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9정맥/백두대간(완)

석병산아 울지 마라. 제29구간(백복령-삽당령)

산사랑방 2008. 12. 24. 17:31
 

석병산아 울지 마라. 백두대간29구간(백복령-삽당령)



2008. 8. 16(토) 흐리고 비


산사랑방 홀로


일출 05:40 / 일몰 19:15 / 음력 7.16

 

 


 


▲흔적도 없이 사라져번린 자병산

 
 




▲석병산(1055m)



둘째 날 : 2008. 8. 16. (토) 흐리고 가끔 비


10:00 백복령   -산행시작-

11:28 생계령

13:05 900봉

13:20 고병이재

14:26-14:35 석병산

15:10 두리봉(장의자 쉼터)

16:20 삽당령  -산행종료-



▣ 대간종주거리 : 6.20km+18.50km / 누적거리 544.67km (포항셀파 기준)

첫째날 : 귀네미골→4.70←황장산→1.50←댓재

둘째날 : 백복령→3.28←헬기장→8.92←석병산→1.60←두리봉→4.70←삽당령

 

▣ 총산행시간 : 1시간 40분+6시간 24분 (6.20km+18.50km) / 누적거리 : 580.67km

▣ 식수위치 : 없음

▣ 교통 : 자가운전 (서대구I.C-영주I.C-현동-태백-35번-피재-귀네미골 235km)

▣ 차량회수 : 꼭지의 차량지원

택시연락처 : 임계개인택시 011-331-4024 / 동해개인택시 018-355-8297(심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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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8. 16(토)


아침에 일어나니 빗님이 또 사정없이 내린다.

모텔 건너 산사면의 나무들이 드러누울 정도로 바람도 심하게 부는지라 산행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또 고민에 빠진다.


TV뉴스에서 흘러나오는 폭우로 인한 인명사고소식에 불안스럽기도 하지만

세계를 들어 올렸다는 올림픽 역도뉴스는 나약해지려는 마음에 더욱 용기를 심어 준다.

"그래 가자~~"

퍼붓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하늘을 원망한 듯 무슨 소용이 있으랴.

오직 행동만이 있을 뿐..


산행준비를 한다.

백복령~삽당령구간은 18km정도..

혼자서 6~7시간이면 충분하니 5시전에 도착한다며 꼭지를 안심시키고

내일은 비가 내리지 않는다고 하니 댓재~백복령구간은 내일 다 함께 하기로 하고 백복령으로 향한다.



10:00 비 내리는 백복령


백복령의 들머리는 간이 휴게소가 있는 나무팬스 옆으로 이어진다.

꼭지와 아들의 배웅을 받으며 산문에 들어서니 초입부터 잡풀이 우거져 빗물이 바지를 적신다.

둔덕을 넘으니 임도가 나오고 임도를 가로질러 물이 흐르는 두어 개의 도랑을 건넌다.

석회석 채굴을 위한 임도개설로 마루금은 없어지고 그냥 길이 생긴 것이다.


곧이어 물을 한 것 머금은 싸리나무터널을 지나니 우의를 입었지만 온몸이 젖는다.

안부에 올라서니 우측으로 속살이 하얗게 드러난 자병산의 흉측한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시멘트원료인 석회암을 채굴하기 위해서라고 하니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자병산은 영원히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깊은 상처만이 남았다.

 





                                                                                          

▲백복령



                                                                                             


▲상처투성이가 된 자병산



                                                                                     


▲카르스트지형 안내판 


 


                                                                                        


▲생계령 640m 


 


 

▲도라지꽃

 


카르스트지형이라는 표지판을 지나니 웅덩이처럼 움푹 파인 곳이 많다.

땅속에 있는 석회암의 주성분인 탄산칼슘이 지하수나 빗물에 녹아내려서 암석이나

지층이 침식되어서 그렇다고 한다.

이 비오는 날 걷다가 땅이 내려앉으면 어쩌나 싶어 다리야 날 살려라 하며 걸음을 빨리한다.

조망이 트이는 작은 암봉을 내려서니 생계령이다.

장의자가 설치되어있어서 배낭을 벗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우중산행은 불편한 점도 있지만 나름대로의 운치도 있다.

땀에 젖고 빗물에 씻기다 보면 자신을 비우게 되고 그 비움은 산과 하나가 되게 만든다.

그러면 산도 더없이 맑고 깨끗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비온 후의 풍경만큼 아름다운 풍경이 또 있을까..

 



                                                                   





 

▲계속 시야에서 떠나지  않는 자병산


 
                                                                      


▲백두대간을 감시하고 있는 노송



                                                                                


▲당신은 어디서 왔나요? '우주에서 왔나요?' 

 


산책로 같은 편안한 길을 지나 작은 암봉에 오른다.

