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9정맥/백두대간(완)

수목전시장 같은 산길. 백두대간32 (진고개-동대산-구룡령)

산사랑방 2008. 12. 24. 17:44

 

수목전시장 같은 산길. 백두대간32구간 (진고개-동대산-구룡령)



2008.  9.  28 (일) 약간흐림


산사랑방 홀로


일출 06:17 / 일몰 18:12 / 음력 8.29

 

 


 

 

 ▲약수산에서 바라본 설악의 서북능선과 운무에 덮인 대청봉

 




 

▲두로봉가는 길에 바라본 양양방향

 


 


▣ 구간별 산행기록


05:10 진고개(960m) -산행시작-

06:00 동피골(2.7km) 갈림길

06:03 동대산

07:15-07:25 차돌백이

07:36 <구조목02-13>지점 2인용 간이대피소

08:00 신선목이

09:10 두로봉

10:40 신배령

11:30-11:40 만월봉

12:17 응복산

13:05-13:15 마늘봉

14:40-14:50 약수산

15:10 구룡령 -산행종료-

 

▣ 대간종주거리:총산행시간(휴식포함) 10시간 (23.50km) / 누적거리 650.17km (포항셀파 기준)

진고개→1.60←동대산→6.95←두로봉→8.15←응복산→5.30←약수산→1.50←구룡령

▣ 총누적거리:686.17km (접근거리 포함)

▣ 식수위치:지도상은 두 군데 있으나 확인하지 못함

▣ 교통:자가운전 (대구칠곡I.C~진부 I.C~진고개) 305km 4시간소요

▣ 차량회수:진부콜택시 033-336-7271 (구룡령⇒내면⇒속사⇒진부⇒진고개 1시간20분소요) 7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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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후기


오늘 이어가는 진고개에서 구룡령은

기이한 나무들이 많아 수목전시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운치 있고 아름다운 구간이었습니다.

옆에 꼭지(아내)가 없어서 쓸쓸하리라 생각했는데 잘 생긴 수목들이 그 자리를 대신 채워주었지요.

이름도 알 수 없는 희귀하고 다양한 관목들이 우거진 숲, 과연 자연생태계의 보고라 할 만큼 진기했었고

그들이 품어내는 향기에 취하고, 괴목들의 자태에 눈을 흘기다보니 시간가는 줄 몰랐습니다.

공단측에서 희귀한 나무들 마다 그들의 이름표를 달아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컷습니다.

 

오늘 구간 중 두로봉에서 오대산국립공원경계인 신배령까지 약 4km구간은

출입이 통제된 지역이라 괜히 마음이 찝찝했는데 두로봉에 도착하니 10m 전방에 ‘공원지킴터’가 있더군요.

또 깜짝 놀랐습니다. 지키면 어떻하나 하고.. 다행히 공단직원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쩝니까? 금지구역.. 날개가 없어서 훌쩍 날아갈 수도 없고, 그냥 살금살금 목책을 넘어갔지요.


신배령을 지나 금지구역을 벗어났다는 해방감에 마음이 좀 홀가분해지려나 싶었는데

그때부터는 순하고 부드럽던 산길이 오름과 내림으로 진을 빼기 시작하더군요.

하긴 대간이 어디 쉬운 구간이 있겠습니까?

백두대간 구간 중 비교적 거리는 짧아도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힘들다고 소문난 구간입니다.


그러나 고산의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향기에 취하고, 간간이 트이는 조망을 즐기다보니 힘은 계속 솟아나더군요.

구룡령을 지나 조침령까지 아예 쭉쭉빵빵 내달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약수산전망대에서 일단정지,

장대한 설악의 능선들을 바라보며 겨우 마음을 진정시키고 구룡령에서 산행을 멈추었습니다.

차량회수와 귀가길이 엄청 힘든 하루였지만 오늘 구간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네요.


언젠가 또 기회가 된다면 야생화 만발한 이른 봄쯤에

꼭지와 함께 두로봉에서 비로봉으로 길을 잡아 무릉도원의 산길을 또 한 번 걸어보고 싶습니다.

가을 산길이 어딘들 아름답지 않는 곳이 있겠습니까만 영혼이 숨 쉬는 수목들을 만나고 싶으시다면

올 가을이 가기 전에 꼭 한번 이 길을 걸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동대산에서 두로봉 가는 길 


 




▲두로봉을 내려서며 바라본 가야할 대간 마루금


 




▲응복산을 오르며 뒤돌아본 동대산과 선자령까지의 마루금


 




▲약수산 가는 길에


 




▲약수산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희미하게 보이는 점봉산과 뒤로 설악의 서북능선과 운무에 덮인 대청봉 



수목전시장 같은 산길


밤 12시30분, 대구를 출발하여 진고개에 도착하니 새벽 5시,

휴게소에는 승용차 한 대만 주차되어 있을 뿐 지난번과 달리 오늘은 날씨만큼이나 설렁하다.

