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9정맥/백두대간(완)

수려하고 웅장한 남설악. 백두대간34 (조침령-점봉산-한계령)

산사랑방 2008. 12. 24. 17:50





수려하고 웅장한 남설악. 백두대간34구간 (조침령-점봉산-한계령)



2008.  10.  25 (토) 맑음


산사랑방 홀로


일출 06:44 / 일몰 17:35 / 음력 9.27

 

 

 


  





 점봉산에서 바라본 백두대간

 

 


▣ 구간별 산행기록


05:38 한계령 필례도로 들머리-산행시작-

05:46 탐방감시초소

06:08 암릉 로프구간 시작

07:07 암릉구간 종료

07:19-07:30 삼각점 봉우리(서북능선 조망이 좋음)

07:35 UFO바위

08:40 망대암산

09:17-09:27 점봉산

09:50 너른이골(진동 설피마을) 5.4km 갈림길

10:08 오색삼거리(너른이골 4.5km/오색 3.0km)

10:28 너른이골 갈림길 점봉3.0km/단목령3.2km)

10:35 너른이골 합수점 (가는골 계곡)

11:13 전원주택

11:22 설피마을 삼거리(단목령/북암령)

11:45-11:55 단목령

13:02 북암령 (등로주의구간)

13:36-13:45 1136봉

14:53 포토 포인트

15:25 전망대(휴대폰 터짐)

15:27 조침령

15:52 조침령 터널 -산행종료-

 

대간종주 참고지도:'고산자의 후예들'이 발간한 '백두대간24'

▣ 대간종주거리:산행시간(휴식포함) 10시간 14분 (23.90km) / 누적거리 710.55km (포항셀파 기준)

조침령→7.25←북암령→3.10←단목령→4.50←오색삼거리→2.00←점봉산→1.40←망대암산→5.65←한계령

▣ 총누적거리:754.65km (하산거리 : 1.3km 조침령⇒조침령터널 25분)

▣ 식수위치:오색3거리에서 계곡 5분(설피방향), 단목령 옆 5분거리 계곡 

▣ 교통:자가운전 (서대구I.C~홍천I.C~44번 인제~한계3거리~한계령) 350km 4시간 20분소요

▣ 차량회수:조침령⇒한계령 꼭지(아내)의 차량지원, 택시 이용시는 50,000원 017-371-7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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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간꾼의 고뇌와 우회로


요즘 들어 국공파의 단속이 무척 심해졌다.

족적만 남긴 채 산길을 이어가는 대간꾼이 무슨 큰 죄인이라고 그렇게 할까 싶다.

점봉산구간은 국립공원이 시작되는 단목령 두 어 군데와, 날머리인 한계령탐방초소에서 주로 단속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단목령은 공단직원이 출근하기 전, 이른 아침에 통과해야 함으로 대부분 새벽2시경에 조침령을 출발하여

야간산행으로 밀어붙이지만 한계령에 도착하면 대낮이라 공단직원이 ‘어서 오세요’하고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조침령에서 출발하는 대신 한계령에서 남진하기로 작전을 세운다.

일출 1시간 전에 한계령을 통과하여 오색3거리를 지나 957봉을 오르기 전에 우측계곡으로 빠지면

설피마을에 도착할 수 있고, 설피마을에서 단목령까지 30분이면 오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세상사 다 계산적으로만 되는 일은 아니겠지만 나머지는 하늘의 뜻에 맡기기로 하고 꼭지와 집을 나선다.


새벽 1시에 대구를 출발하여 홍천I.C에 내려 44번국도를 이용해 한계령3거리에 도착하니 새벽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다.

양양으로 오는 것 보다 거리는 40km, 시간은 30분이나 단축되는 것 같다.

꼭지에게는 낮에 찜질방에 가 있으라며 한계령3거리에 있는 찜질방위치를 알려주고 한계령에 도착하니

휴게소는 지난번처럼 여전히 관광버스와 등산객들로 북적댄다.



한계령의 들머리는 어디에?


한계령에서 내려와 필례약수터로 가는 3거리에서 우회전하여 들어서니 우측 절개지 공터에 승합차량이 한 대 세워져 있다.

혹시 공단직원이 잠복하는가 싶어서 기웃거리니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아마 등산객이 주차해놓은 차 같다.

감시초소를 찾기 위해 필례도로 따라 한참을 내려갔는데도 보이지를 않는다.

