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자유여행

홋카이도 자유여행10 (비에이美瑛, 켄과 메리나무를 찾아)

산사랑방 2017. 12. 31. 22:54



JR삿포로역ㅡJR아사히카와(旭川)역 환승ㅡ비에이(美瑛)역


2017.  12.  25.


산사랑방



'비에이(美瑛/びえい)'라는 한자를 풀이하면 '아름다운 옥빛'이라는 뜻이 되는데

옥빛이라는 뜻만 보더라도 비에이가 어떤 곳인지 대충은 짐작할 수 있다.

비에이(美瑛)는 사진작가 마에다 신조(1922-1998)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켄과 메리나무는 닛산 자동차 광고 CF에,

세븐스타 나무, 마일드세븐 언덕 등은 담배 광고에 등장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비에이언덕은 소지섭 카메라CF 배경지로도 알려져있다.


또한 비에이는 이번 여행에서 가장 설레이고 긴장되었던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여행이었다.

오전에는 조금씩 눈발이 날려서 우산을 준비했는데 갑자기 하늘이 개였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함박눈으로 바뀌고

찬바람이 쌩쌩불더니 눈보라가 치기 시작했다.


상상을 불허하는 홋카이도의 겨울날씨~~-..-..

결국 열차도 제대로 다니지 못 할 정도의 눈폭풍으로 삿포로로 가려던 열차는 연이어 운행중지 되었다.

이러다 홋카이도 미아가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섰었는데...






좌측 건물이 JR아사히카와역(JR 旭川駅)


JR아사히카와역은 비에이(美瑛)로 가는 환승역이다.

삿포로에서 06:56 첫차로 아사히카와에 도착하니 08:32분이었다.




 

<삿포로 ㅡ 아사히카와 ㅡ 비에이 열차 시간표>




아사히카와 ㅡ 비에이 행 열차





열차는 달랑 한 칸이다. 보통열차 내부는 우리 지하철과 닮았다.

전면에 요금 전광판이 있고, 객실과 기관실이 붙어있는데 요금은 내릴때 기관사가 받기도 한다.






아주 앳되보이는 기관사





조수석에서 바라본 선로, 이때는 눈대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차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들이 너무 좋다. ~~~~,,





역시 듣던대로 여긴 온통 눈세상...!! 





어느 시골의 간이역과 하얀 지붕들...





눈이 잘 미끄러지도록 지붕들이 대부분 세모꼴이다.





비에이가 가까워오니 승객들이 대부분 내리고 열차 안이 설렁하다.





<비에이역 대합실>


09:23분 드디어 기대하던 비에이역에 도착했다.

첫 인상은 아주 깨끗하고 아늑하다는 느낌..





<비에이역美瑛駅>


1899년 문을 연 비에이(美瑛)역은 조그마한 시골역이지만 일본의 아름다운역 100선에 뽑힐정도로

아름다운 메이지시대 건축물로 종종CF에도 등장하는 역이다.





'켄과 메리나무'를 찾아~~

원래는 자전거를 탈까 생각했는데 포기하고 택시를 찾으니 보이지 않는다.

그럼 어쩐다~~??

 




여기저기 둘러봐도 택시는 안보이고... 눈눈눈...

도로가에는 여기저기 빨란 작대기가 꽂혀있는데 적설량을 측정하는 장비로 보인다.





자전거를 대여하는 곳이 눈에 번쩍띤다. 아무리 잔차타기로 계획했다지만

이 빙판길에 잔차타고 돌아다닐 수는 없는 일~~ㅋㅋ





<역 앞의 관광안내소>


관광안내소 안으로 들어가니 한국말 잘하는 분이 있어서 택시 탈 수 없느냐고 물었다.

오늘은 눈비가 내려서 택시가 한 대도 없다고 한다.


택시를 미리 예약하지 않은 것이 나의 불찰이지만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까짓거 걸어서 돌아다니면 되니깐...ㅋㅋ

원래 걷는데 전문인 산꾼이 아니던가.