산행준비를 하고 들머리에 들어서니 초입부터 가파른 계단길이다.

몸이 피곤하니 다리도 천근만근이고 더구나 머리도 무겁고 속이 메스꺼워서 천천히 오르지만 은근히 걱정이다.

오늘 끝까지 갈 수 있을까 하는 염려가 들 정도로 몸의 컨디션은 최악이다. 혈압이 좋지 않은 나에게는

새벽의 야간산행이 무리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것저것 다 따지고 지켜서는 대간을 이어갈 수가 없다.


흔히 선답자들이 뻥을 치며 늘어놓는 말이 있다.

대간은 아무나 시작할 수는 있지만 아무나 완주하지는 못한다고..

시작이 반인데 하며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태백을 지나 강원도에 들어서면서

차량 접근거리도 멀어지고 하루에 끝낼 구간거리도 늘어나 대간 맛(?)을 톡톡히 보았다.

가을에 오대산, 설악산구간을 통과하기로 일정을 맞추다보니 우중에 강행군으로 밀어붙이기도 했다.

산악회를 이용하든, 자가운전으로 홀로 대간을 진행하던지 힘들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미 졸업한 선답자들이 부럽고 존경스럽다.


이런저런 생각이 깊어질 즈음 가파른 돌계단이 또 앞을 가로막는다.

한발 한발 천천히 내 딛지만 거친 숨은 턱까지 차오른다. 기온은 영상4도, 추운날씨지만 땀이 줄줄 흘러서 자켓을 벗는다.

그렇게 30여분 오르니 이정표가 반기는 안부, <동피골야영장 2.7km>이정목이 세워져 있고

위쪽으로 조금 더 걸음을 옮기니 사방에는 잡목이 에워싸고 있는 펑퍼짐한 동대산이다.

흡사 청옥산을 옮겨놓은 듯하다.

“에구 이게 정상이야.”

노인봉처럼 조망이 좋은 줄 알고 일출시간을 맞추어 올랐는데 실망이다.


06:03 동대산

한 쪽에 홀로 동대산을 지키고 서 있는 정상석이 외로워 보인다.

일출시간까지는 10여분이 남았지만 조망이 없을뿐더러 하늘에는 옅은 구름이 끼어있어서

정상석 사진만 찍고 해뜨기 전에 바로 길을 나선다.

동대산을 내려서니 날이 훤히 밝아오고 있었지만 숲길에는 아직도 짙은 아둠이 내려앉아 있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키 작은 관목들이 도열하여 자신을 뽐내고, 길 위에는 이미 낙엽들이 떨어져

쌓이면서 호젓한 산길을 열어 준다.


 


                                                                                                       

▲진고개(960m)의 산행안내도



 

 
▲동대산

 


“참 아름다운 길이다.”

두로봉 가는 길은 새색시를 시집보내는 온갖 나무들의 잔칫집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평균고도가 1,300m를 가리키는 고산의 숲에서 풍겨져 나오는 자연의 대 서사시..

성질이 급한 나뭇잎은 단풍이 들기도 전에 말라서 떨어지고 있었고, 그 낙엽을 밟으며 걷는 감촉은 또 어떠한가.

산 새 몇 마리가 푸드득 하더니 나무사이를 옮겨 다니며 불청객이 왔다고 지저귄다.


전형적인 숲길이라 조망은 없지만 관목들 너머로 조금씩 비쳐드는 산세의 풍광은 한 폭의 그림 같다.

수령은 오래되었으나 키가 큰 나무는 없고 구부러지고 엎어진 채 살아있는 고목들..

고산지대에는 신갈나무가 주종이지만 이곳의 신갈나무는 밑둥치는 어마하게 큰 반면에

키가 작고 뚱뚱하여 옆구리가 터진 곳이 많아서 다이어트를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더욱 신기한 것은 수령이 오래된 나무들이 가지가 휘어지고, 꺾어지고, 엎어지고, 드러누워서 살아가는가 하면

허파에 구멍이 뻥 뚫린 채 살아가는 놈, 입속에 가시가 돋쳐 목구멍을 파고들어도 꿈쩍도 않는 놈,

만세를 부르고 춤을 추고, 서로 끌어안고 뽀뽀하고 뒹구는 놈.. 뭐 하여튼 상상을 뛰어넘어

나무들의 생긴 모습이 기이해서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는다.