“이상하다. 공단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버렸나?” 꼭지에게 중얼거리며 아무리 찾아보아도 초소는 오리무중이다.


그 초소가 있는 곳이 한계령의 들머리라던데.. 무엇에 홀린 것처럼 갑자기 황당해진다..

한계령휴게소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면서 또 찾아보고, 필례도로 따라 한참을 넘어갔다가 다시 뒤돌아오며 찾아보고..

결국 10여분을 헤매고도 찾지 못하여 지난번에 이 구간을 통과한 ‘난테’아우에게 전화를 하니

새벽인데도 금방 전화를 받는다. 구세주가 따로 없다. 사정을 얘기했더니 상세하게 알려주어 들머리에 도착한다.


한계령에서 조금 내려오면(약500m?) 우측으로 필례약수터로 가는 삼거리가 있다.

삼거리에서 약수터방향으로 우회전하여 100m 정도 가면 도로 좌측으로 낙석방지 철조망이 쳐져 있고

<출입금지>표지판이 세워져 있는 곳이 들머리로 얼마전가지만 해도 분명히 이곳에 감시초소가 있었다.


무엇인가 막힐 때는 금방 지도를 펴보아야 하는데 그것이 잘 되지 않는다.

육감에 의한 판단과 생각을 고집하다보니 전혀 엉뚱한데서 알바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인가 보다. 선답자들의 산행기를 많이 읽고, 사진도 눈여겨 보아두었으나

들머리가 필례도로 우측사면으로 이어지고 탐방감시초소가 도로 옆에 항상 그대도 있는 줄 착각하고 말았다.


차에서 내리니 한계령의 바람이 꽤나 차갑다.

꼭지(아내)가 이제 들머리도 찾았으니 뭐라도 먹고 가라고 했지만 날이 밝아오는 것이 두려워 얼른 배낭을 멘다.

운전조심해서 내려가라고 꼭지에게 당부하고 철조망뒤로 돌아 산문에 든다.

초입부터 가파른 길이 이어지고 낙엽이 수북이 쌓여있지만 밤인데도 길이 뚜렷하여 안심을 한다.

체감기온은 영하2도, 산행하기는 좋은 날씨지만 새벽의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들머리에서 10분여 오르니 산 중턱에 감시초소가 모습을 드러낸다.(05:48)

그렇게 찾아 헤매던 초소건물이 산중턱에 올아 와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으니.. 예상대로 공단직원은 보이지 않는다.

초소 앞을 지나 미끄러운 낙엽을 조심스럽게 밟으며 능선에 올라서니 암릉위에 로프가 매여 있다.

선답자들이 말하는 만물상능선인가 보다. 오르기가 약간 까다로워 꼭지가 따라왔으면 고생깨나 했을 것 같다.

강품에 떠밀려 몸이 바위 아래로 떨어질 것 같아 나뭇가지를 잡고 조심조심 암릉구간을 넘어가니 로프가 계속 이어진다.

 



 
첫 로프구간.. 이러한 암릉 구간은 한 시간여 이어지고 (06:08)



바위사이를 기어가기도 하고 사면을 돌아서 낙엽이 포근한 길을 밟기도 하며 30여분을 오르고 내리니

서서히 하늘이 밝아온다. 멀리 양양방향으로 용틀임 하듯이 붉은 기운이 감돌더니 동해바다위로 해가 돋기 시작한다.

산정에서 맞는 해돋이는 언제나 장엄하다. 그것도 설악산 만물상능선에서 맞이하는 아침이었으니..

잠시 바람을 등에 지고 암봉 위에 올라선다.

 




들머리인 필례도로 절개지 옹벽과 가로등이 빛나는 한계령휴게소 (06:38)

 




남설악으로 불리는 만물상능선..  온갖 기묘한 바위들이 장관을 이룬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한계령휴게소의 불빛이 구슬처럼 반짝거리고, 뱀처럼 기어가는 필례도로 옹벽옆 들머리도 시야에 들어온다.

가리봉능선은 아침 햇살에 더욱 도드라지고, 대청을 향해 달려가는 서북능선의 위용이 대단하다.

앙상한 가지만 드러낸 채 자신을 다 보여주는 나무들.. 이러한 늦가을의 풍경에서 우리는 비움의 미덕을 배운다

가을의 천사같은 낙엽위에는 하얀 서리가 내려앉았다. 아침 햇살에 금방 녹아들 테지만 그들은 투정부리는 일이 없다.

