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9정맥/금남호남정맥(완)

'마이산에 취한 하루' 금남호남정맥3구간(신광재-마이산-강정골재)

산사랑방 2011. 4. 21. 21:17

 

 

'마이산에 취한 하루' 금남호남정맥3구간(신광재-마이산-강정골재)

 

2011. 4. 17. (일) 해맑음

 

산거북이와 산사랑방

 

일출  05:54 / 일몰 19:03  음력 3.15

 

 

 

산 중에서 마이산 만큼 이름이 많은 산도 없을 것이다. 시대별로 다르고 계절별로도 다르다.

신라 때는 서다산, 고려때는 용출산이라 불렸고 조선시대에는 속금산, 마이산이라 불리워 왔다.

봄에는 하늘로 우뚝 솟아있는 모양같다 하여 '돛대봉' 여름에는 용의 뿔을 닮았다 하여'용각봉'

가을에는 말의 귀를 닮았다하여 '마이봉' 겨울에는 먹물을 찍은 붓끝같다고 하여 '문필봉'으로

불리며 철따라 보는 각도에 다른 멋을 풍기는 산이다. 따라서 마이산은 멀리서 바라보아야 제

맛인데 하루종일 그를 바라보며 걸었으니 취할만도 하다 싶다.

 

 

 

 

1. 구간별 산행기록

06:10  신광재    -산행시작-

07:05-07:25  헬기장

08:05-08:15  성수산(1059m)

08:48  복지봉(1008m)

10:16  헬기장 삼각점

10:34-11:00  벌목지대(알바15분)

11:24  밀고개

12:19  여꾸실고개

13:17  30번도로

14:15  숫마이산(마이산 동봉)

14:30-14:50  은수사

15:00-15:30  탑사

15:55  봉두봉

16:15  전망대 갈림길

17:20  강정골재    -산행종료-

 

2. 정맥종주거리 : 18.70km (11시간 10분 휴식2시간 포함) / 총누적거리 56.80km

                         신광재-2.2km-성수산-6.0km-밀고개-1.5km-여꾸실고개-4.5km-마이산 탑사-4.5km-강정골재 (현지 이정표 기준)

3. 주의구간 : 밀고개 내려서기 전 벌목지대

4. 교     통 : 자가운전 남대구I.C-진안I.C-강정골재 (자가운전 160km / 2시간)

5. 차량회수 : 진안 강정골재 - 신광재 (진안택시 : 063-433-0048 / 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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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가면'

 

산에 가면 낯 익지 않는 것이 없고 친구 아닌 것이 없다. 살아 있는 생명체건

침묵속에 잠긴 바위 이건, 아니면 썩어 자빠진 나무둥치 하나에도 애정이 가고

마음이 끌린다. 이러한 현상은 나이가 들면서 우리가 자연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본능적인 욕구의 표현일지도 모른다.

 

그러한 산길을 가족이나 친구나 정다운 벗과 함께 걷는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더구나 꽃피고 새잎 푸르러지는 봄날이라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인연이란

만남 그 자체 보다 정을 쌓아가는 정분이라고 볼 때 나에게 '산거북이'님은

특별한 벗이 아닐 수 없다. 오늘은 낙동이후 오랜만에 그와 함께하는 산행이다.

오직 둘 만의 하루! 아니다. 하루종일 마이산과 함께한 셋의 하루이기도 했다.

 

 

 

<뒤돌아본 신광재>

 

진안에서 산거북이님을 만나 택시로 신광재에 도착하니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다.

아침은 실안개를 피어올리고 햇살도 뒤질세라 산 능선을 붉게 물들인다. 까만 하우스

지붕 위에는 서리가 하얗게 내려앉았다. 쌀쌀하긴 하지만 이러한 산정에서 맞이하는

상쾌한 아침의 향연, 여기에 초대 받은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가.

 

 

 

등로위로 서리에 녹아든 낙엽이 촉촉하게 젖어 객을 반긴다. 소나무 대신 신갈나무와

굴참나무가 숲을 이루고 가끔은 싸리나무가 옷깃을 잡아 당기며 성가시게 굴기도 한다.