▲칠갑령(봉)방향


 



 
▲빨갛게 익은 마가목 열매너머로 또 다른 세상이 손짓하고


 


 

 
▲남의 입속에 들어가 뿌리를 박고 자라는 못된 나무

 


2003년 10월에 꼭지와 오대산 상왕봉에서 비로봉구간을

걸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주능선에 이렇게 생긴 괴목들이 많아서 깊은 인상을 받았었다.

오대산은 ‘일연’이 나라 안의 명산 중에서도 불법이 가장 번창할 곳이라고 칭송한 곳인 만큼 산세가 부드럽고

아늑한 것 또한 부처님의 품을 닮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신라의 진골출신인 자장율사는 당나라에서 공부할 때 문수보살로부터 부처님의 머리뼈 한 조각을 받았다.

귀국한 자장율사는 부처님의 정골사리를 중대의 적멸보궁에 모셨으며,

중대를 중심으로 북대, 남대, 서대, 동대에서 오류성중(五類聖衆)이 상주한다는 믿음으로 기도를 했다고 한다.

 

자장율사가 지은 작은 띳집이 후에 월정사가 되었는데 보름날 만월대에 떠오르는 달빛이 유난히 밝고 아름다워

월정사라 이름 지었다 하니 오대산의 나무들 또한 불도를 받아 영혼을 간직하지 않았나 하는 생뚱맞은 생각도 해본다.

조금씩 햇살이 나무사이를 비집고 들어온다.

유난히 빨갛게 익은 마가목 열매는 가지가 휘어지도록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

그 너머 펼쳐지는 도 다른 풍경은 정겹기만 하다.


 




▲해발 1,200m의 차돌백이에 물든 가을


 




▲이곳에도 삶과 죽음이 공존하고


 




▲구조목 02-13지점에 위치한 1인용 간이대피소


 




▲하루종일 꽃길을 열어주며 동무가 되어준 투구꽃

 


선답자들의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차돌백이에 오르니 단풍이 빨갛게 물들어 운치를 더한다.

이곳에서 20여분 진행하니 02-13구조목이 세워져 있고 긴급 상황발생시 이용하라는 안내문과 함께

간이대피소가 설치되어 있다. 두 사람 정도는 누울 수 있는 공간과 담요도 준비되어있어서

연속종주 하시는 분들이나 악천후 시에는 긴요하게 쓰일 것 같다.


멧돼지가 사정없이 파헤쳐 놓은 흔적 따라 ‘신선목이’ 안부를 지나는데

어디서 기계 돌아가는 소리 같은 쉬이~~ 하는 소리가 계속 들린다. 결코 유쾌하지 않는 산짐승의 소리 같다.

멧돼지소리는 아닌 것 같지만 자기영역을 침범했다며 금방이라도 멧돼지가 튀어나올 것 같아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요놈이 혼자라고 깔보는 모양인데..” 속으로 중얼거리며 일부러 쌍 스틱으로 땅을 쳐 소리 내며 걷는다.


하지만 불안한 마음은 여전히 떠나지 않는다. 그만큼 숲은 깊고 고요하다.

약간 조망이 트이는 안부에 올라 가슴을 진정시키며 잠시 휴식하고 있으니 산님들이 세분 올라온다.

오늘 처음만나는 산님들이다. 반가워 인사를 드리고 나도 얼른 준비하고 걸음을 재촉하니

이분들은 축지법을 쓰는지 이미 시야에서 사라지고 보이지 않는다.

<비로봉 5.7km/상원사주차장 7.6km>라는 이정목이 세워져 있는 안부에 올라선다. 바로 두로봉 갈림길이다.





▲'신선목이' 신선도 여기가 좋아 놀고 갔나 보다


 




▲두로봉 오름길에 바라본 칠갑령방향의 능선들


 




▲드러누워서도 궂궂하게 살아가고 있는 장애1급나무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09:10 두로봉

조금 전 앞서간 산님들은 언제 도착했는지 숲 그늘에서 편안히 쉬고 계신다.

옆에는 소황병산에서 보았던 그 무서운(?) ‘공원지킴터’가 세워져 있고, 혹시나 싶어 안을 기웃거린다.

예전에는 무인대피소였다는데 이제는 대간꾼을 지키는 초소로 바뀌었다니 어째 씁쓰레 하다.