비가 잦아들더니 운무가 걷히고 첩첩이 어깨를 포갠 산마루가 하나둘 씩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아!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지른다.

멀리 동해바다가 희미하게 보이고 부챗살처럼 펼쳐지는 산등성이들이 곱게 곱게 고개를 내민다.

비오는 날이기에 잠깐씩 비쳐지는 이러한 조망에도 감격해하고 고마워하는 것이리라.


배낭을 내려놓고 바위에 털썩 주저앉는다.

가져간 식빵을 꺼내어 그 위에 딸기쨈을 바르니 먹기도 전에 침이 꼴깍 넘어간다.

성찬이 따로 없다.

산에서는 걷기 위해서 먹고 살기위해서 먹는 것이라고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가 보다.

높이 솟아오른 하늘도 한 점 달라하고, 지나는 구름도 한 조각 달라한다.

겨우 빵 두 조각이지만 배가 부르다.



                                                                                          


▲동해 방향


 


                                                                              






▲눈물겹도록 열정적인 구애




                                                                        


▲물폭탄을 장착한 싸리나무터널


 

                                                                       


▲지나온 자병산과 대간 마루금 

 


다시 길을 나선다.

꼭지와 아들은 모텔에 있다. 산이 좋아 산에 들었지만 가족의 품이 그립다.

걸음을 빨리한다. 간사한 인간의 마음이 이러하지만 자연은 안아주고 보듬어준다.

홀로 핀 산도라지꽃이 반갑다며 손을 흔든다.

만나기 힘든 꽃인데 지나는 길에 몇 송이가 눈에 띤다.

또 있다.

용광로처럼 붉은 입술로 열정적인 사랑을 애원하는 엉겅퀴도 빗속의 친구가 된다.


그러나 걸음 내내 아쉬움이 있다.

뒤를 돌아보면 자병산의 아픈 상처가 계속 시야에서 떠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병산아! 자병산아 용서해다오.”


다시 또 하늘이 어두워지고 비가 쏟아진다.

하늘도 우는가 보다.

갑작스런 운무와 어둠.. 길 찾기에 긴장감이 흐르지만 리본만 따르면 무리는 없을 것 같다.

육감과 선답자들의 표시기에 신경을 쓴다.

갈림길이나 꺾어지는 지점에서는 리본이 한 움큼씩 붙어있어 도움이 된다.


잡목과 산죽이 바지에 빗물을 쏟아 붓는다.

그래도 졿다. 

고병이재와 910봉의 헬기장을 지나니 또 산죽길이다. 산죽 길을 난 참 좋아한다.

길이 뚜렷해서 좋을 뿐만 아니라 산죽은 내가 산중에 있음을 절실하게 느끼게 해준다.

사철 푸르러서 좋고, 그 곧고 깨끗함이 좋다.

비오는 날의 산죽 길을 헤쳐 가는 것이 고역이긴 하지만 자신을 온전히 맞길 수 있어서 좋다.

 



                                                                               


▲백두대간과 석병산에 대하여~~~


                                                                                         



▲동해 방향 



                                                                                    

 

▲비내리는 날은 산죽 길이 너무 싫어~~ㅠㅠ

 


                                                                                   


▲ 다시 폭우가 쏟아지고 

 


노란 들꽃이 가득 피어있는 헬기장을 지나니 석병산 갈림길

대간은 직진이고 우측으로 <석병산 5분>이라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는데 석병산(일월봉)은

마루금에서 약간 비켜나있지만 꼭 올라보아야 하는 곳이다.

전망이 좋은 곳이라 들었는데 우중이라 조망은 기대할 수 없지만 가보고 싶다.


석병산에 오르니 빗줄기가 더욱 굵어진다.

아우 자병산에 대한 그리움의 눈물, 영원히 만날 수 없는 이별의 눈물인가?

아니면 우리 인간을 향한 분노의 눈물일까.

 

석병산아 울지마라!

...............

.......

 

일월문이 하늘을 향하여 울부짖는다.

 

                                        


                                 

▲석병산에서 바라본 가야할 두리봉



                                                                                      

 

▲석병산 일월문



                                                                           









 

▲정상석 없는 두리봉 쉼터 



                                                                    









 

▲삽당령 하산 길





                                                                                      

▲삽당령



가야할 두리봉이 덤덤한 모습을 드러내고 운무가 산자락을 넘나들며 선경을 연출한다.

아름다운 우리 산하의 시시각각 변하는 신비로운 풍경을 바라보면서 마음은 끝없이 황홀해지지만

자병산의 상처를 치유할 수 없다는 안타까움이 마음을 서럽게 한다.

다시 삽당령을 향해 길을 나서지만

자병산에 대한 아픈 기억은 두고두고 가슴에 응어리로 남을 것이다.


   

- 끝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