 

 

 

<무명봉을 내려서며 바라본 헬기장과 성수산>

 

오늘 구간(신광재-강정골재)은 '사람과 산' 자료에는 14.8km로 되어있으나 이는

도상거리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진안문화원'에서 붙여놓은 현지

이정표를 기준으로 신광재에서 성수산을 2.2km로 잡으면 총 18.7km가 된다. 실

거리와 도상거리가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구간으로 예상보다 시간도 더 걸렸고

 체력도 많이 소모되었다.

 

 

 

성수산을 오르며 뒤를 돌아보니 장안산에서 이어져온 정맥 마루금이 하늘과 땅의

경계에서 아스라이 조망된다. 실안개와 산너울이 빚어내는 정경은 또 어떤가. 우리는

넋을 놓은 체 한없이 저 풍경을 바라보았다. 저들을 바라보면 왜 산정에서의 아침이

그토록 아름다운지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노랗게 핀 호랑버들과 제비꽃, 하얀 개별꽃이 꽃길을 연다. 고도가 조금

낮아지는 구간에 이르면 아마 진달래가 만개하여 우리를 반갑게 맞아줄 것이다.

 

 

 

 

 

 

성수산 가긴 전 좌측으로 볼록 솟아오른 전망바위에 올라섰다. 지난 구간에 홀로

하루종일을 걸었던 시루봉과 삿갓봉, 1060봉 뒤로 팔공산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봄은 봄인데 이곳은 온통 잿빛의 서러운 봄이다.

 

 

 

 

 

 

저 속에 들어가면 무릉도원이 있을까?  하늘에 떠 있는 덕유산

 

 

 

진안 노촌리 방향으로 꿈틀대듯 흘러내리는 산줄기에 쉬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는다.

 

 

 

<성수산1059m 정상>

 

 

 

성수산에서는 바라보는 장안산의 풍경이 황홀하다. 겹겹이 들어선 산마루가 그 아래에 업드렸으니...

 

 

 

<복지봉 1008m>

 

성수산에서 30여분 앙상한 나뭇가지가 서걱대는 산길을 내려서면 만나는 삼각점이

없는 봉우리다. 지도에는 없지만 '진안문화원'에서 복지봉(1008m) 이라는 이름을 붙여

놓았다. 복지봉은 박쥐봉의 음이 변해 복지봉이 되었다는 설명이지만 유래는 알 수가

없다. 하얀 천에는 성수산 1.5km, 신광재 6km, 밀고개 4.7km로 표기되어 있다.

 

 

 

 

 

 

드디어 문을 열어주는 마이산 <복지봉에서...>

 

 

 

'마이산의 유혹'

 

산거북이님은 어제 오후 부산을 출발 진주를 거쳐 진안에서 하룻밤을 묵고 오늘 나와

만났다. 이렇게 긴 여정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그의 마음을 잡아 끈 것일까? 바로 '마이산'

이다. 이번 정맥길도 한 구간 동행하고 싶다던 '산거북이'님의 마음을 헤아려 보았다.

'그래, 마이산 구간이라면 거리도 적당하고 그도 만족하리라' 예상했는데 역시 마이산은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오늘은 우리가 반가운지 겨우살이도 마중을 나왔다

 

 

 

봉오리만 맺혀있던 능선의 진달래가 고도가 700~800m에 이르자 앞다투어 피어났다.

이렇게 원시적이고 아름다운 진달래 꽃길을 그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하루종일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 큰 행복이자 축복이다.  <Photo by  산거북이>

                                                                                                                                                                       

 

 

연분홍의 진달래가 흩뿌려진 꽃길속으로 오늘은 기꺼이 꼭지의 모델이 되어주겠다고 했다.

김소월의 진달래꽃길도 이보다 아름다울까...

 

 

 

<점점 더 가까워지는 신비스런 마이산의 두 봉우리와 저 아래 까만 인삼밭으로 이어지는 밀고개>

 

 

'길을 잃다'

 

위 사진은 첫 번째  삼각점이 있는 헬기장을 지나서 만난 벌목지대다. 아마 최근에 벌목을

한곳으로 보인다. 마이산이 더욱 가깝게 시야에 들어오고 중간에 까만 비닐이 덮힌 인삼밭

이 있는곳이 '밀고개'다. 좌로 꺽어 저곳으로 내려서야 했는데 벌목을 하면서 등로 입구를

덮어버려 길이 보이지 않았다.