다행히 감시원은 보이지 않아서 두로봉으로 걸음을 옮긴다. 그곳에서 두로봉까지는 10m 정도의 거리다.

이곳에서 또 하나의 산줄기가 떨어져나가는데 바로 한강기맥이다.

한강기맥은 두로봉(1,421m)에서 비로봉, 호령봉을 거쳐 북한강과 남한강이 몸을 섞는 양수리에서

맥을 다하는 도상거리 166km의 제법 긴 산줄기를 말한다.


별로 조망은 없으나 키 작은 잡목너머로 지난번에 걸어왔던 황병산구간이 시야에 들어온다.

두로봉에서 오대산국립공원이 끝나는 경계인 신배령까지는 또 출입이 통제된 구간이다.

국립공원마다 금지구역이 많다보니 이제는 일상처럼 금지목책을 넘어선다.

약간 경사가 심한 내리막길인데 잡목위로 시야가 트이고 가야할 능선들이 부드럽기만 하다.

설악의 안산에서 귀때기청, 대청봉으로 이어지는 서북능선은 하늘금이 또렷하여 멀리서도 구분이 쉽다.

“아~~! 드디어 설악의 품이 가까워지는구나.”


 




▲두로봉의 공원지킴터(비로봉 갈림길)


 




▲두로봉에서... 


 




▲두로봉에서 구룡령가는 들머리


 




▲두로봉을 내려서니 멀리 좌측으로 구룡령 도로도 보이고 설악은 하늘금으로 다가온다


 




▲신배령 가는 호젓한 산길

 


가을이 깊어가는 산길..

이제 막 가을빛에 물들어가는 관목들도 좋지만, 엉거주춤하게 자라고 주목나무가 있어 아름다움이 배가된다.

하지만, 지난번 매봉근처에서 지천으로 피어있던 구절초가 한 송이도 보이지 않아서 섭섭했는데

투구꽃과 초롱꽃, 산부추.. 이름 모르는 하얀 들꽃들이 구절초대신 쪼르르 마중을 나와서 꽃길을 열어준다.

그뿐이 아니다. 나무에 매달린 열매들도 온몸을 붉게 타들어가니 오대산의 가을빛은 유난히 맑고 곱게 보인다.


10:40 신배령

이곳에서 오대산국립공원은 끝이 나고 이제는 등산이 자유로운 백두대간길이다.

낯익은 리본 표시기도 곳곳에 매달려있어서 반갑기도 하거니와

‘신배령’은 신 돌배가 많아서 붙은 이름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가시가 돋친 돌배나무가 많이 보인다.

‘똘배’님이 이곳에 오시면 동지(?)를 만나 무척 좋아하시겠다는 생각이 들어 혼자 슬며시 미소를 흘린다.

설악을 무척이나 좋아하시는 분이었는데 언제 쯤 또 만나게 될지..


만월봉이 가까워지는지 경사가 심하여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오르다가

서늘한 그늘에 앉아 잠시 쉬고 있는 사이 부부 대간꾼이 올라온다.

진고개에서 출발하셨다는데 구룡령까지 가신다고 하니 부인께서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분들을 앞서 보내고 난장이처럼 키가 작고 아담한 조릿대숲길을 걷는다. 이 보다 더 편안한 산길이 있을까.

<만월봉1.3km/두로봉4.2km>이정목이 세워져 있는 복룡산 갈림길 안부를 지나고

나무계단을 힘들게 올라서니 전망이 트이고 파도처럼 첩첩이 이어진 산줄기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신배령가는 길에서... 숨은그림찾기(박격포탄)

.
 




▲정다운 난장이 조릿대숲길도 지나고 


 




▲'똘배'님이 보시면 엄청 좋아할, 신 배가 많다는 '신배령'   "흐미~ 과태료 50만??"


 




▲신배령을 올라서며 바라본 양양방향의 첩첩산


 




▲만월봉 오름길의 이쁘장한 야생화,  쏟아지는 달빛이 이러할까...


 




▲힘든 만월봉 오름 길




설악산을 바라보며


11:30 만월봉

정상에는 스페츠로 완전무장한 약초꾼이 한 분 쉬고 있어서 인사를 나눈다.

바다에서 솟은 달이 온 산에 가득하다하여 붙여진 만월봉, 월정사라는 이름도 그렇듯이 이곳은 보름달이 아름다운가 보다.

통나무를 반으로 잘라서 만든 장의자가 두 개 놓여있고 정상석 대신에 커다란 백두대간등산안내도가 세워져 있다.

