같다.

 

너덜은 제법 크고 작은 바위로 이루어져있다. 만어산의 만어석과 비슷하지만 돌이 미끄럽지 않아서 다행이다.

스틱을 떨어뜨리면 건져올릴 수 없을 것 정도로 돌과 돌사이가 깊은 허당도 있다.

곧이어 일렬로 늘어선 야광봉이 눈길을 끈다.

누가 설치했는지는 모르지만 야간이나 우천시에는 바다위에 비치는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해줄 것이다.

고마운 손길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밤안개속을 헤매다 마주친.. 그대이름은 정겨운 대간길

 

 

 

▲1318봉의 대너덜

 

 

 

 

 

 

 

 

 

▲1318봉 너덜길에서 바라본 울산바위

   

 

너덜은 사진으로 많이 보아온터라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꼭지는 너덜바위를 여기저기 건너다닌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신기한지 스릴까지 넘친다며 좋아라 한다.

하긴 이제는 꼭지도 자타가 인정하는 대간꾼임에는 틀림이 없다.

길을 찾아헤맨데 대한 설악신령님의 보상일까? 운무가 걷히면서 막힘없는 조망이 펼쳐진다.

뒤를 돌아보니 다음구간에 이어갈 미시령너머 상봉이 어서오라며 손짓한다.

대간은 늘 유혹덩어리와 같다.

 

'오늘 따라오지 않았으면 무척 후회했겠다.' 꼭지가 감탄사를 연발하며 내 뱉는소리는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몰랐다. 

좌측에는 어느 조각가도 흉내낼 수 없는 멋진작품의 울산바위가 안개속에서 아담한 모습으로 솟아오른다.

용대리방향은 운무속의 바다와 같다. 바위를 골라 건너뛰는 스릴과 주위를 바라보는 황홀함이 서로 교차하여 가슴을 아리게한다.

꼭지와 주저앉아서 한참동안 넋을 잃은 채 바라보기도 한다.

너덜길에서 고생만 할 줄 알았지 이러한 비경을 접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대간을 하면서 우리에게는 참으로 많은 행운이 따랐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능선에서 길을 찾은 것도 그렇고.. 빙판의 대야산을 무사히 내려온 것도, 역주행한 두문동터널에서 살아난 것도..

또 있다. 할미봉 암릉에서 꼭지가 미끄러져 절벽에 떨어질번 한 것도..

생각하면 지나온 대간길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너덜이 끝나고 정상부에 올라서니 삼각점이 있고 털진달래가 곱게 피어서 반긴다.

길은 남서진으로 이어지는데 고도차가 거의 느껴지지 않아서 걷기가 좋다. 연녹이 짙은 숲길에는 싱그러움이 넘친다.

산행을 하면서 계속 숲길만 걸으면 그 지루한 적막에 금방 싫증이 나고 따분하겠지만 오늘은 아니다.

너덜을 벗어나 만나는 숲길은 기분을 전환해주고 산림욕의 효과가 배로 증가되는 것 같다. 

숲속은 운무속이라 조망이 트이지 않지만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서서히 하늘에 먹구름이 덮히더니

 

 

 

▲능선은 이내 운무속으로 잠겨든다

 

 

 

▲1318봉의 삼각점과 붉은 페인트의 화살표

 

 

 

▲너덜과 숲길은 반복되고

 

 

크고작은 암봉구간을 우회하여 진행하는데 위에서 두런두런 사람소리가 들린다.

여자의 목소리도 들린다. 그때서야 앞서간 족적이 이분들의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삐줏한 암봉위에는 세사람의 등산객이 인사를 건넨다. 운무때문에 조망이 없는데도 그 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 봉우리를 오르지 않고 우회하여 지나왔지만 나중에야 그곳이 황철봉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결국 황철봉 정상석을 만져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지만 인생사란 본래 아쉬움과 회한의 연속이 아니던가..

능선에는 여전히 운무가 가득하다. 순간순간 하늘은 요술을 부리며 한치앞을 예상하지 못하게 한다.

 

 

 

 

▲황철봉 하산길의 너덜길

 

 

 

▲다시 숲속으로

 

 

 

▲보물찾기가 따로없다. 리본을 찾아야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저항령너머 공룡을 능가하는 연속되는 암봉 

 

 

 

▲설악의 깊이를 더하는 골짜기와 수목들   

 

 

황철봉은 지났지만 너덜은 끝나지 않고..