인생도 지나고 보면 찰라와 같은 순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매 순간을 얼마나 만족해 하며 살고 있을까.


 


 
오늘도 어김없이 시작되는 빛의 환희

 



 

만물상 능선과 멀리 귀때기청봉에도 햇살이 비쳐들고

 



  

   
중청과 대청에도 여명의 밝은 기운이 넘쳐난다. 

 





이제 로프구간은 끝이 나고 (07:06)


 


대간을 하면서 늘 가슴속에 품어왔던 점봉산 


07:10 로프가 매달려있는 비스듬한 암봉을 내려서니 산죽이 길을 안내한다.

이제 로프구간은 끝이 나고 점봉산이 가까워지는지 산세도 부드러운 육산으로 길은 더욱 뚜렷해진다.

등로에서 약간 벗어난 좌측에 작은 암봉이 보여 그냥 갈까 하다가 봉우리에 올라선다.

<설악314-2005재설>이라는 삼각점이 있고, 지도상 1155봉으로 추측되는데 뒤를 돌아보니 선경이 따로 없다.

가리봉능선과, 안산에서 대청으로 이어지는 서북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발아래에는 만물상능선이

그 아래에는 칠형제봉이 아침햇살에 단단한 근육질을 자랑한다.


 


 
계곡이 깊어 보이는 것이 흘림골 같다. 멀리 끝청과 중청, 대청이 차례로 고개를 내민다

 




 
사진으로 잘 알려진 UFO바위? 언제 우주로 날아가려는지.. (07:35)

 




꿈에 그리던 점봉산 가는 길

 



 
구름은 갈 곳을 잃어 대청에 앉아 쉬고 있고...

 



암봉을 내려서니 잡목사이로 점봉산의 모습이 비치기 시작한다.

어디서 보아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둥글고 부드러운 모양이 인상적인 점봉산,

봄이면 온갖 야생화가 지천에 피어나는 곳이지만 아무 때나 입산이 허락되는 곳이 아니어서 아쉬움이 남는 곳이다.

뚜렷한 산죽길 따라 경사가 부드러운 내리막을 15분여 내려서니 선답자들의 사진에서 많이 본 UFO바위다.

이곳에서 잠시 휴식하고, 옛날 도적들이 몰래 엽전을 주조했던 주전골 갈림길을 지나 그들이 망을 보았다는 망대암산에 오른다.

여러 개의 바위를 포개놓은 것과 같은 정상부는 소문대로 탁 트인 조망이 일품이지만 정상석은 보이지 않는다.

강풍에 몸이 날아갈 것 같다. 사진 몇 장을 찍고는 얼른 바위를 잡고 내려선다.

 





산줄기의 흐름이 만물상능선과는 대조적으로 부드럽다 (08:28)

 




 

가리봉에도 구름의 쉼터가 있는가 보다

 





우측으로 걸어온 능선이 융단처럼 미끈하다.

 





망대암산에서 대청은 그리움이다.

 


점봉산을 오르는 산길은 완만한 오름길인데도 은근히 진을 빼는 구간이다.

이곳은 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되어 연중 통제되고 있는 곳이지만 강한 바람 때문인지

능선에는 활엽수의 개체수가 적고, 바람을 잘 견딜 수 있는 키 작은 싸리나무와 철쭉나무가 주종이다.

군데군데 주목이 몇 그루 자라고 있긴 하지만 생육상태가 좋지 않아 보이고, 주목을 불법으로 채취해 가는

사람을 보았을 때는 즉시 신고해 주십사 하는 산림청에서 세운 안내문이 보여 색 다른 느낌이 든다.

함백산의 주목도 불법채취꾼들 때문에 훼손되고 있다는데 제발 그러는 일이 없기를 바랄뿐이다.

 





가야할 점봉산

 





망대암산의 미사일.. 여차하면 한 발 날릴 기세다

 





이름표를 달고있는 점봉산의 주목

 





 
점봉산을 오르며 뒤를 돌아보니 가슴에 안기지 않는 것이 없어 보인다.



09:17 드디어 점봉산에 오른다.

대간을 시작하면서부터 늘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점봉산 이었기에 감회는 남달랐다.