계획은 먼저 흰수염폭포를 다녀온 후 '켄과 메리나무'를 둘러보려고 했다.

그러나 여행안내소에서 어정거리는사이 09:26분 시노가네온천으로 가는 버스를 놓치고 말았다.

다음버스는 3시간 후쯤, 12:11분에 있다.


어쩔 수 없이 켄과 메리나무를 먼저 둘러보고 흰수염폭포로 가기로 했다. 시간은 충분하다.

그런데 이게 전화위복이 될 줄 누가 알았으랴~~...ㅎㅎ





<비에이 일출일몰 시간표>


비에이는 한국보다 30여분 해가 빨리 뜨고, 해지는 시간도 1시간 20여분 빠르기 때문에

오후 4시면 어두워진다. 따라서 시간에 맞추어 여행일정을 잡아야 한다.





<우측 아래는 흰수염폭포가 있는 시노가네온천행 버스시간표>


버스가 하루 다섯번 밖에 운행하지 않기 때문에 차시간에 잘 맞춰야 한다.

참고로 타고간 버스는 30분후에 다시 비에이로 출발하므로 폭포에서 20분정도 기념사진 찍고

정류장으로 나오면 버스시간과 정확하게 맞아 떨어진다.





안내소 직원이 알려준대로 '켄과 메리나무'를 찾아 길을 나섰다.

눈발이 날려서 일단 우산 하나 사들고 어슬렁어슬렁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길이 장난이 아니다. 너무 미끄러워 걷자마자 엉덩방아부터 찍었다.

비에이 와서 호되게 당하는 구나.~~,,,





이곳에서 좌측길로 가면 '켄과 메리나무'가 보인다.

저 우산~!! 오늘 하루종일 펴보도 못하고 들고만 다녔다는~~ㅋㅋ





어디든지 카메라 앵글만 맞추면 작품이 된다.

이제야 이해가 된다. 왜 비에이가 사진 작가들의 성지라 불리는지를~~~,,,





이제는 숨소리도 죽인다.








하늘은 뭐가 불만인지 잔득 찌프린 얼굴이다.








눈눈눈... 비에이는 눈의 천국이다.




조금씩 구름이 걷히고





파란 하늘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멀리 눈덮힌 산봉우리도 시야에 들어오고...




 

지평선 저 끝까지 막힘없는 이곳에서 나무 한 그루 우뚝하다면 그는 이미 이땅의 주인공인 셈이다.

그가 바로 이 겨울에 만나고 싶었던 '켄과 메리나무' 한 그루다.

너무 고독해 보이는 평범한 미류나무 한 그루~!! 세계를 흔들만큼 유명세를 탔다니 믿기지가 않는다.


이건 뭐야~~!! 너무 싱겁잖아~~~,,, 오히려 노란 주택이 더 멋있구만.





붉은 화살표 표시기는 저 아래에 횡단보도가 있다는 표시로 '일단정지'를 뜻한다.

홋카이도 외곽도로는 대부분 이런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겨울이면 횡단보도가 눈에 덮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비에이 언덕위의 이정표가 하늘만큼 높고 깔끔하다.





결국 발품을 팔아서 만난 '켄과 메리나무'~~!!

켄과 메리가 이 미류나무 아래에서 CF(닛산 자동차 광고)를 찍은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눈덮힌 벌판을 고고히 지키고 섰는~~~, "자넨 너무 왜롭지 않나~~?"





눈비 내리고 찌부덩하던 하늘이 이렇게 고운 빛으로 여행객을 맞이하다니...

전화위복이다. 아침에 버스를 놓치지 않고 흰수염폭포로 갔으면 이러한 풍경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오후부터는 눈보라로 걷는 것도 힘들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장면을 볼 수 없었을 테니 말이다.

 











멀리 호쿠세이언덕공원의 우주선처럼 생긴 전망대가 보인다.

그래, 여기까지 왔는데... 호쿠세이언덕까지는 가보기로 했다.

거기엔 또 어떤 풍경이 기다리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