 

능선으로 길이 너무나 뚜렸하여 계속 직진하고 말았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알바를 한 것으로 보인다. 더러 리본도 보였으나 능선따라

100m정도 가서야 길이 잘못 됐다는 것을 알고 GPS를 확인하니 등로를 벗어나고 있었다.

 

오늘 중 가장 조심해야 할 구간이다.

 

길은 소나무 숲속에 숨어있었다. 정맥은 위 지점에서 나무를 베어 눕혀놓은 우측

으로 트레버스하여 진달래가 피어있는 소나무 숲속으로 들어서면 길이 보인다.

 

 

 

 

밀고개 바로 전에 바라본 마이산

 

 

 

밀고개에는 인삼밭을 개간하기 위해 벌목하면서 리본과 이정표가 대부분 땅에 떨어진

체 나딩굴고 있었다. 주워서 다시 나무에 묶어 놓았다. 성수산 6.2km / 강정골재 10.5km라

표기되어 있다. 갈 길은 멀지만 내내 마이산을 바라보며 그와 함께 걷는 시간이 좋다.

 

 

 

벌목지대를 지날 때 마다 고사리가 많아서 한웅큼씩 꺾기도 하고 여유를 부리며 느긋하게 걷는다.

 

 

 

이제는 마이봉의 윤곽이 더욱 뚜렸해졌다.

 

 

 

좁은 1차선 포장도로인 <여꾸실고개>

 

 

 

 

 

 

계속 이어지는 벌목지대와 시야에서 떠나지 않는 마이산

 

 

 

2차선 포장도로인 30번도로

 

 

 

드디어 거대한 숫마이봉(마이산 동봉) 앞에 섰다. 역시 대단하다. <Photo by  산거북이>

 

 

 

마이봉 두 봉우리가 정맥 마루금이라는 것이 신기하다. 새가 아닌 이상 저 어마어마한

봉우리를 타넘을 수가 없으니 좌측으로 우회하여 은수사로 내려선다. 마이봉이 금강과

섬진강의 분수령이다보니 서쪽에 위치한 은수사와 탑사의 샘물은 모두 섬진강으로 흘

러든다. 섬진강의 발원지인 셈이다.

 

 

 

숫바이봉을 좌측으로 우회하여 은수사로 내려서는 길

 

 

 

마치 돌과 자갈과 모래를 섞어 시멘트를 들어부은 형태다.

마이산은 중생대 후기 약 1억년 전까지 담수호였으나 대홍수 때 모래, 자갈 등이 물의 압력에

의하여 수성암으로 변했다고 한다. 약 7천만년전 지각변동으로 지금의 마이산이 되었다고 하니

자연의 섭리가 오묘하고 신비로울 뿐이다.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지구의 수명은 앞으로 얼마나

더 남았을까? 머지않아 지구는 물도 불도 아닌 핵으로 망하지 싶다.

 

 

 

우회길로 내려오면서 만난 은수사

 

 

 

 

마이산의 전설

 

아득한 옛날 마이산에 한쌍의 두 신선이 자식을 낳고 살았다. 마침내 승천할 때가 되어

남신이 말하기를 "사람들이 승천하는 것을 보면 부정을 타서 안되니 한밤중에 떠나자"고

말했다. 이에 여신은 "왜 무서운 밤에 떠나? 잠 좀 더자고 새벽에 떠나자"고 하였다.

 

그래서 새벽에 떠나게 되었는데 때마침 일찍 물길러온 동네 아낙이 승천하려는 장면을 보고

"오메! 산이 하늘로 올라가네"하고 소리치고 말았다. 이에 승천이 틀린 것을 안 남신이 머리끝

까지 화가나서 '여편네 때문에 되는 게 없네" 라고 소리 지르며 여신이 안고 있던 두 자식을

빼앗으니 그만 돌이되어 그자리에 주저앉았다고 한다. 그래서 생겨난 마이봉?