맨 먼저 설악산 전망안내판이 반기고 사진에서 많이 본 정상석이 아침햇살을 받아 환한 웃음을 짓는다.

처음 대하는데도 서먹하지 않고 친근한 느낌이 들어 멀리서 한참동안 바라본다.

남설악이라 불리는 점봉산은 부드러운 육산이지만 북쪽으로는 칠형제봉과 만물상의 암봉을 거느리고 있다.


마을사람들은 ‘덤붕산’이라 부르는데 덤은 둥글다는 뜻이니 서북능선에서 바라보면 펑퍼짐하고

둥근것이 산 모양에 꼭 들어맞는 것 같다. 덤붕이 한자화 되면서 점봉으로 불렸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사방 조망이 좋아 야생화군락으로 유명한 곰배령으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능선과 뒤를 돌아보면 가리봉과 대청봉라인이

한눈에 들어오고, 가야할 단목령와 조침령으로 흘러내리는 대간능선도 황홀하기만 하다

여기저기 서성이며 주위를 둘러보고 카메라에 담고 가슴에 품는다.

지금가면 언제 다시 올 것인가..

 






    

점봉산 조망대에서 바라보는 가리봉과 서북능선의 조망은 당연 압권이다 (09:17)

 





점봉산, 이제 가슴에 품고 가야지

 





봄이면 온갖 야생화가 꽃동산을 이룬다는 곰배령 방향 


 




점봉과 대청은 늘 이렇게 마주할 것이다.

 





훌쩍 날아가고 싶을 정도로 시야가 트이는 단목령 방향

 





오색3거리 가는 길... 늦가을인데도 벌써 앙상하게 변해버린 수목들 



계곡으로 우회하여 단목령을 가다


오색3거리에서 20분정도 진행하니 구조목 <점봉6지점> 단목령3.2km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단목령이나 단목령가기전 3거리에서 지킨다는 국공파를 피하려면 이곳에서 우측 계곡으로 빠져 우회해야 한다.

길이 희미하게 보여 망설임 없이 내려선다. 5분여 내려서니 바로 계곡합수점이고 계류에는 물이 제법 흐르고 있다.

대간하다가 웬 계곡 트래킹이냐고 자신에게 의문을 던지며 쓴웃음을 짓는다.

계곡에 행여나 하고 기대했던 늦가을 정취는 간곳없으나 앙상한 나무들 아래로 서걱대는 낙엽소리가 정겹다.

 





오색3거리 안부, 이곳에서 20분쯤 더 간 후 우측계곡으로 내려서야 한다. (10:08)

 





겨우살이도 대청을 향해 터를 잡았다

 





낙엽지는 가을에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겨우살이는 사람을 살리기도 한다.

 





<점봉6지점>구조목이 세워져 있는 4거리 안부.. 이곳에서 우측 계곡으로 내려선다 (10:28)

 





안부에서 5분여 내려서면 만나는 너른이골(가는골)의 계류 (10:34)

 





가을 정취가 없어도 편안해서 좋은 길..

 





계류에서 벗어나 만나는 전원주택 (11:13)

 


서 너 번 계곡을 가로지르며 50여분 묵은 산길을 걸으니 새로 지은 전원주택이 보인다.

길은 주택 앞마당을 가로질러 비포장임도 따라 가다가 한 번 더 계류를 건너니 다리공사가 한창인 설피마을이다.

설피마을 3거리에는 <←단목령>. <북암령→>이정표를 작은 나무판자에 새겨서 나무에 걸어놓았다.

단목령은 임도따라 직진하면 되지만 북암령은 우측 전원주택 사유지를 통과해야 하는데 입구는 체인 줄로 막아놓았다.

개들이 심하게 짓는다. 매여 있는 놈도 있지만 그냥 개 줄이 풀린 놈도 있어서 겁이 난다.

하지만 개들이 쳐다보며 짓을 뿐 물려고 달려들지는 않는다.

 





 

 

단목령과 북암령 갈림길인 설피마을 3거리 (11:22)

 


산길 옆으로는 벌통이 여러 개 놓여있고 입구에는 개가 으르렁거리고 있고..

‘개에 물리고 벌에 쏘여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주인의 경고문이 달려드는 개보다 더 무섭게 보여

감히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 국공파에 쫓기고 이제는 개와 벌에 쫓겨나는 신세가 되다니..