지나온 동대산과 노인봉, 황병산의 둥그스름한 시설물과 선자령의 풍력발전기도 희미하게 보이고

가야할 응복산도 시야에 들어온다.


만월봉을 내려서니 오름과 내림이 심하여 몸이 서서히 지쳐가기 시작한다.

30여분 걸려 올라 선 응복산에는 정상석대신에 동판으로 ‘응복산’이라 새겨서 박아놓았다.

뒤를 돌아보면 지나온 대간 마루금이 환하게 보이고 가야할 점봉산과 설악의 서북능선도 하늘금으로 다가온다.

계속 이어지는 설악의 풍광.. 대청봉에는 흰 구름이 걸려있어서 신비스러움을 더한다.

이 가을이 가기 전에 얼른 설악의 품에 들어야지.


 




▲고고한 달빛이 아름답다는 만월봉(1281m)


 




▲만월봉에서 바라본 가야할 응복산


 




▲응복산에서...  돌배나무 뒤쪽으로 뒤돌아본 멀리 황병산


 




▲아~  설악이여! 설악의 서북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멧돼지의 놀이터가 된 명개리(1.3km)갈림길


 



 
▲마늘봉 가는 길



 

 
▲오르는 맛이 마늘처럼 매운.. 마늘봉 정상의 쉼터

 


응복산에서 명개리 갈림길이 있는 안부까지 고도가 200m정도 급하게 떨어졌다가 다시 치고 오른다.

지도상 1281봉인가 보다. 고도는 다시 떨어지고 급사면 따라 오름과 내림이 반복된다.

이곳 산사면도 멧돼지가 파헤쳐놓아서 아예 쑥대밭이 되어있다.

마늘봉? 왜 이름이 마늘봉일까 궁금했는데 오르면서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생기기도 마늘처럼 오똑하게 생겼을 뿐만 아니라 오르는 맛(?)도 마늘처럼 매웠다.

힘들게 올라왔지만 마늘봉에는 정상석대신에 통나무를 잘라서 만든 장의자가 쉬어가라며 객을 잡는다.

 

점점 가까이서 손짓하는 설악의 품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벌써 이만큼 왔구나."  이제 얼마남지 않은 대간 길.. 훌쩍 커버린 자식을 바라보는 느낌이 이러할까. 

저 설악을 넘으면 미시령이고, 그 다음은 진부령이다. 언제쯤 진부령에 내려설 수 있을까..

오늘 구간은 마늘봉과 약수산가는 길이 가장 힘든 것 같이 느껴진다.

중간의 징검다리 봉우리들를 넘고 넘으니 몸은 힘이 들지만 금방금방 회복되는 것 같아서 신기하게 느껴진다.

아마 수목들의 아름다운 향기에 취하다보니 그런 게 아닌가 싶다.

또 가파른 나무계단을 올라선다.


 




▲약수산 가는 길에도 빠끔히 얼굴을 내미는 설악


 




▲약수산 오름길

 


14:40 약수산 전망대

정상에서 약간 우측으로 비켜난 암봉에는 북동쪽으로 막힘없는 조망이 펼쳐지고

양양으로 넘어가는 구절양장도로 따라 겹겹이 둘러싼 산들의 조망은 너무나도 환상적이다.

정상부에는 ‘약수산’이라 새겨진 동판을 바위에 박아놓았고 그 뒤로는 멀리 매봉산의 풍력발전기도 시야에 들어온다.

가야할 대간마루금은 구룡령을 지나 갈전곡봉에서 우측으로 급하게 꺾여 점봉산으로 내달린다.

아스라이 보이는 점봉산 뒤쪽으로 병풍처럼 둘러쳐진 설악산, 그리고 하늘에 닿아있는 대청봉

그 아름다운 풍광.. 아무리 가슴으로 쓸어 담아도 풍경은 그 자리에 머물러 남아 있다.

빨리 가자. 점봉이 기다리고, 설악이 기다리는 백두대간..

그 마루금을 향하여~~


 




▲약수산 전망대에서.. 양양 방향


 




▲설악의 서북능선과 운무가 덮고있는 대청봉


 



 
▲구룡령에서 이어지는 가야할 갈전곡봉과 우측으로 휘어지는 대간 마루금


 




▲뒤로 매봉산의 풍력발전기도 보이는 약수산 정상


 




▲구룡령 하산 길


 








▲아홉마리 용도 힘겹게 넘었다는 구룡령 고갯마루(1,013m)



                                                                      

- 끝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