 

곧이어 황철봉 능선은 끝이나고 또 돌너덜이 보인다. 운무는 더욱 드리워져 진행을 불안하게 한다.

아마 저 아래가 저항령이라는 생각이 든다. 유난히 붉은 철진달래가 손을 흔들고 온갖 모양의 바위들이 서로를 뽐낸다.

너덜길은 올라가는 것은 별로 힘들지 않았는데 내려가는 것이 쉽지않다.

꼭지가 엉금엉금 기기도 하고 더듬거리며 내려간다.

이끼가 덮혀있는 바위를 밟으니 무척 미끄럽다. 꼭지에게 연신 조심하라고 당부한다.

이곳에서 부상을 입으면 자력으로 탈출해야 한다. 구조신호가 들어가면 반가워할이도 없겠지만 출동조차 하기 힘든곳이다.

너덜과 숲길이 번갈아가며 이어진다.

 

1318봉에는 야광봉이 있어서 길 찾기에 문제가 없었지만 이곳은 마루금을 더듬어 가기가 까다롭다.

붉은 페인트로 칠한 화살표시와 간간히 나무에 걸린 빛 바랜 리본이 전부다.

너덜을 잘못 내려서 숲속으로 진입하는 길을 찾지못하면 바로 알바로 직결된다. 주간의 안개속도 까다로운데

야간에 밤안개까지 덮친다면 무척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너덜길을 내려와 숲길에 드니 조금씩 운무가 걷히고 가야할 길이 조망된다.

운무속에 보일락말락 약을 올리는 암봉들과 거대한 너덜이 보인다.

'또 너덜이네~~!' 꼭지가 외친다.

 

 

 

▲4거리 안부인 저항령

 

 

 

▲내려다본 저항령과 황철봉에서 뻗어내린 능선들

 

 

 

▲구름을 비집고 파고드는햇살이 넘치는 풍경들..

 

 

 

 

 

저항령 사거리 안부를 지나니 또 숲속이다.

칠선계곡같은 원시림, 길은 뚜렸하고 흙냄새 짙은 태고의 향기가 코끝에 머문다.

세상에서 가장 신선한 공기, 가장 맑고 깨끗한 공간속으로 우리가 숨쉬며 걸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구상나무가 많고 주목도 더러 눈에 띤다. 조금씩 운무가 걷히더니 계곡으로 조망이 트인다.

 

지나온 황철봉은 여전히 운무속에 가려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지만 양쪽 계곡에서 펼쳐지는 풍경이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진행이 애매한 곳에는 누가 세웠는지 모르지만 크고 작은 돌탑들이 안내를 해준다.

고사목 사이로 피어난 분홍빛의 산철쭉이 아름답다. 작은 고추처럼 매달려있는 구상나무의 새순은 또 어떤가.

혹독한 환경을 극복하고 생명을 지켜가는수목들앞에서 인간의 나약함을 깨닫는다.

 

 

 

 

▲산꾼에게 길을 안내하는 작은 돌탑들..

 

 

 

▲고사목과 철쭉, 털진달래가 산사면을 가득채우고

 

 

 

▲대체로 바람이 적은 연속암봉 좌측으로 군락을 지어 살아가는 털진달래

 

 

 

▲높이가 가늠되지 않은 연속되는 암봉들을 우회하며..

 

 

 

▲암봉이 끝나니 햇살이 비쳐들며 또 경이로운 풍경이 펼쳐지고..   

 

 

연속되는 비경의 암봉과 고난의 우회길

 

너덜길을 올라서니 고사목사이로 철쭉과 털진달래가 서로 어우러져 아름다음을 뽐낸다.

좌측사면은 온통 털진달래 군락지다.

마치 지리산 세석평전과 제석봉에 선 느낌이 든다. 곧이어 칼날같은 거대한 암봉이 앞을 가로막는다.

이곳에서 길은 허리처럼 꺽이는 암봉을 넘어 우측사면으로 우회해야 하는데 길이 뚜렸하여 직진하고 말았다.

위쪽 암봉으로도 길이 있었지만 가다보면 만나는 우회길이겠지 했는데 들어갈 수록 길은 희미해지고 리본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약 5분정도 들어갔나보다. 이길은 아니다 싶어 다시 백하여 암봉의 허리를 넘으니 우측으로 우회길이 보인다.