북암령으로 바로 오르려다가 포기하고 그냥 길이 좋은 단목령으로 오른다.

길은 맑은 물이 흐르는 작은 계류 따라 이어지고

중간쯤 오르니 가벼운 옷차림의 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7~8명 내려오면서 인사를 건넨다.


11:45 단목령(855m)

설피마을에서 단목령까지 30분 거리라고 했지만 실제 2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공단직원이 왜 단목령에서 지키는지 그 의문이 쉽게 풀린 셈이지만 오늘은 피리 부는 공단직원이 보이지 않는다.

대간꾼이 무슨 뱀도 아니고.. 피리 불며 대간꾼을 잡는다니 원~~

황철봉 들머리인 미시령에 대간꾼을 잡기위해 KBS현장 취재기자까지 동원해서 대대적인 단속이 있었다고 한다.

산거북이님의 조심하라는 메세지가 왔었는데 직원들이 모두 미시령으로 넘어갔는지 직원은 보이지 않고

두 분의 산님들이 쉬고 있다가 이제 막 일어선다. 조침령으로 가는 길이라고 한다.


“괜히 계곡 트랭킹까지 해가며 돌아왔네.” 혼자만의 넋두리에 두 장승이 빙긋이 웃는다.

이제부터는 쫓기는 신세가 아닌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자유의 몸이다.

단목령을 올라서니 능선에는 바람이 심하게 불고 나무들이 웅웅거리며 크게 소리를 지른다.

잠시 바람도 피할 겸 바위 옆에 몸을 기대고 가져간 도시락으로 허기진 배를 채운다.






 
설피마을에서 20여분 밖에 걸리지 않은 단목령, 오늘은 피리 부는 공단직원이 보이지 않는다 (11:45) 

 





 
북암령 4거리안부, 북진할 때는 조심해야 할 구간이다. 아무생각 없이 직진하면 무조건 알바 하는 곳 (13:02)

 






약 4km에 이르는 물푸레나무 군락지



13:02 북암령

4거리 안부로 이정표가 세워져 있지만 주의를 요하는 구간이다.

북암령에서 단목령으로 진행할 때 이정표 따라 직진하게 되면 무조건 알바 하는 곳으로

좌측 길도 설피마을, 직진도 설피마을로 빠지게 된다. 대간은 직진인 대간이정표를 무시하고

우측 북암리 이정표따라 진행하여 좌측으로 지능선 따라 꺾어야 하는 곳이다.

‘0909’님이 이정표에 우측으로 80m갔다가 다시 좌측으로 가라고 매직으로 표시를 해 놓았다.


북암령을 지나 1136봉을 내려서니 단풍에 물든 산마루가 아름답게 빛난다.

서붓서붓 물러가던 가을이 잠시 멈추어 섰나 보다.

등로에 곱게 쌓인 낙엽 따라 물푸레나무 군락지를 걸으니 피로에 지친 발걸음이 편안하고 거벼워진다.

포토 포인트에는 무지개가 피어올라 오늘의 산행을 축하라도 하듯이 장관을 이루어, 한동안 시선을 빼앗긴 채 몸을 맡긴다.

땀의 진한 냄새도 바람에 실려가고 갑자기 한없이 걷고 싶어질 즈음, 꼭지가 조침령터널에 도착했다고 전화가 온다.


꼭지의 목소리에 걸음이 빨라진다. 더 걷고 싶다는 욕심은 사라지고 세속의 그리움들이 마음을 잡아끈다.

사람의 마음은 이렇게 간사하지만 자연은 오라 가라 말없이 다가서면 늘 반겨두고 보듬어준다.

대간을 시작할 때부터 늘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점봉산..

낙엽 진 늦가을이지만 이 구간을 행복하게 이어왔음에 만족하며 마지막 남은 마등령에서 진부령구간은

경방이 끝나는 내년 봄쯤에 이어가기로 하고 오늘의 대간산행을 마무리 한다.

 





 
대청능선에서 피어난 무지개는 포토 포인트까지 따라와서 폼을 잡는다 (14:53)

 





물러가던 가을이 잠시 멈추어 작별인사를 건네는 조침령 구도로 (15:22)

 






오늘의 종착지 조침령 (15:27)




 


 
조침령에서 울퉁불퉁한 비포장길을 25분쯤 걸어서 도착한 조침령터널 입구 (15:52)



- 끝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