 

신선도 여인은 별수 없나보다. 밤을 무서워 하고 잠이 많다니

그래도 명세기 신선인데 부부싸움까지...

 

                                                                           

 

마이산 하면 떠오르는 것이 말의 귀를 닮은 두 봉우리와 돌탑이다. 자연이 빚은 최고의

걸작이 마이봉이라면 인간이 만든 최고의 걸작은 마이산 탑군이다. 탑사 뒤로 돌탑중의

최고로 꼽히는 천지탑이 100년의 세파에도 흔들리지 않고 우뚝 서 있다. 천지탑은 높이

13m의 원뿔형태로 하나의 몸체로 올라가다가 두개의 탑을 이루는 특이한 형태의 탑이다.

 

돌탑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어 보이는데 속절없는 세월만 흐르는 것 같다. 마이산

을 처음 찾은 것은 군에 제대하고 첫 직장 야유회 때였으니 벌써 3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후 꼭지와 두어 번 이곳 탑사를 둘러본 것이 전부인데 오늘은 산거북이님과 하루종일

마이산속으로 걸었으니 감회가 새롭다.

 

 

 

저 많은 탑들은 원래 120기 정도가 있었으나 현재는 80여기가 남아 있다고 한다.

돌탑은 약 100년전 이갑용(1860~1957)처사가 계시를 받고 마이산에 들어와 솔잎을

먹고 살면서 주변의 돌과 전국 각처의 돌을 날라서 10여년에 걸쳐 쌓았다고 한다.

 

                                                                                                                              - 마이산 참고자료 : 진안군청 문화관광과 발췌 편집 -   

 

 

 

원래 점심은 마이산에서 먹기로 하고 도시락을 준비하지 않았는데 벌써 시간은 3시를

넘어서고 있다. 탑사 아래 휴게소식당에 들렀더니 할머니 왈 "밥이 다 떨어졌어." 하신다.

할 수 없이 파전 한 접시와 동동두 한 병으로 허기진 배를 달래니 산거북이님에게

미안한 마음 뿐이다.

 

 

 

탑사에서 조금 내려오면 우측에 리본이 많이 걸린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이곳이

봉두봉 오르는 정맥 길이자 마이산을 원점회귀하는 코스다. 막걸리 몇 잔에 취해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봉두봉 오르는 길이 꽤나 힘들게 느껴진다.

 

 

 

<특별한 조망이 없는 봉두봉>

 

 

 

봉두봉을 내려와 안부를 지나 단애위에 올라서면 마이봉의 또다른 모습이 펼쳐진다.

암마이봉과 어미에게 떨어져 나간 아들(?) 마이봉의 모습이 장관이고 서쪽 전망대

방향으로도 시원한 조망이 펼쳐진다.

 

 

 

멀리 보이는 봉우리가 다음에 이어야할 부귀산 같다

 

 

 

 

 

 

전망대 방향

 

 

 

전망대와 북부 주차장 갈림길, 이곳에서 정맥은 좌측 전망대 방향이 아닌 532봉(삿갓봉)

방향으로 직진이다. 정맥은 이정표가 없기 때문에 나무에 걸린 리본따리 진행해야 한다.

 

 

 

보는 각도에 따라 봉우리의 모습이 사뭇 다르다

 

 

 

버림받은 또 하나의 마이산 봉우리?

 

 

 

옹벽 위에서 내려다본 오늘의 종착지 <강정골재> 이곳에서 진안읍내까지는 20분정도 걸린다.

 

산행을 끝낸 후, 마이산에 들렀다는 두타행 아우님을 진안에서 만났다. 그러나 반가움도 잠시

다음을 기약하며 두타행님과 작별을 고하고 우리는 대구로 향했다. 오늘 구간은 예상보다 거리도

멀고 힘든 산행이었으나 진달래 꽃길속으로 내내 마이산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어서 좋았다.

 

                                                                                                                                  

금남호남정맥3구간 산행지도 <신광재-성수산-마이산-강정골재>

 

 

ㅡ 끝 ㅡ    감사합니다.