능선의 암봉은 공룡능선보다도 더 험악하게 생겼다. 송곳같은 바위군이 서로 어울려 하늘을 찌를듯이 서 있다.

숲속으로 난 우회길도 만만하지 않다. 돌길이 많고 계속 오름과 내림의 연속이다.

그제서야 꼭지도 힘이 드는지 조금씩 지쳐가기 시작한다.

 

우회길을 지나는데 거의 1시간 30분이 넘게 걸리고 있었다.

병풍처럼 연속되는 암봉이 끝날즈음 크고작은 능선이 시야에 들어온다. 운무가 춤을추며 능선을 넘는다.

멀리 설악동 신흥교로 길게 흘러내리는 저항령계곡이 장관이다. 골짜기로 쏟아져 내리는 햇살담은 풍경도 아름답다.

그것도 잠시뿐 하얀 지우개로 지우듯이 운무가 모든것을 덮어버린다.

 

 

 

 

▲마등령을 향한 대간 마루금

 

 

 

▲벼랑끝에 매달린 철쭉과 마등령에서 뻗어내린 능선들

 

 

 

▲기암과 설악동으로 흘러내리는 저항령 계곡..

 

 

 

▲마등령을 오르며 뒤돌아본 연속암봉

 

 

 

▲마등령 오르는 마지막 너덜길   

 

 

마등령에 서다

 

1178봉을 지나 고도가 조금씩 떨어지던 숲길이 다시 고개를 들더니 또 너덜을 내놓는다.

아마 저 위봉우리가 '마등령'이리라..

이번의 너덜은 돌이 작아서 흘러내리기도 한다. 족적의 흔적이 돌위로 뚜렸하다. 그  잔돌위에서 털진달래가 미소지으며 반긴다.

뒤를 돌아본다. 지나온 능선들이 운무속에서 고개를 내민다.

 

저 길을 우리가 걸어왔단 말인가.

감개가 무량하다. 작년 10월말 서북능선을 다녀온 후 만 7개월이 흘렀다.

대야산에서 시껍한 후 겨울산행을 자제하고 봄철 경방이 해제되기를 기다려서 다시 찾아든 마등령..

생에 한 번 더 이길을 찾을 기회가 있을지 모르지만 오늘 하루 우리는 참으로 행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등령에서 뒤돌아본 대간길

 

 

 

▲마등령(1326봉)의 삼각점

 

 

 

▲마등령에서 이리로 가면 알바하는 곳.. 세존봉 방향의 기암

 

 

 

▲마등령(1326봉) 삼각점에서 바라본 U자로 된 길.. 좌측은 공룡능선, 우측은 황철봉 방향

 

 

삼각점이 정상석을 대신하고 있는 마등령에 올라선다.

이곳에서 잘못하면 세존봉으로 알바할 수 있다는 운해님의 산행기가 생각나서 등로을 주의깊게 살핀다.

아니라 다를까 약간 남동쪽 직진길에는 리본은 없지만 길이 뚜렸하여 분명히 저길로 가면 알바하겠다는 예감이 든다.

그렇다면 길은 어디에? 꼭지와 아무리 옆을 찾아보아도 길이 보이지 않는다.

다시 왔던길을 뒤돌아보니 그 옆으로 길이 보인다.

 

'저기다!' 하고 외쳤더니 꼭지가 그길은 왔던길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길이 U모양으로 되어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왔던길로 착각이 드는것 같았다.

길은 우측 남서쪽으로 급하게 꺽이고 있었던 것이다.

리본이 많이 매달려있고 10분여 내려서니 헬기장이 나타나고 웅성거리는 사람소리가 들린다.

 

드디어 지난번에 하산했던 마등령삼거리에 도착한 것이다.  

난해한 퍼즐을 풀어가는 듯한 느낌의 황철봉구간은 끝이나고 대간의 막바지 진부령만 남겨놓은 상태..

아직 끝내지도 않았는데 벌써 시원섭섭함이 밀려드는 것은 왜일까.

미답지인 오세암으로 하산로를 잡으니 '벌써 떠나려는가?' 하며 설악이 등 뒤에서 말을 건다.

'...............................'

 

 

 

 

▲마등령 삼거리(비선대 갈림길)

 

 

 

▲오세암

 

 

 

▲백담계곡에서 속세에 들고

 

 

 

▲백두대간 36구간 산행지도<출처:고산자의 후예들>

 

  

ㅡ 끝 ㅡ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